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9일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처리 문제와 관련해, "불법 도청 테이프를 무조건 다 공개할 경우 나쁜 전례로 남아 앞으로도 사람들이 기를 쓰고 도청을 하려들 것"이라고 말해 테이프 내용의 전면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기식 "한나라당, 공개는 말만" **
박 대표는 이날 시민․사회단체 연합으로 구성된 'X파일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국회가 헌법의 기본가치를 어길 수 없으니 특별검사에게 이 사건을 맡겨서 공정하게 사실을 규명하고 공개도 법 테두리 내에서 하도록 하자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공대위측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말로는 공개를 주장하지만 결국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공개하자는 소리로 들린다"고 비난했다.
김 처장은 "한나라당은 도청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적인 내용 중에서도 불법이 확인된 사실만을, 또 그것도 특검이 기소하는 과정을 통해 도청 내용을 공개하자며 세 번을 거르는 데에도 이런 식이라면 테이프 274개 중 공개할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겠냐"며 한나라당의 공개 의지를 의심했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온 나라가 과거 문제를 갖고 1년, 2년씩 시끄러울 수도 없고 시간을 끈다고 유야무야될 문제도 아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의점을 찾으려면 한나라당은 특별법을 받고, 열린우리당은 특검법을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며 테이프 공개 특별법의 수용을 촉구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검찰만 274개 테이프 내용을 알고 있을 경우 어떤 수사에 대해서도 도청에 관련한 내용을 토대로 정치적 선별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고 검찰은 공신력을 잃게 된다"며 "털고 갈 것은 이참에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공개는 두렵지 않으나… 원칙 무너져" **
박 대표는 한나라당의 도청자료 공개 의지가 의심받는 대목에선 "우리는 이 사건을 끌어서 미궁에 빠뜨릴 생각이 전혀 없고 이 문제를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도청한 사람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게 된다면 사생활 보호를 비롯한 모든 원칙이 무너져 버린다"면서 "한나라당은 나쁜 전례를 남기지 말자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며 거듭 자신들의 주장이 '지연전술'이 아니라 '신중한 접근'임을 강조했다.
이에 법사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도 "이번 사건에서 가장 확실하게 해 둬야 할 것은 앞으로 누구라도 불법도청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도청을 해서 자기가 처벌을 받더라도 상대를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능케 하면 도청을 뿌리 뽑을 수 없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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