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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보다 비참한 미국의 하층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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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보다 비참한 미국의 하층민들"

유엔, 60주년 총회 앞두고 미 세계전략에 정면도전

다음 주 창립 60주년 기년총회를 앞두고 유엔이 미국사회의 불평등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내 향후 유엔의 진로를 둘러싼 미국과 유엔 간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이번 보고서는 존 볼튼 유엔대사를 앞세운 미 부시 행정부의 유엔개조계획에 대한 정면대응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유엔, 이례적으로 미국의 '불평등' 문제 정면으로 다룬 보고서 발간**

유엔은 지난 7일, 370쪽 분량의 연례 '인간개발보고서(Human Developement Report)'를 펴냈다. 예년의 보고서가 제3세계의 사회상황을 주로 다뤄 왔던 반면 올해 보고서는 미국사회의 불평등에 대해서 가차없는 비판을 가했다.

영국신문 <인티펜던트> 8일자에 보도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의 5세 이하 유아사망률은 최근까지 약 50년간 계속 감소해 왔으나 2000년 이후 증가세로 반전, 지난해에는 국민소득이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한 말레이시아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생후 1년 이내 영아사망률의 경우 흑인이 백인 영아의 2배에 달했다. 저체중아 출산 확률도 흑인 산모가 백인 산모의 2배에 이른다.

한편 미국은 GDP의 13%를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1인당 평균 의료비 지출은 OECD 평균의 2배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부자들의 첨단치료에 사용되기 때문에 의료혜택이 골고루 확산되지는 않는다. 상위 5% 부잣집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의 평균수명은 하위 5% 어린이보다 25%나 길다.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국민건강보험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이며 이에 따라 근로연령의 인구 중 약 6분의 1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백인의 건강보험 미가입자 비율은 13%인 반면 흑인은 21%, 히스패닉(중남미계)는 34%나 된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가정의 1세 이하 영아사망률은 가입 가정에 비해 50% 높다.

***'군사전략'보다 중요한 '인간 안보'**

영국의 민간 국제구호기관인 옥스팜의 전 대표 케빈 왓킨스가 대표집필한 이번 보고서는 이처럼 미국 보건의료의 극심한 불평등 상황을 지적하면서 미국은 "군사전략만 과도하게 개발하고 있으며 인간안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어 "빈곤과 사회해체는 전지구적 안보 위협의 핵심요인들"이라면서 "테러리즘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넘어 집단적 안보구조를 시급히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일방적 군사행동에 바탕을 둔 미국의 세계전략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정부 내의 대표적 강경파인 존 볼튼 전 국무부 차관을 유엔대사로 임명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상원의 인준이 늦어지자 8월 '휴회 중 임명'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볼튼의 유엔대사 취임을 강행한 바 있다. 볼튼은 취임 직후 성장과 자유무역을 통해 세계의 빈곤을 퇴치하겠다는 '밀레니엄 개발계획'을 제출하는 한편 다음 주 발표될 '유엔 창립 60주년 특별성명' 초안에 대해 무려 750개 항의 수정안을 제출했다. 앞으로 유엔을 미국의 입맛대로 끌고 가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볼튼 유엔대사 앞장세운 미국의 유엔개조론, 성공할까?**

<인디펜던트>는 유엔 내부 소식통의 말을 빌어 이번 보고서가 미국의 이같은 유엔개조 시도에 대한 정면대응이라고 전했다. 유엔의 한 내부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유엔측으로부터의 정면 대응이다.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부 유엔 관리의 부패 혐의로 사무총장이 레임덕 신세가 되긴 했지만 유엔의 나머지 성원들은 미국의 양자적 접근방식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 주도에 의한 양자적 접근으로 국제문제를 풀어가려 하지만 유엔은 다자적 접근에 의한 국제문제 해결이라는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경제성장 촉진과 자유무역 등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의해 부를 창출하기만 하면 세계의 빈곤과 불평등이 자동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성장과 불평등 해소는 별개의 문제라고 유엔측은 주장한다.

이번에 발표된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의해 급속한 부의 창출에는 성공했지만 빈곤의 해소에는 실패했으며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인도는 방글라데시보다 3배나 높은 경제성장률을 과시했지만 유아사망률은 오히려 방글라데시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어 인도의 경우 현재 여아의 사망률이 남아보다 50%나 높아지는 등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불평등 해소는 외면한 채 경제성장만 추구하겠다는 미국의 '밀레니엄 개발계획'을 강행할 경우 앞으로 10년간 4100만의 어린이가 억울한 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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