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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남자들'에게 해법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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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남자들'에게 해법이 없는 이유

[인터뷰]최재천 교수 "고령화 사회일수록 '품위있는 제2인생' 절실"

한국 사회에서 나이 먹는다는 것은 결코 '축복'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시장과 사회생활로부터 '추방'돼 '잉여인간'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째깍째깍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OECD국가 중 '노인자살율 1위'라는 통계는 우리 사회의 '노령화-저출산 현상'과 함께 최근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삶의 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몇 단계를 거쳐 "혼자는 외로워요"로 바뀐 요즈음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생명체가 유년·청년기를 지나 중년에 접어드는 통과의례를 겪고 있다"는 말도 꼭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세계통과의례 페스티벌 2005'(9월17~19일)의 사전행사로 6일 서울 영풍문고 강남점에서 열린 '중·노년의 삶과 통과의례' 토론회에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의 저자 최재천 서울대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앞만 보고 달려오던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가 무엇을 잃었고 지금 무엇을 찾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가 다잉 코리아(Dying Korea)가 될 때**

-지금 '통과의례'가 화두가 되는 이유는?

"한국은 2020년경이면 5000만 인구를 정점으로 인구가 줄기 시작하고 65세 이상 노인수가 15세 이하 아이들보다 많게 된다. 2002년 월드컵의 '다이나믹 코리아'는 먼 옛날의 추억이 되고 '다잉 코리아', 즉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생명체가 노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생물학자 입장에서 생물의 가장 큰 통과의례는 '번식'이다. 지구 생명체 중 번식기를 넘기고도 안 죽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고 이 시기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에 번식기를 50년으로 보면 삶은 번식기와 번식후기로 나뉘는데 이 번식후기에 대한 그림 없이 '번식기 관성'으로 삶을 밀어붙이겠다는 건 점점 불가능해진다. 돈도 돈이지만 심심해서 못 견딘다. 자식이 둥지를 떠나면 이모작의 시작이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왜 안 죽고 잉여인생을 살고 있나' 하는 자책을 않으려면 예전과는 다른 삶의 통과의례가 필요하다."

***"가정사에 남성 개입 허용 않는 시스템으론 해법 없어"**

-일에만 헌신해 온 한국 중년 남자들의 문화적 상실감, 아노미 상태에 대한 얘기들이 많다. '울고 싶은 남자들'에 대한 해법은 없나?

"강고한 남성 중심적인 한국이라지만 사실 대한민국 남자처럼 불쌍한 남자들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모든 나라에서 남녀 사망률이 초반에는 비슷하다 20~30대에서 남성이 훨씬 높다가 40대로 접어들면 비슷해진다. 이는 전형적인 포유류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만이 유일하게 40~50대로 들어서면 남성 사망률이 치솟는다. 지나친 남성중심주의 사회의 압박감 때문에 자기가 인식하지 못한 구조 속에서 그냥 희생되는 것이다. 자기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혹은 자기가 아니면 안된다는 착각 속에….

대한민국 남성들은 돈 벌어 오는 기계로 살면서 자식 기르는 재미나 권리를 박탈당하는 줄도 모르고 산다. 보통 우리 추석 명절에 모여봐도 다 어머니 옆에 모여 놀지, 아버지 옆에는 안 모인다. 그 재미도 없는 씨름 프로그램 보면서 귀는 다 저쪽에 가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나. 아버지가 오면 판 깨진다고 도망가니 갈 수도 없고. 자식하고 얘기를 해봤어야 나이 들어도 할 줄 안다.

가정사에 남성이 적극적으로 개입돼 있지 않아 자식으로부터 소외된 결과다. 아빠가 자식 기르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제가 제일 우습다고 생각하는 게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표현하는 거다. 자기는 집에서 안 사나? 남자들이 집에서 함께 하는 게 없는 것은 결국 '소외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지금은 어쩔 수 없더라도 다음 세대부터는 꼭 부부가 같이 양육할 수 있는 토양이 돼야 한다."

***"개인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국가 무책임' 사회선 해법 없다"**

-50세를 기준으로 제1인생이 살아남기 위해, 번식(자녀양육)을 위해 투쟁하는 시기라면, 제2인생은 사회봉사 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기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년에 대한 준비와 '이모작'은 여유있는 계층만 가능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여유가 있든 없든 우리 사회엔 이미 명퇴, 실직 등으로 이모작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2인생으로의 전환이 부드러운 사람도 있고 힘겨운 사람도 있겠지만 이모작을 할 수 없다면 불행이다. 특히 대한민국 남성들은 그동안 앞만 보고 뛰어 왔는데 멈춰서서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결국 사회가 그분들로 하여금 또다른 인생을 개척해갈 수 있는 교육이나 사회활동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개인 혼자선 너무 힘든 일이다.

이들을 방치한다면 일방적으로 먹여살리는 것은 결국 국가적인 부담이다. 교육 등으로 이들에게 활동의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제2인생의 기회조차 돈에 따라 달라진다면 정말 망조가 든 것이다. 자녀도 사교육, 부모도 사교육 해야 한다고 생각해봐라. 제2인생 준비하는 대학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긍정적이다. 한국만큼 교육시장이 큰 나라가 어딨나."

***"환경적 관점서 보면 '이민'을 통한 '인구이동' 필요"**

-토론회에서 "출산율 위기는 재앙이지만, 사실 환경을 생각하면 세계의 인구는 줄어야 하고, 실제로 한국인 혈통만 고집하지 않고 이민을 받아들이면 별 문제 없다"고 하셨다. 국민이나 노동자의 개념이 재구성돼야 한다는 건가?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사실 한국에서는 굉장히 인기 없는 말이다. 그러나 선진국 중에 고령화 문제로 고생 안하고 출생률이 2.0대로 유지하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이유는 이민에 있다.

사실 지구적으로 보면 인구가 과다한 곳에서 적은 곳으로의 '인구이동'이 맞다. 다만, 국가적·민족주의적으로 보면 안된다고 해서 모든 국가가 출생률 높이려고 아둥바둥하는 것이다. 사실 생물학자 입장에서 지구적 환경으로 보면 넘치는 데서 부족한 곳으로의 '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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