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홍석현 주미대사의 후임에 이태식 현 외교통상부 차관의 임명이 유력시 되면서 홍 대사의 9월 중순 귀국설이 떠오르고 있다. 언론계는 홍 대사의 귀국을 계기로 이른바 'X파일'의 도청내용과 관련한 그의 소환 및 본격조사가 이뤄질지, 또 홍 대사가 과연 중앙일보로 복귀할 수 있을지를 놓고 벌써부터 저울질이 한창이다.
***홍 대사, 과연 9월 중순 귀국할까**
일부 언론은 지난 29일 이태식 차관이 후임 주미대사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면서 워싱턴 특파원단의 정보보고를 곁들여 홍 대사가 9월 중순 이후 귀국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은 청와대가 빠르면 이번 주 중 후임 주미대사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외교절차인 '아그레망'이 오기까지 2~3주의 소요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르면 오는 9월 18일 추석 명절 앞뒤로 인수인계 작업을 모두 마칠 수 있다는 계산에 토대를 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 내부에서도 사주인 홍 대사의 귀국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일부에서는 홍 대사가 다시 중앙일보에 복귀할 경우를 대비해 내부 결속에 나서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중앙일보측은 홍 대사에게 쏠릴 외부의 눈길을 의식해 "홍 대사가 그때쯤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른바 측근 인사들 또한 현재까지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홍 대사가 과연 현 시점에서 귀국을 선택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X파일 문제가 지금은 '소나기'를 피한 형국이지만 시민단체들이 여전히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와 촛불문화제 등을 열고 있는 상황에서 홍 대사의 귀국이 자칫 진정 국면에 새 불씨를 제공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내부에서도 이런 전망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 중견기자는 "일부 언론은 홍 대사의 귀국이 늦어지면서 장남인 정도(27세) 씨의 지난 29일 약혼식마저 미뤄졌다고 보도했지만 그는 최근 휴가를 내고 미국으로 건너가 약혼식을 치렀다"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약혼식을 굳이 미국에 가서 한 것은 그만큼 홍 대사의 귀국이 늦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홍정도 씨와 약혼한 윤 모(25세) 씨는 유력 기업가의 손녀로 현재 하버드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다.
***중앙일보, '3세 경영' 체제 돌입?**
언론계는 홍 대사의 귀국 여부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래저래 신문사 경영이 어렵게 된 홍 대사가 3세 경영체제를 앞당기는 선택을 할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홍정도 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회사인 액센추어에 근무하다가 지난 7월 8일 중앙일보 조직개편 당시 전략기획실 산하 마케팅전략팀 평사원으로 정식 입사했다. 마케팅전략팀은 중앙일보 내부에서 신규 매체개발과 마케팅 전략수립 등을 맡고 있다.
언론계는 애초 홍 대사가 장남 정도 씨에게 지난해 1월 출범한 중앙M&B 산하 '랜덤하우스중앙'의 경영 또는 인터넷 관련 사업을 맡길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홍 대사는 곧바로 중앙일보 입성을 선택했고, 실제로 홍정도 씨는 입사 직후 각 부서를 돌며 잇따라 회식을 갖기도 해 3세 경영 체제 돌입 시점이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3세 경영은 먼 미래의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한 고위간부는 "정도 씨가 중앙일보에 입사한 것은 중앙일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한 프로그램일 뿐 홍 전 회장의 대사 임명이나 사퇴 등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정도 씨는 내년 9월쯤 미국으로 건너가 경영관련 학위 취득 뒤 미국 신문사 등에서 더 수업을 쌓은 뒤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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