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던 한나라당 부동산 특위의 부동산 안정 대책이 후퇴 기로에 섰다. 30일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의원 중 열의 아홉은 "시장주의에 역행하는 인기영합주의적 대책"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나라, '분양원가 공개' 당론 채택 시도했지만… **
한나라당 부동산 특위가 이날 연찬회에 보고한 부동산 대책은 △분양원가 공개 △종합부동산세 세대별 합산과세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분양원가를 전면 공개하자는 제안은 여권이 준비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보다 몇 걸음 더 나간 것으로 한나라당이 이를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을지 여부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효과는 몰라도 부동산 투기만큼은 막을 수 있을 대책"이라는 부동산대책특위 김학송 위원장의 주장에 동조하는 목소리는 수요모임 소속 원희룡 의원 단 한 명에게서만 나왔다. 수요모임은 연찬회 전 별도로 부동산 특위로부터 이번 대책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적극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은 "분양권 전매 금지, 공영개발, 부동산 원가 공시, 중대형 렌탈 타워 건설 등 특위 보고 내용이 모두 여당안보다 전향적"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원 의원은 특히 분양원가공개에 대한 당내 반발 여론을 향해 "원가공개의 경우 일부 언론에서는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기도 하지만 분양가 공시야말로 가격을 구성하는 요인을 정확하게 평가해 경쟁에 의한 선택을 받도록 하는 가장 공정한 시장원리"라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한나라당이 전향적인 특위 안을 관철시켜나가다 보면 서민 정권을 표방한 노무현 정부가 투기 세력을 키웠다는 면에서 공격이 가능하다. 한나라당의 선전을 기대한다"며 부동산 특위안에 한껏 힘을 실어줬다.
***"분양원가 공개는 투기 억제 효과 없다" **
그러나 곧이어 단상에 선 김재원 의원은 "분양원가를 공시는 상당기간 주택의 공급을 없애는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현 상황에서 후분양을 추진하면 상당히 많은 주택업자들이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일이 불가능해 지는 만큼 분양원가 공시가 과연 한나라당의 대안으로 적절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윤건영 의원 역시 "부동산 원가를 공개해서 건설업자들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 원가공개가 곧 투기 억제책이 될 수는 없다"며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를 분명히 했다.
윤 의원은 양도세 중과세와 종부세 합산과세 등 '땅부자에게 많은 세금을 물리는' 수요관리책에 대해서도 "68년부터 시작된 이래 37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투기 억제 효과를 보지 못한 실패한 대책"이라며 "37년간 계속 실패한 대책을 도무지 왜 답습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윤 의원은 부동산 특위안 전반을 두고도 "정도가 심한 포퓰리즘적 정책"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며 "투기 억제라는 목적과 상관없이 약간의 포퓰리즘은 괜찮다는 식으로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정당으로서 낯간지러운 얘기"라고 비판했다.
***반대여론에 밀려 또 '차떼고 포떼나' **
정희수 의원은 분양원가공개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열린우리당이 한 발 물러서는 것을 본보기로 삼기도 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과 같이 분양원가 얘기를 했던 열린우리당은 원가연동제란 캡을 씌워 발을 빼고 있다"며 "원가 공개는 확실히 반시장적인 법인만큼 우리는 훨씬 효과적인 분양가 규제책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이인기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의 부동산 관련 정책들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가진 층에 대해 보기에 따라서는 보복적인 성격의 것들을 내놓고 있다"며 특위안 전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부동산 대책 특위는 당초 이날 연찬회에서 특위안을 당론으로 추인 받을 예정이었으나 오히려 반대여론이 강하게 표출된 만큼 향후 일정이 묘연해진 상태다.
특히 이날 제기된 문제는 분양원가 공개 등 특위안의 '알짜'와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이를 수렴해 대책이 재검토될 경우, 전향적이라 평가를 받았던 한나라당의 대책은 '차 떼고 포 뗀' 껍데기 대책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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