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대선자금 수사를 덮고 가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의 맹비난이 쏟아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마치 이회창 전총재 측의 비리를 덮어줄 것처럼 말해 오히려 한나라당의 '차떼기당' 이미지만 다시 부각됐다는 불만이 주를 이뤘다. 이는 실제로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과오를 덮고 가려는 정치적 계산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유리하면 파헤치고 불리하면 덮는 게 노무현식 과거사 정리냐" **
박근혜 대표는 25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대통령이 마치 한나라당이 대선 자금과 관련해 잘못이 많은데 이를 덮어주고 은전을 베푸는 듯 오도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언제는 시효가 지난 것까지도 수사해야 한다고 하다가 얘기를 바꾸고 있으니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원칙이 무엇인지 헷갈리고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께서는 어떤 발언을 하실 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꼬집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노무현 대통령식의 과거사 정리는 유리한 것은 철저히 밝혀내고 불리한 것은 덮어 주자는 것이냐"며 비난에 가세했다.
강 대표는 "97년도 수사를 안 하게 해서 마치 한나라당에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하고 실제로는 그 당시 우리의 반대 후보 진영에 대해서는 인심 쓰자는 의도가 눈에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2002년 삼성채권에 대한 수사가 막 시작되는 시점에 갑자기 대통령이 수사를 제지하고 나선 것은 참 이상하다"며 '삼성 감싸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률가 대통령이 월권적 발언, 참으로 해괴한 일" **
김영선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사이에 제2의 'X파일'이 나온 셈"이라며 DJ측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심증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이로써 노무현 정권은 권력 안에 있는 사람은 비호하고 권력 밖의 사람은 무분별하게 수사하는 민초 탄압 정권임이 분명해 졌다"고 주장했다.
김기춘 여의도연구소 소장은 "참으로 해괴한 일이라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한 마디 안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김 소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수사 방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일찍이 우리 헌정사에 전례가 없는 월권적 행위"라며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것은 나라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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