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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MBC 사장, 혹시 <뉴스24>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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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MBC 사장, 혹시 <뉴스24> 보십니까"

[기자의 눈]시청자들에게 '청량감' 주는 것이 '개혁'

"유력 신문사 기자가 택시운전사를 폭행하고, 검찰 간부가 음주운전으로 경찰과 시비를 붙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회사 사장이나 검찰총장으로부터 벌을 받을 겁니다. 그러나 골프장 직원을 때리고, 맥주병을 던지고, 선배를 때리는 국회의원들은 처벌할 길이 없습니다. 뽑은 유권자 잘못입니다. 다음번에는 뽑지 말아야겠지요."

속 시원한 촌평, 누구의 말일까. 바로 MBC 마감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뉴스24>의 앵커 김상수 뉴스편집센터 2CP(부장)의 지난 7월 19일자 뉴스 마무리 인사말이다.

***젊고, 패기 있던 MBC뉴스 어디 갔나**

MBC 뉴스가 '젊고, 패기 넘치고, 진보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뉴스 진행자인 앵커들의 말솜씨와 경쟁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었던 앵커들의 나이에 힘입은 바 크다.

파리특파원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던 엄기영 앵커는 유려하고 친근한 말솜씨로 그 뒤 MBC 보도의 최고 사령탑인 보도본부장에까지 이르렀다. 엄 앵커는 지금도 특임이사로 여전히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를 '장수'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최일구 앵커는 자신만의 '색깔 있는' 멘트로 네티즌과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밖에도 시청자들은 아직까지 권재홍, 이인용 앵커 등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MBC 뉴스가 앵커들의 '덕'을 크게 본 것 같지는 않다.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KBS 메인뉴스인 <뉴스9>과 '더블스코어' 정도 격차가 나기 시작한 것이 이미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다시 뉴스로 돌아가 보자. 지금의 MBC 뉴스는 어떨까. 그나마 MBC 뉴스의 강점들이 희석되고 이제는 노쇠함만이 남았단다.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X파일 사건과 홍씨 로비 사건으로 이젠 그나마 남아 있던 이(齒)마저도 빠져 버린 느낌"이라고 했다. 다른 방송사의 한 기자는 MBC 뉴스를 일컬어 "뉴스를 만들어 내는 화려한 테크닉만 남았다"고 혹평했다.

내친 김에 답답한 소리 몇 가지 더 해 보자. 흔히 방송사 9시 뉴스의 시청률은 바로 전 프로그램인 일일드라마의 인기에 힘입는다고 한다. 그러나 MBC 뉴스는 이마저도 비껴가고 있다. '삼(三)순이'(나금순, 김삼순, 최문순) 가운데 하나인 <굳세어라 금순이>가 선전하고 있지만 좀처럼 경쟁방송사와의 시청률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X파일'이 방영됐던 지난 7월 21일만 봐도 그렇다. MBC는 이날 오전부터 대대적인 보도를 예고했고, 실제로 당일 뉴스에서는 무려 20개 꼭지를 X파일 관련보도로 편성했지만 시청률은 고작 12.8%(AGB닐슨미디어리서치), 12.2%(TNS미디어코리아)에 머물렀다. 이는 KBS <뉴스9>의 시청률 17.4%(AGB닐슨미디어리서치), 18.3%(TNS미디어코리아)에 비해 4∼6%포인트나 낮은 수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은 이때 쓰이는 말이다.

***취임 6개월, '시청자 중심' 되새길 때**

언론계는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보도제작국 부장에 불과했던 최문순 사장이 MBC의 수장에 오르자 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상상력이 뛰어난 몇몇 언론인들은 정연주 KBS 사장과 더불어 공영방송 개혁의 '쌍두마차 시대'가 열렸다며 언론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가늠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최 사장이 MBC를 이끈 지 꼭 6개월이 됐음에도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위기가 더 심화됐다"는 질타가 요즘 최 사장 취임 6개월을 돌아보는 언론계의 주류 평가가 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오랜 야인 생활을 통해 '개혁'에 대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그이기에 아직까지 기대감을 버리지 않는 이들도 많다.

최 사장은 요즘 주변사람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듣고 있을 것이다. 누구는 "인적 청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할 터이고, 또 누구는 "미뤄뒀던 내부 조직개혁의 과제를 꺼낼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 마디 더 보태고자 한다. 시청자, 아니 국민들에게는 사실 MBC 내부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느냐는 것이 우선 관심사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할 말 하는 언론'으로서의 MBC면 족하다. 그래서 <뉴스24> 김 앵커의 끝 인사말이 자꾸 커 보인다.

"런던 시민들은 런던테러의 용의자들이 영국에서 나서 자란 사람들이라는 점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형은 다르지만 우리사회도 서민가슴에, 또 고층건물의 그늘에 가려 곪아가고 있는 곳은 없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이 일 소홀히 하면 우리도 큰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7월 13일자 방영분)

"핵폭탄, 판도라의 상자, 상상을 초월하는 대혼란. 삼성이나 안기부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 말일 뿐입니다. 일반국민들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내용만 잘 관리하면 우리사회를 더 맑게 할 테이프일 뿐입니다."(7월 29일자 방영분)

"의혹사건이 터졌을 때 솔직한 사람이 있는 반면 아니라고 딱 잡아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잡아떼면 근거가 없어 넘어갑니다. 그러나 다수는 찜찜합니다. 삼성이 진실로 과거를 뉘우치고 있다면 이를 서민들이 알게 해줘야 합니다."(8월 8일자 방영분)

이같이 속 시원한 말을 시청자들은 언제까지 자정 무렵에만 들어야 하는가. 문제는 MBC의 보도가 면도날보다 예리하고 청양고추보다 매운 맛을 모든 시간대의 모든 보도 프로그램에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특정 방송사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닐지라도 그 '맛'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심전력하고 시청자들이 그런 기미를 알아챌 수 있을 때 MBC의 위상은 절로 회복되는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최문순 사장이 지금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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