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법무부 차관은 18일 국회 법사위에서 '안기부 X파일'에 들어있는 삼성 '떡값' 수수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데 대해 "억울하기 짝이 없다"며 금품 수수 사실을 완강히 거부했다.
***김상희 "홍 회장은 함부로 봉투 주는 사람 아니야"**
김 차관은 이날 회의 직전 이미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였다. 그러나 사표가 수리되지는 않아 법무부 현안보고 차 국회에 출석했고, 마침 자신의 실명이 포함된 'X파일'을 공개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회의석상에서 맞닥뜨리게 됐다.
노 의원은 "김 차관에게 직접 묻겠다"며,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과 이학수 삼성 부회장이 검찰 측에 제공할 '떡값'을 두고 나눈 대화의 녹취록을 읽어 내렸다. '김상희' 혹은 '상희'라는 이름이 다섯 번 거명될 동안, 김 차관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미간을 잠시 찌푸렸을 뿐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다.
노 의원이 A4 한 장짜리 녹취록을 다 읽고 나서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에게 '떡값'을 받았냐"고 묻자, 이미 '사퇴의 말씀'에서 밝힌 홍 회장과의 인척관계를 구구절절이 설명하면서 "나는 홍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고 내가 아는 홍 회장은 누구에게 함부로 봉투를 주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차관은 "이런 상태에서 차관직에 있으면 검찰이 아무리 투명한 수사를 해도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공직을 오래했던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려고 사퇴를 결심한 것"이라며 자신의 사퇴가 결코 혐의를 시인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 차관은 "나는 명예를 존중하고 후배들에게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했던 사람인데 의지와 상관없이 차관직을 떠나게 돼 억울하고 당황스럽다"며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 오지 않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노회찬 "대검이 이미 피의자에게 피의사실 누설" **
김 차관은 자신의 결백을 누누이 강조하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을 드리던 간에 곧 귀국할 홍 회장이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 의원은 "입을 연다고 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김 차관을 통해 지금도 보고 있다"고 받아쳤다.
노 의원은 김 차관이 해명 과정에서 "'X파일'에 자신이 거명된다는 사실을 대검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이미 대검이 피의자인 차관에게 피의 사실을 알려준 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검찰에게 수사를 넘겨 성역 없는 수사가 된다고 절대 믿지 않으니 검찰은 즉각 수사에서 손을 떼고 특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검찰 신뢰회복 위해서도 '떡값' 간부 사실 확인해야"**
한편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김 차관 외에도 6명의 전현직 검찰 간부들의 실명이 공개된 데 대해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그 점에 대한 사실 확인은 불가피하다"며 "검찰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천 장관은 검찰 간부들과 관련한 테이프 내용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을 하거나 보고를 받지는 않았지만 노 의원이 공개한 바가 소문처럼 떠다니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검찰의 자체 감찰 가능성에 대해서는 "감찰 여부를 따지는 것은 검찰의 몫"이라면서도 "검찰 조사가 미진하거나 조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이 풀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법무부 장관이 가진 감찰권을 행사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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