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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원희룡 '테이프 공개'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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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원희룡 '테이프 공개' 정면충돌

원 "공개가 당론"…박 "헌법은 지켜야"

안기부 도청 테이프 공개 여부를 두고 한나라당이 진통을 겪고 있다. "공개가 두렵지 않으나 현행법 체계를 어겨서는 안 된다"는 한나라당의 어정쩡한 당론은 강조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18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는 '공개'에 방점을 찍은 원희룡 최고위원과 '법체계'에 우선순위를 둔 박근혜 대표가 테이프 공개 여부를 두고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원희룡 "테이프 공개가 당론이었는데…누가 바꿨지?" **

원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 상임운영위는 불법도청테이프 공개 문제에 대해 불법적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은 배제하자는 원칙을 치열한 토론 끝에 합의했다"며 '공개 당론'을 다시 한번 확인하려 했다.

원 위원은 그간 테이프 공개를 두고 당내 의견 충돌이 보일 때마다, 야 4당 특검법 공동 발의 직전인 지난 4일 강재섭 원내대표가 "수사주체가 테이프를 공개토록 하자"고 밝힌 것을 '한나라당의 당론'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법 제출 이후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이 제출하는 법에는 위헌요소가 없어야 한다"며 보수언론들이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테이프 공개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이 같은 기류 변화에 원 위원은 "도청 테이프에 포함돼 있는 정-경-언 유착과 관련한 내용 수사를 두고 독수독과론 혹은 사생활 보호의 원칙을 들어 반대하는 당내 의견이 있는데 그렇다면 지금 한나라당의 당론이 어디에 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불만을 피력하며 "현재 한나라당의 당론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를 할 필요가 있고 혹시 저번과 달라졌다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어떠한 기구에서 변경한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 위원은 표면적으로는 '공개'가 당론이지만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테이프 공개에 한 발짝 물러서는 다른 지도부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과거에서 자유로워져야 현재에 대한 비판의 자격이 생긴다"고 일침을 가했다.

원 위원은 "한나라당은 과거의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변명에 급급할 필요가 없고 과거의 책임 때문에 현재의 권력은 비판하고 과거는 감싸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며 "한나라당이 과거에서 해방돼 현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에 강도를 높일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김기춘 "도청 결과물 발표하는 것 자체가 위헌" **

원 위원의 주장에 김기춘 소장이 즉각 경고음을 냈다. 김 소장은 특검법 제출 직후 당내 지도부 회의에서 특검법의 위헌 소지를 지적해 '법사위 재검토'라는 박근혜 대표의 지시를 이끌어 낸 바 있다.

김 소장은 "나는 개인적으로는 도청의 결과물을 공표하는 것, 혹은 시효를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돼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한나라당은 헌법을 지키고 이념을 지키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한나라당은 정파적 이해를 고려해, 혹은 당의 유불리를 따져 테이프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정당이 돼선 안 된다"며 '과거가 드러나는 게 무서워서' 테이프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원 위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소장은 "우리가 '피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라고 다짐할 때의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말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 헌법을 지키다보면 유불 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개인 의사를 당론처럼 얘기하면 국민이 헷갈려" **

테이프 공개 여부를 두고 두 의원이 정면 격돌하자, 박근혜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 대표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정당이지만 한 가지 문제를 두고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외견상으로는 '중재'에 나선 듯 했지만, "헌법을 지키는 것이 한나라당의 책무"라고 여러 번 강조해 결과적으로 공개에 반대하는 김 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박 대표는 특히 "때론 헌법을 지키는 것이 여론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 여당과 정부가 헌법을 지키지 않을 때 비판할 근거가 없어진다"며 "도청 특검법도 법사위를 거치게 되는데 자구 수정 등을 할 때 헌법에 위배되는 바가 있으면 걸러서 우리가 내는 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한나라당은 의원 개인의 발언의 자율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어떠한 법안이나 정책이 나오면 한나라당 당론으로 생각하게 될 경우가 있다"며 "개인의 의사이면 개인의 의사임을 당당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회의 참석자 모두를 둘러보며 한 말이지만 지도부의 일반적 기류에서 벗어나 "테이프 공개가 당론"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 원 위원에게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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