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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도로개발에 <서편제> 해안절경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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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마구잡이' 도로개발에 <서편제> 해안절경 '비상'

[르포] 건설사, 뒤늦게 '복구'에 나섰지만...

"돌 한두 개 떨어진 정도면 이해합니다. 근데 이건 아니에요. 발파작업 하면서 아주 작정하고 돌을 절벽 아래 바다로 밀어버린 겁니다. 건설사는 돈 아낄려고 그랬는가 몰라도 우리 어장을 다 망쳐놓고 발뺌하더군요. 막무가내로 잘못 인정 안하고 주민 무시하는데 가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드라마 <해신> 촬영지로 각광받은 완도에서 뱃길 따라 20km를 더 가면 영화 <서편제>의 배경이 됐던 섬, 청산도가 나온다. 이 섬 토박이로 전복 양식업을 하고 있는 정후길(55세)씨는 "청산도 당리 호안도로공사의 난개발로 전복, 소라 어장이 다 망가졌다"며 울상짓고 있었다.

<사진 1><사진 2>

***도로 건설로 파헤쳐진 해안 비경**

섬에 도로를 낸다고 해안 절벽을 파헤치면서 바닷속으로 토석(土石)을 밀어넣어 전복, 소라, 톳, 미역, 다시마가 살고 있는 바다 생태계가 굴러 내린 폐석과 토사에 깔리면서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산비둘기 서식지이기도 한 전남 완도군 청산도는 청정한 해역과 빼어난 해안 비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이웃섬 여서도, 대모도 등과 함께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완도군청은 지난해 말 전라남도 어촌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청산도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던 다목적 호안도로 건설을 발주해 지난 1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명분은 주민편의와 소득증진, 산불·관광용, 바다쓰레기 수거와 낚시터 개방 등의 복합적인 것이었다.

군청이 ㅎ건설, ㅈ건설, ㅊ토건사에게 발주한 이 도로는 2억9000여만 원이 들어가는 760m가량의 짧은 도로에 불과하지만 암벽지대라 시작부터 난개발을 예고하고 있었다. 완도군청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건설될 곳이 워낙 암반지역이라 지형이 험해 애초부터 난개발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곳인데 주민들이 원해서 도로 개발을 해준 것"이라고 말해 애초부터 공사 자체에 무리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건설사측이 도로 건설을 위해 발파작업을 진행하며 별도의 안전장치를 하지 않아, 돌과 나무들이 마구잡이로 뽑히고 밀쳐져 절벽 아래로 무너져내렸다.

<사진 3><사진 4><사진 5><사진 6><사진 7>

***"추가 낙석 가능성으로 위험"**

청산도 도청출장소 정복남 소장(53)은 "건설사 측이 예방조치를 하지 않고 발파작업을 했으면 그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데 그대로 방치해 돌이 나무 여기저기에 걸려 있다"며 "비가 오면 돌들이 추가로 굴러떨어지거나 무너져내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위험해서 현재 어장 소유자도 바다에 들어가 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주민인 정후길씨는 "저희도 처음에는 돌 몇 개 떨어질 수 있겠거니 했는데 이번에 비 오고 바람 불고 난 다음에 돌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린 걸 보니 안되겠다 싶었다"며 "바다 밑을 본 해녀들이 전복들이 다 망가졌다고 하는 걸 듣고 가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7월 말 건설사측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별 문제없다.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정 그렇다면 수중촬영을 해서 가져와보라"는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이에 화가 난 정씨가 따로 사람을 불러 수중촬영까지 감행한 후 테이프를 증거자료로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사진 8><사진 9><사진 10>

***청산면 "건설사와 피해주민, 어촌계 '피해복구 협력' 극적 합의**

정씨는 도로공사 현장 주변의 양식장을 5년 임대로 1억7500만원 주고 빌렸다. 그는 "망가진 전복들을 다시 살리려면 몇 년이 걸릴 지 모르는데, 그동안 어떻게 먹고 사느냐는 것도 문제지만 건설사측이 우선 잘못부터 인정했으면 좋겠다"며 "이제 낙석 위험으로 낚시꾼은 물론이고 해녀들도 못 들어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정씨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자 건설사측도 한쪽으로 물러났다. 이들은 17일 청산도를 방문해 피해주민과 어촌 관계자, 청산면장 등을 만난 뒤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 정성희 청산면장은 "건설사가 잠수부를 동원해 물속 돌들을 제거하고 더 이상 낙석이 이뤄지지 않도록 추가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갈등의 불씨가 다소 꺼지긴 했지만, 파헤쳐진 해안 절경과 훼손된 바다생태계의 복구에는 수십년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아니, 영원히 복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서편제>의 고향을 포함해 국립공원은 오늘도 이렇게 망가지고 있었다.

<사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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