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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모셔온 '버블티 달인'은 왜 떠나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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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모셔온 '버블티 달인'은 왜 떠나야 했을까?

[늪에 빠진 중소상인·<7>] 자영업 창업자 34%, '꿈 실현' 목적…현실은 '꿈 깨'

샐러리맨 가운데 창업 한번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조직의 부품이 된 삶에 정이 떨어진 경험은 누구나 있다. 대기업, 은행 등 이른바 '멀쩡한 직장'에 다니다 훌쩍 사표를 내고 카페를 차렸다는 이야기에 다들 설레는 건 그래서다.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자영업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많은 경우는 '제발로' 자영업 전선에 나서는 경우다. 서울시 소상공인 경영지원센터가 지난 7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자영업 창업 동기 1위는 '평소 품었던 꿈 실현'이었다. 어떤 이들에겐 의외의 결과다. '장사가 얼마나 힘든데 그렇게 만만하게 뛰어드나' 싶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살피면, 생각이 바뀐다. 꿈을 실현한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뛰어든 이들은 곳곳에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 가게', '나만의 간판', '나만의 브랜드'를 꿈꾸며 창업에 나선 이들 앞에는 숱한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소년이 의자에 앉아 종이컵에 담긴 물로 붓을 씻었다. 소년은 붓을 들어 도화지에 '쫀쫀한 타피오카 펄! 커피와 함께 씹어요!' 라고 썼다.

타피오카 펄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음료 '버블티'에 들어간다. 굵은 빨대로 버블티를 마시면 타피오카 펄이 빨려 들어온다. 소년은 서초구 ㄱ버블티 전문점을 1년째 운영 중인 주인 박규호(가명·48) 씨의 아들이다. 학교가 끝난 뒤 가끔 아버지의 가게에 들러 일을 돕는다.

"남에게 늘 무언가를 보고해야 하는 삶이 싫었다"

박 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정유 회사에 다녔다. 지금도 TV를 틀면 옛날에 다니던 회사의 CF가 줄기차게 나온다. 건강이 나빠지며 회사를 그만뒀다. 1년 동안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니 당장 생활비조차 없었다. 게다가 늦둥이 아들은 겨우 9살이다.

박 씨의 부인 권미진(가명·44) 씨는 재취업을 권했다. 그렇지만 박 씨는 두 번의 구직 활동에 모두 실패했다. 주변에선 그래도 대기업에 다녔던 경력이 있으니 계속 재취업에 도전하라고 했다. 그렇지만 박 씨는 "한 번 크게 아프고 나니 예전과는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9시에 집에 오고, 남에게 늘 무언가를 보고해야 하는 삶과는 다른 인생"을 원했다.

마흔을 넘은 나이에 찾아온 설렘이었다. 결국 박 씨는 일을 냈다. 대만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를 통해 대만인 버블티 전문가까지 데려와 버블티 가게를 연 것이다. 대만 유학 시절 그곳에서 맛 봤던 버블티 맛을 잊지 못했던 박 씨였다. 한국에서도 버블티가 눈에 띌 때 마다 사먹었지만 대만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회사 다닐 때 수입의 3분의 1 번다"

"버블티의 본 고장인 대만 사람이 먹고 맛있다고 하는 버블티"를 파는 것이 마흔 넘어 품게된 박 씨의 꿈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가게에는 대만인 직원이 없다. "내가 집세도 내 준다고 하고 데려왔는데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계속 함께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루 손님이 열댓 명에 불과한 날도 있다.

버블티 가게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더니 그 인기가 올해 들어 절정에 다다랐다. 박 씨의 가게는 더욱 어려워졌다. 회사에 다니던 때와 소득이 얼마나 차이 나냐고 물었다. "비교가 되겠어요? 잘 쳐줘 봤자 1/3이죠"라며 부인 권 씨는 말끝을 흐렸다.

"꿈을 실현하겠다"라며 자영업 뛰어든 비율이 가장 높아, 그러나…

박 씨는 크게 병치레를 한 뒤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단 꿈을 안고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이다. 서울신용 보증재단·서울시 소상공인 경영지원센터가 지난 7월 23일·24일 양일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 씨처럼 평소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동기로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이 34%로 가장 많다. 그러나 꿈을 향한 도전이라고 해서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내기 어렵다.
▲ 창업 동기로 '꿈을 실현하기 위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다 ⓒ서울신용 보증재단·서울시 소상공인 경영지원센터

"그냥 창업이나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죠. 직원 관리 등 회사 생활에선 겪지 못했던 다른 어려움이 많습니다."

서울신용 보증재단·서울시 소상공인 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 전덕영 상담사의 말이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고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센터는 사업자 등록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소상공인 중, 담보가 없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을 지원한다. 그러나 아무에게나 돈부터 지원할 수는 없다. 창업의지와 계획성을 보고 지원을 결정한다. 전문가와 함께 사업 타당성 분석을 한다. 수익이 없을 것 같으면 계획 변경을 조언하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버블티 전문점 창업자 박 씨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기대감에 섣불리 대만인 직원까지 데려왔다가 생활비와 비행기 표 값만 부담했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전 상담사는 자영업은 경쟁이 치열하고 보통의 직장생활과는 다르니,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전문가와 사업 타당성을 따져 보라고 강조했다.

목 좋은 곳 차지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영세 자영업자는 운다

2008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바로는, 종업원 4인 이하의 영세 서비스업체가 전체 업체의 86.3%를 차지한다. 소비자는 언제나 있으므로, 영세한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발표한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41.2%가 '주변의 다른 자영업자'를 주요 경쟁자로 꼽았다. 특히 대기업의 자본 덕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프랜차이즈가 자영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프랜차이즈 가맹본사 수는 약 2700여개다.

프랜차이즈점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돼 있다는 강점이 있다. 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창업의 어려움을 묻자 응답자의 57%가 '창업자금 마련'이라고 답했다. '홍보·마케팅'이 13%로 그 뒤를 이었다.
▲ 창업시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의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창업자금의 확보'를꼽았다. 이어 13%의 응답자가 홍보 및 마케팅 문제를, 12%응답자가 상권 및 입지분석의 문제를 답했다. ⓒ서울신용 보증재단·서울시 소상공인 경영지원센터

전 상담사는 "사람들 머릿속에 '커피하면 ○○', '파스타 하면 △△' 하는 식으로 브랜드가 저장돼있다"라며 막대한 자본력으로 구축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가진 힘을 설명했다. 가게가 손님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는 손님들에게 가게가 얼마나 인식돼있느냐로 결정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해도 고민 안 해도 고민

홍대 근처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상욱(가명·33) 씨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김 씨는 최근 업종을 바꿀 생각까지 하고 있다. "회사원에게 비하면 턱없이 적은 월급이다. 그렇지만 내가 튼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는 손님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김 씨는 말했다. 이런 보람이 힘든 하루를 견디게 한다. 그러나 영원히 그렇게 버틸 수는 없다. 김 씨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해서 돈을 더 벌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 씨는 최근 프랜차이즈 가게를 여는 것을 고려했다. 아무래도 탄탄한 브랜드를 지닌 프랜차이즈 업종이 경쟁력 면에서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횡포를 이야기하며 말렸다. "가게 인테리어 한 번 바꾸는 데 돈이 엄청 들거든요. 그런데 그 돈을 가맹점이 다 부담하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들 때문에 고민이 됩니다"라고 김 씨는 말했다.

김 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자영업자가 많다. 그들은 프랜차이즈가 주변 상권을 잡아먹는 걸 봤다. 그래서 그들 자신도 프랜차이즈로 옮기고 싶어한다. 브랜드가 약한 가게는 승산이 희박하다는 걸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자기 브랜드, 오랫동안 꿈 꿨던 고유한 간판을 단 가게를 포기하는 건 안타깝지만,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프랜차이즈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되면 걱정이 끝날까. 역시 아니다. 가맹본부의 횡포가 심각하다. 나만의 간판을 내걸고, 내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품고 시작한 가게. 이런 꿈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만의 간판'이라는 꿈을 포기한 대가가 꼭 안정적인 밥벌이인 것도 아니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간판 아래로 들어간 뒤에는 새로운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 대형 커피 전문점, 이들끼리의 경쟁도 이미 치열하다. 그 속에서 자기 간판을 내건 작은 가게가 살아남을 길은 점점 좁아진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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