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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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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나"

6일 사망한 쿡 전 영국 외무장관의 반전 사임연설

로빈 쿡(59) 전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6일 스코틀랜드의 벤스택 고산지대에서 사망했다. 그는 이날 부인과 함께 산행중이었으며 산 정상 부근까지 갔다가 오후 2시23분(현지시간)경 몸에 이상을 느끼며 쓰러졌다고 스코틀랜드 경찰이 밝혔다.

쿡 전 장관은 노동당 정부에서 4년간(1997-2001년)에서 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2003년 3월 미ㆍ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직전 블레어의 이라크 전쟁 참여에 반발해 의회 하원지도자 직을 사임했다. 고인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도 영국군 철수를 주장했으며 최근까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 이라크서베이그룹(ISG)의 조사 결과 미ㆍ영의 이라크 침공 명분이었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는 "진실을 왜곡한 정부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영국과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3월에는 BBC 다큐멘터리팀과의 회견에서 "블레어 총리는 자신이 부시 대통령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 영국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국민을 기만했다"며 소속 당 지도자인 블레어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로빈 쿡 전 장관은 미ㆍ영군의 이라크 침공 직전인 지난 2003년 3월 17일 의회 연설을 통해 자신이 왜 이라크전쟁을 지지할 수 없는가를 설명하면서 노동당 하원지도자 직을 사임했는데 이 연설은 현대 영국의회 역사상 명연설로 꼽히고 있다.

당파나 국가의 이익을 떠나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평화와 정의 등 인류의 보편적 원칙에 충실하려 했던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연설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이라크 철군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요즘, 세계 제3위의 파병국인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도 귀감이 됐으면 한다.

***나는 왜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나(Why I Cannot be Part of this Divisive War )**

의정 생활 20년 동안 뒷 좌석에서 연설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뒷 좌석에서의 풍경이 훨씬 좋다는 사실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는 점을 먼저 말해야겠군요.

제가 오늘 의회 연설을 결심한 것은 무엇보다도 국제적 지지나 국내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 전쟁을 제가 지지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현 총리(블레어)는 저의 생애 중 노동당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도자입니다. 저는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전쟁을 위한 유엔 안보리의) 제2차 결의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보여준 영웅적 노력에 찬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또한 안보리 2차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외무장관만큼 열심히 일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결의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우리가 들인 그 숱한 노력은 그 결의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던가를 말해준다는 점입니다. 결의안 채택이 실패한 지금에 와서 '2차 결의안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짐짓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영국이 주요한 지도국가의 하나인 그 어떤 국제기구로부터도 동의를 받아내지 못한 채 우리는 전쟁에 나서려 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나토도, 유럽연합도, 그리고 지금 유엔 안보리도 이 전쟁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과 미국은 저 자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범위하고 다양한 대테러 국제 공동전선의 일원이었습니다. 이 강력한 공동전선이 (일부 국가들의) 외교적 오판에 의해 그토록 급속하게 붕괴됐다는 사실에 아마도 훗날 역사는 경악할 것입니다.

우리의 국익은 일방적 행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자간의 합의, 그리고 법에 따르는 국제질서에 의해 가장 잘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들에게 가장 주요한 국제적 파트너십은 약화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분열됐고 유엔 안보리는 교착돼 있습니다. 단 한 발의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국제적 파트너십은 이미 전쟁의 희생자가 됐습니다.

이라크 침공과 코소보전쟁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코소보에서 군사행동을 취할 때 분명 우리는 다자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나토가 지지했고, 유럽연합이 지지했으며, 코소보 주변 일곱 나라 모두가 지지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우리와 함께 군사행동에 나섰습니다. 나토와 유럽연합의 지지를 받을 수 없었던 이라크전쟁의 경우 우리에게 안보리 결의안이 그토록 중요했던 것은 그것만이 국제적 지지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러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냐구요? 국제사회에 대해서든 영국 국민에 대해서든 지금 이라크에 대해 군사공격을 가해야 할 만큼 긴급하고도 명백한 이유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가올 이라크 공습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충격과 공포'의 공습을 장담하고 있는 만큼 희생자는 수천 명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실제로는 3만-10만명 사망)

저 자신 4년간 외무장관으로 일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서방측의 봉쇄전략에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10년이 넘는 봉쇄전략은 걸프전 때보다도 더 많은 이라크의 무기를 파괴했으며, 이라크의 핵무기프로그램을 해체시켰고, 후세인의 중ㆍ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켰습니다.

현재 이라크의 군사력은 걸프전 당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전쟁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후세인 군대가 너무도 취약하고, 사기가 떨어져 있으며, 장비도 형편없으므로 전쟁은 수일 내에 끝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후세인의 군대가 위협이 되므로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군대가 형편없다는 가정하에 군사전략을 세울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이라크는 상식적 의미에서의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지 않을 겁니다. 전략적 목표 도시를 향해 투하될 수 있는 핵폭탄 같은 것 말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 지난 20년간 있어 왔던 군사력을, 그것도 우리 서방측이 군사력 형성을 도와줬던 이라크의 군사력을 해체하기 위해 군사행동에 나서야 하는 걸까요?

'영국 하원은 이제 더 이상 영국정치의 중심이 아니다', 이 말은 오래전부터 정치평론가들의 단골메뉴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하원이 국제사회는 물론 영국 국민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이 전쟁에 대한 영국의 참전을 중단시킨다면 정치평론가들의 이 말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내일 밤 저는 전쟁에 반대하는 표를 던질 생각입니다. 이 이유 때문에, 그리고 오직 이 이유 하나 때문에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현 정부를 떠나려 합니다.

원문보기: http://www.commondreams.org/views05/0807-22.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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