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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내부에 'X파일' 공개 두려운 세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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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야 내부에 'X파일' 공개 두려운 세력 있다"

[인터뷰] 원희룡 "연루자는 물러나야…과잉보호 필요없다"

당초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공개에 대해 "두려울 게 없다"고 호언장담 하던 한나라당이 날마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전면공개도 무방하다(1일)'→'특검에 공개 여부의 전권을 맡기자'(2일)→'특검 수사결과 위법성이 확인된 것만 공개토록 하자'(4일)로 나날이 움츠러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특검 주장마저 검찰 수사를 피해가기 위한 '시간끌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기 시작했다. 총대는 원희룡 의원이 멨다. '불법 도청'에 초점을 둔 당의 입장과 달리 "사건의 본질은 정경유착"이라는 게 그의 기본 시각이다. 특별법을 도입해서라도 '테이프 전면 공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주장도 당의 방침과 어긋난다. 무엇보다 "여야 내부에 내용 공개를 두려워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다음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원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편집자>

***"사생활 내용 제외하곤 'X-파일' 전면 공개해야" **

프레시안 : 오늘 국정원 중간조사 발표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 때에도 국정원의 도청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발표는 충격적인데….
원희룡 : 물론 충격이다. 과거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도청이 불과 몇 해 전까지 암암리에 행해졌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국정원 발표가 다는 아닐 테고 국정원이 발표한 내용을 두고도 사실 확인이 필요하니 철저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한다. 특히 2002년 3월까지만 도청 사실이 있고 그 뒤에는 근절됐다는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의심을 갖고 접근해 봐야 할 부분이다.

프레시안 : 안기부 'X-파일' 사건의 본질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오늘 국정원 발표로 초점이 다시 도청 문제에 맞춰지는 듯 하다.
원희룡 : 'X-파일'의 본질은 당연히 정경유착이다. 도청에 초점이 맞춰지고는 있으나 도청은 정경유착 고리에서 공작정치에 이용돼 온 수단의 일환일 뿐이다. 도청 문제가 일부분이 될 수 있으나 그 자체를 본질이라고 볼 수는 없다. 국가기관이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이용해 정권유지, 혹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 왔다는 것, 또 재벌들이 재력을 이용해 그 흑막을 공유했다는 점이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 아니냐.

프레시안 : 'X-파일' 공개를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뜨겁다. 공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원희룡 :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대목을 빼고선 모두 공개해야 한다. 검찰은 274개 테이프를 수사 단서로도 삼지 않겠다고 한 모양인데, 그래서 특검을 해야 한다. 검찰 역시 현 정치 상황 속에서 눈치를 보기 마련인데 검찰 입만 바라볼 수는 없고 모든 부담을 검찰에만 떠맡기는 것도 무리하니 정치권이 특검이라는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것 아니냐.

프레시안 : 'X-파일'의 적법한 공개를 위해 여당은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원희룡 :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파일을 공개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두고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 논란을 피하기 위해 특별법을 들고 나온 것 같은데, 그 대상이 공익을 위한 것, 혹은 진실 규명을 위한 것일 때 위법성이 양해된다는 위법성 조각 사유를 광의로 해석하면 현행법상으로도 파일 공개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고 본다. 민감하고 파장이 큰 문제에 있어 위법 논란까지 감수하며 가기보다는 정치적 합의로 뛰어 넘자는 것인데 그 부분에서 특검법과 특별법은 접점 모색이 가능하다. 특별법은 테이프의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 명시적 법을 만들자는 것이고, 특검법은 수사 주체의 피의사실 공포를 통해 현행법상에서도 공개가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니 취지는 유사하다고 본다. 다만 특별법에서 수사 여부를 제3의 민간기구가 결정토록 하자고 하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수사를 다수결로 결정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어차피 제3의 기구도 국회 추천이 될 수밖에 없으니 논란을 피하기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쓸데없는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꼴이 된다.

***"한나라당 입장도 특검을 통한 '전면공개' " **

프레시안 : '전면 공개'하자는 주장은 한나라당의 다른 지도부 인사들의 입장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원희룡 : 어제 회의에서 확인했는데 다른 지도부와 전혀 다를 게 없다. 어제 강재섭 대표가 명확하게 정리했다. '공개하되 수사주체가 공개토록 하자. 특검이 공개하면 특별법 만들지 않아도 가능하다. 사족 달지 마라'라는 것이 강 대표의 요지였고 내 주장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프레시안 : 그러나 '확인된 사실만 공개'라는 단서가 붙었다.
원희룡 : 강 대표가 그런 말 하더냐. 임태희 부대표가 브리핑 하면서 사족이 붙은 것 아니냐. 원내대표는 명확하게 정리를 했는데 '정말 그래도 되는 거냐' 하는 당내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으니 사족이 붙고 제약이 가해진 거다.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대목을 제외하고선 전면 공개하자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프레시안 : 결국 특별법 없이 특검에게 맡기면 수사주체 입장에서 얼마나 공개가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공개에 소극적이란 평이 나오는데….
원희룡 : 범위는 특검이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특검은 정치적 수사주체기 때문에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갈 수는 없다.

프레시안 : 사실 확인한 내용만 공개하자는 입장이 당의 공식입장인 것처럼 읽혀진다.
원희룡 : 원칙적으로 도청이 조작되지는 않았다는 최소한의 검증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용의 진위 여하까지 검증하자면 당사자들은 분명히 다 부인할 텐데 공개하지 말자는 입장과 다름없다.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에 악용의 여지가 있다며 사실 확인을 강조하는 모양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각론까지 들며 입장을 후퇴하는 것은 불필요한 방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복잡한 속내야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이제는 못 막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녹취록 하나가 터졌고 다른 테이프의 내용들도 일정부분 흘러나올 것이다. 암암리에 알고 있던 역사의 부패와 공작정치라는 치부가 이젠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독수독과'는 약자 논리 끌어다 과거 권력 비호하는 위선적 논리" **

이미 97년 사건은 공소시효의 보호를 받고 있다. 공개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법적으로 공소시효가 보호하고 있는 세력을 정치적 타격까지 우려해서 과잉보호할 필요 없다. 흑막 정치는 역사의 뒷무대로 사라져야 한다. 국민들은 일부 권력자들과 기생세력이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협박하고 괘씸죄를 물었던 모든 과정을 알 권리가 있다. 여러 과정 속에서 잘못을 한 사람들은 할 말이 없고 침묵해야 마땅하다. 대기업과 정권이 결탁해 국민의 의사를 공공연히 왜곡했던 상황을 확실히 알 권리가 있다. 이를 수사한 후 다시 처벌을 할지 말지는 특검이 판단할 일이지만 역사적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한 쪽이 불리하고 어쩌고 하는 문제는 다 공개해 놓으면 국민이 판단한다. 이를 악용될 소지가 있고 어쩌고 하며 막는 것은 정치권의 오만이며 국민을 경시하는 자세다.

프레시안 : 당 안에서도 주저하는 분위기가 읽히나.
원희룡 : 당 안뿐 아니라 밖에서도 공개를 막으려고 애쓰지 않나. 도청 계통에 관련된 사람들, 또 정치세력간 흑막 거래에 관련된 사람들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개 자체가 두렵지 않겠나. 그들의 논리가 '불법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갖고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인데 개인이 도청한 자료를 단서로 수사가 진행된다면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은 국가기관의 도청에 대한 얘기다. 사생활 보호, 혹은 독수독과(毒樹毒果)론 등을 들어 공개를 막으려는 것은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논리를 끌어다가 과거 권력의 배후를 비호하려는 음험한 작태다. 공익을 위해서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을 극복할 수 없는 장애인 양 쟁점화하는 것은 과거권력에 대한 과잉보호이자 위선적 논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프레시안 : 과거권력을 과잉보호하려는 세력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수 있나.
원희룡 : 다 알지 않나. (웃음) 녹취록을 보지 않는 이상 누구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

***"덮을 수 있다면 덮고 싶어하는 당내 분위기도 있어" **

프레시안 : 외부에서는 한나라당 집권 당시의 사건이라 공개 후폭풍을 우려한 한나라당이 공개를 두려워한다고 보고 있다.
원희룡 : 반대로 볼 수도 있다. 테이프를 갖고 있던 공운영씨의 행보를 봐라. 천용택, 박지원이 덮지 않았냐. 오히려 조준이 DJ쪽으로 향할 수도 있다. YS 쪽은 도청을 했던 당사자니 배경에 묻어가며 같이 망신을 당할 수도 있으나 정조준 되는 쪽은 DJ 쪽 아니겠냐.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추측일 뿐이나, 당시 도청이 야권 동태 파악은 2순위이고 집권당 내부 사찰이 0순위 목표였던 만큼 사생활이나 배달사고 등의 내용이 공개되면 당시 여권이던 한나라당 관련인사들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덮을 수 있다면 아주 조그만 내용이라도 덮어서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있다.

프레시안 :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나.
원희룡 : 어제 강재섭 대표가 말할 때에도 그런 세력이 반대할 것으로 추측했으나, 반론을 가할 수 있는 자리였음에도 반론을 가할만한 사람들이 반대하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적극 공개해야 한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고. 공개를 하느냐 마느냐의 변수는 DJ 진영이다. 한나라당 내에 과거정권 관련자들이 이어져 있듯 DJ 정권의 맥도 현 정권과 이어져 있다. 이들이 공개에 극심하게 반대할 것이고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개의 파장에 대해서는 연루된 사람들이 걱정할 문제지 국민들이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그 사람들의 파장까지 감안해 공개 원칙을 훼손하거나 본질을 희석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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