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지자체가 대형마트와 SSM 영업을 일부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홈플러스 등의 유통대기업들이 잇따라 의무휴무조례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8월 초 현재 해당조례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마포상인회총연합회, 망원시장상인회, 월드컵시장상인회 등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사회적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행정소송 남발을 중단할 때까지 대형마트와 SSM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7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앞에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마포상인회총연합회, 망원시장상인회, 월드컵시장상인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사람들이 유통대기업들의 로고가 그려진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하얀) |
"대형마트·SSM,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지역공동체 짓밟아"
중소상인들은 이날 "유통대기업들은 전통상업보존구역에까지 막무가내로 대형마트를 입점 시키고 있고, 소매업뿐 아니라 도매업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유통대기업은 고삐 풀린 망아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의무휴무제가 시행되던 지난 5, 6월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난 6월 서울 강동·송파에서 행정법원이 대형마트와 SSM편을 들어 의무휴무제를 풀어준 것을 시작으로 행정소송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목상권 회복세에 유통대기업과 법원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기획실장은 "대형마트 규제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지난달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경제민주화 의식조사' 결과를 내세웠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4%가 SSM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제해야 한다고 답했고, 74.5%가 대형마트 의무휴무 제도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하루 동안 자동전화면접조사방식으로 실시됐다.
이어서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팀장은 "무분별한 대형마트 확장은 단지 중소상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공동체 전체의 문제"라며 "대형마트 입점으로 지역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공동체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김문수 서울시의원은 "재작년부터 SSM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왔지만, 지금 보니 의무휴무조례 만으로는 한계가 크다"며 더 강력한 유통대기업 규제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망원시장 상인들이 "합정동 홈플러스를 불매운동으로 막아내자"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고 있다.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 합정점은 예정대로 8월 말 입점할 계획이다. ⓒ프레시안(최하얀) |
망원시장 상인들 "홈플러스 합정점 반대하며 농성 돌입할 것"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됐던 마포구 망원시장은 대형마트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골목상권이 잠식되는 상징적인 장소다. 예정대로 망원시장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홈플러스 합정점이 8월 말에 입점하면, 반경 2.3km 안에 홈플러스 매장 3곳이 들어서게 된다. 재래시장 하나가 대형마트 세 곳에 포위되는 꼴이다.
망원시장 중소상인들은 지난 몇 달 간 시민·사회단체들, 민주통합당 서울시 의원들과 함께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서면 망원시장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월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월드컵시장상인회 홍지광 회장은 "많은 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 관계자는 협상자리에 나와 대통령이 (반대)해도 입점 철회를 하지 않을 건데, 서울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며 "홈플러스가 협상의지가 없으니 이제 남은 방법은 농성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0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한다.
망원시장상인회 조태섭 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망원시장은 저지선이다. 망원시장이 무너지면 유통대기업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모든 중소상인들이 생계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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