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과 관련해 27일 김대중 전대통령 관련 부분이 누락됐음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공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공세를 펼치며 이를 정국 반전의 계기로 활용할 움직임을 보였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브리핑을 통해 "녹취록 누락은 특정 정당을 표적 삼아 공개했고 다른 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공작이라는 데에 많은 당직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노무현 정권에 앞선 민주당 정권의 일은 당연히 현 정권의 책임으로 간주한다"며 "현 정권과 관련된 불리한 내용들이 빠져 있는데, 현 정권이 어떤 관여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한겨레>에서 보도한 내용 중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도록 당 정책위에서 검토를 지시하겠다'는 내용이 이회창 전총재의 발언이 아니라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대통령후보의 발언이라고 부분을 집중 성토했다. 이 부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선 이 부분에 대해 모든 당직자들이 상당히 분개했다"며 "이것으로 명예훼손을 입은 사람들은 어떻게 명예 회복을 하겠나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 이날 회의에선 <MBC>가 박지원 당시 문광부 장관이 이미 5년전에 X파일과 관련한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보도를 함에 따라 "전 정권에서 테이프 내용을 고의로 은폐하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아울러 이 부대변인은 "녹취록이 조작된 것인지 혹은 테이프가 편집된 것인지 여러 의문이 함께 든다"며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한겨레>는 또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게 됐는지, <한겨레>가 테이프를 갖고 있는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X파일 사건이 불거지며 이회창 전총재와 삼성의 불법자금 커넥션이 집중 부각되자 대국민사과를 하며 수세적 입장을 취해 왔다. 하지만 이 사건이 김대중 전대통령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불법도청과 여야 대선후보를 아우르는 특검 수사를 주장하며 이를 정국반전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당직자는 "불법도청 여부를 뒤지면 현 정부에서도 다치는 사람이 나올 것이고, 저쪽 대선후보와 관련된 사실도 나오지 않겠냐"며 "우리는 이미 나올 것이 다 나왔으니 아무 부담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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