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고교평준화 폐지'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가 "정운찬 총장이 '우수인재 확보'의 덫에 걸려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엘리트주의적인 교육관을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대학 자체 시험이 중요해지는 순간부터 '본고사'"**
민교협은 20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초 논란은 서울대 입시안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냐 아니냐였는데 어느새 대학의 자율성 훼손 여부로 옮겨갔다"며 논란의 초점을 분명히 했다.
민교협은 "우리는 서울대 교수협과 평의원회가 대학의 자율성 운운하며 '본고사 우려'를 전혀 근거없는 억측으로 폄훼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강남 논술학원의 문전성시와 부유층과 보수언론의 환호 등이 모두 무지에서 나온 오해냐"고 반문하며 "그렇게 간주하는 그들의 현실인식이 천진난만하거나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교협은 이어 "대학 자체 실시 시험이 내신에 못지않은 영향을 미치거나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경우, 그 시험이 통합교과형이든 개별교과형이든 사지선다형이든 고교 교과과정이든 아니든, 그 시험은 명백히 본고사로 규정해야 한다"며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이지 본고사가 아니라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못박은 뒤 "(이로써) 사교육 열풍을 막을 수 없고 고액의 양질 과외로 사교육 시장에서 체계적인 준비를 한 학생이 유리하다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논술, 그렇게 중요하다면 학교 교육에 포함되도록 촉구하길"**
민교협은 "물론 논술고사가 학생들이 지닌 창의적인 사고력과 지적 잠재력 평가에 유용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논술 능력의 평가가 교육 정상화를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행해져서는 안된다"며 "논술이 그처럼 중요하다면 서울대는 오히려 정부에 논술 교육을 학교 교육에 포함시키도록 촉구하고 학생 선발시 논술 성적에 가중치를 주는 방안을 택하는 것이 옳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은 "중요한 점은 학생들은 사교육이 아닌 학교 교육을 통해서만 부모의 경제력 등에 상관없이 자신이 지닌 제반 잠재능력을 키워갈 공정한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라며 "물론 내신 위주로 선발해도 내신 성적을 위한 사교육의 발호를 막을 수 없다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학교 교육 충실도가 중심이고 사교육은 보완에 그치게 되는 효과는 있다"고 주장했다.
민교협은 이어 "우리는 이 사태에서 서울대 교수들과 국민들 생각과의 큰 괴리를 발견했다"며 "실제로 많은 서울대 교수들은 서울대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초일류대학이 돼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우수인재 선발은 포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서울대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의해 학생선발이 좌지우지 되는 입시제도를 과감히 폐기하고 잠재적으로 우수한 능력이 있지만 열악한 교육여건과 사교육의 혜택 못 받아 개화시키지 못한 가난한 학생들도 대거 서울대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입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정운찬 총장의 일련의 발언들도 비판했다.
***"정운찬 총장,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에는 답 못해"**
이들은 "정운찬 총장이 고교 평준화 제도를 비판하며 '핵심인재 1명이 수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말을 인용한 것에서 드러나듯 그는 다수 사람들의 전반적인 능력의 함양에 기여하는 교육보다 소수의 우수한 인재들의 능력의 집중적인 함양에 기여하는 교육을 절대화하는 지극한 엘리트주의적인 교육관의 소지자"라며 "그러나 핵심인재 1명이 수만명을 먹여 살리는 사회란 자신이 지닌 크고 작은 능력들을 개발한 많은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해 서로 이끌어주는 민주사회가 아니라 사회발전을 주도하는 소수 엘리트들이 다수 대중을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는 비민주적인 엘리트지배사회일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총장은 또 '어릴 때부터 자기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정리하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실시를 굽히지 않겠다'고 하나 우리는 학생들의 논술능력을 키우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능력을 대학 자체가 실시하는 본고사로써 평가한다는 데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교협은 "이 대목에서 정 총장이 '논술능력 평가'의 중요성만 강조하지 그 평가를 어떻게 공교육 정상화와 결합시킬 것인가는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며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는 고교과정에 기초해 문제를 낼 것이기 때문에 사교육이 필요없다는 식의 주장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에 의해 평가받는다. 서울대 총장으로서의 '심정윤리'가 아니라 '책임윤리'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서울대 입시안의 전면적인 재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교협은 교육부에 대해서도 "김진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난 1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논술고사가 본고사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고 EBS 논술강의를 확대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미 본고사 성격을 지니게 된 논술고사의 시행을 묵인하는 것"이라며 "이는 교육부가 교육정상화를 외치면서 뒤로는 이를 어렵게 만드는 입시제도 시행을 용인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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