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선거구제 개편을 매개로 연정을 제안한 데 대해, 민주당과 민노당은 우선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면으로는 여권의 진의 파악에 주력하며 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연정을 제의케 된 '진의'를 강조하며 야당의 수용을 연거푸 촉구했다.
***민노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바람직"**
민주노동당은 연정 자체에는 난색을 표했지만, 문 의장이 조건으로 내건 선거구제 개편에는 입맛을 다셨다.
김배곤 부대변인은 11일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을 통해 "민노당은 정부 여당과의 정책 공조를 통해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실현하는 성과가 있다면 이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며 공조의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며 "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연정 자체를 논의하기 전에 주요 현안에 대한 진정성 있는 분명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내용상으로는 '사안별 공조'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지만, 여권의 제안에 느슨하게나마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민노당으로서는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이란 '연정의 조건'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천영세 의원단 대표 역시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권력구조 개편이든 선거제도 개편이든 총체적인 정치현실을 판단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면 정치발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제2차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자는 여권의 제안에 반색했다.
그러나 천 대표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정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제도 도입을 위한 것이지 그것을 전제로 연정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선거구제 개편 논의 자체가 곧 연정 수용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민주 "연정으로 노무현 정권 쇠락할 것" 대립각 **
선거구제 개편으로 득 볼 것이 없는 민주당은 우선 "정치 상황이 어려워지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제안들을 내놓고 있다"며 여권과 각을 세웠다.
이날 대표단 회의에서 한화갑 대표는 "노무현 정권은 연정 논란을 계기로 결국 내리막길로 갈 것이고 열린우리당 역시 쇠락해갈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야당성을 회복해 야당으로서 국민의 편에 서서 비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선거구제 개편 제안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협의기구를 만들어 논의해야지 이런 식으로 열린당 의장이 제안한 것은 야당이 받을 수 없게 하기 위해 제안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며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권력구조 개편이고 개헌이라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제안하라"고 말했다.
김종인 부대표 역시 "현재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도가 최하수준이고 돌파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국면 전환을 해보고자 연정을 들고 나오는데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며 여권의 제안을 일축했다.
*** 우리 "야당 태도 옹졸해"**
이같은 야당 측의 냉랭한 반응에 문희상 의장은 "아주 중요한 제안을 대통령이 했는데 이를 가볍게 보는 말장난식 논평이 나와 실망했고, (제안을) 싸움으로 보고 희화화하는 것은 최저질의 정치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의장은 이날 금강산에서 열린 당직자 수련대회 강연을 통해 "(연정 제안의) 목표는 하나, 지역구도를 타파하자는 것"이라며 "안목을 지닌 걸출한 지도자가 야권에 있어야 하고, 용기를 가진 분이 있다면 이것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특히 "박근혜 대표가 21세기를 내다보는 선구자적 안목을 가진 지도자라면 이 제안(연정)을 받을 것"이라며 박 대표의 실명을 거론해 여권의 연정 구상이 한나라당을 염두에 둔 '대연정'임을 명확히 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역시 "여당과 대통령이 총리지명권까지 양보하겠다는 결단을 했는데 야당이 몇 시간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거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며 "야당의 태도가 너무 옹졸하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정 대표는 이날 '열린정책포럼'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연정 제안은 진정성을 가지고 제안하는 것이니 야당도 심사숙고해서 받아달라"며 "이는 단순히 정치적 제스처로 치부할 상황이 아니고 아주 공식적이고 정상적인 방안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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