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시장 찾은 우리당에 상인들 "정치나 잘하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시장 찾은 우리당에 상인들 "정치나 잘하지…"

문희상 "눈물 닦아주는 게 정치... 할인점 영업시간 제한 검토"

국회가 열리지 않는 7,8월 하한기를 맞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방학'을 반납하고 본격적인 민생행보에 나섰다. 문희상 의장 등 우리당 의원 10명은 8일 봉천동 원당시장을 찾아 일일 점원으로 직접 물건을 팔고 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민생체험을 시도했지만, 오랜 불황으로 얼어붙은 민심을 녹이는 일은 만만치가 않아 보였다.

***장면 1. "살기 답답하니 국회에서 싸움질 좀 하지 말아요" **

노란 조끼를 입은 문희상 의장은 이날 청과물 가게 점원으로 변신했다. "자두가 네 개, 천원"을 외치는 문 의장 앞에 주변에서 장사를 한다는 60대 아주머니가 대차게 맞섰다.

다부지게 허리에 손을 얹은 아주머니는 "제발 물가 좀 올리지 말고 국회서 싸움질 좀 하지 말아요. 살기도 답답해 죽겠는데…"라며 불만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고개를 끄덕이던 문 의장이 겸연쩍은 듯 "그래도 뭐 하나 사 가세요"라고 붙잡자, 아주머니는 "국회의원들이 뭐 하나라도 사 줘야지, 우리는 마음 놓고 만 원짜리 수박 하나 못 사먹어요"라고 쏘아붙였다.

아주머니가 "이렇게 살기 어려우니 세금 올리지 말고 돈 받아먹은 놈들 돈 싹 다 뺏아서 그걸로 정치 하세요"라고 훈수를 두자, 문 의장은 "싹 다 감옥에 보내고…"라고 거들어보기도 했지만 "감옥에만 보내면 뭐해, 돈을 뺏아야지"라는 차가운 반응이 돌아왔을 뿐이다.

문 의장을 따라온 취재진과 당직자들이 가게 앞 골목을 메우자 오히려 손님이 다니는 길이 막힌 주변 가게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옆 골목에서 정육점을 한다는 60대 부부는 "없는 사람 살기 힘들게만 하는 사람들인데 여기까지 어찌 왔을까", "몰라, 제대로 물건 팔려면 혼자 오지 여럿이 몰려와서 길 막으면 팔릴 물건도 안 팔리겠다"며 볼멘소리를 주고받았다.

골목길 정체는 문 의장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40분만에 시장을 떠나자 곧 해소됐다.

***장면2. "오늘은 그나마 낫지만 이게 다는 아닌데..." **

일일 점원으로 우리당 의원들을 '채용한' 가게 주인들은 평소보다 오른 매출에 반가운 기색이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오늘은 특별한 경우일 뿐"이라며 재래시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참기름집 점원이 된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은 반나절 만에 2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판매왕'. 참기름집 정모씨는 "의원님 인상이 좋아 하루치로 짜놓은 참기름이 싹 다 팔렸다"며 싱글벙글했다.

그러나 정씨는 "의원님들이 보고 가야하는 건 저녁장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호기심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의원들이 '장사가 안 되는 건 아니네'하고 돌아 갈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윤호중 의원이 부식을 판 채소 가게도 그 덕분에 오전 매출이 10만원 정도 올랐다. 그러나 주인 김모씨는 "장사가 안 되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이것저것 손님이 끊이질 않으니 돌아가서 다른 의원들한테도 경기가 좋다고 할 것 같다"며 오히려 혀를 찼다.

김씨는 "예전에는 몸 고달파도 하루 장사 열심히 하면 살기가 괜찮았는데 딸 넷 다 대학공부 시켜 놓은 지금이 오히려 애들 키울 때보다 훨씬 힘들다"며 "서민생활 안정시킨다곤 하는데 실행되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희상 "할인점 영업시간 제한도 검토" **

이에 의원들은 "서민들을 위한 입법에 힘쓰겠다"고 입을 모으며 싸늘한 분위기를 녹이려 애썼다.

문희상 의장은 "우리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란 강령을 갖고 있고 경기 불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소상인 여러분들의 어려운 사정도 잘 안다"며 "어렵고 힘들 때 먼저 눈물 닦아 주는 게 정치의 요체라는 마음가짐으로 오늘 하루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이어 재래시장 대책을 묻는 기자들에게는 "할인점들이 생기면서 재래시장이 줄었다"며 "할인점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방법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명숙 상임중앙위원도 상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서민들이 돈 천원을 꼬깃꼬깃 접어서 물건을 사러 오시는 걸 보면서 천원의 소중함을 느꼈다"며 "이런 서민들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좋은 정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돌아가 9월 국회가 열리면 서민을 위한 입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