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원들이 들어온 뒤 이곳엔 성매매 여성들이 대거 생겨났어요. 대부분 18세 이하의 소녀들이죠. 키리바시에선 한국선원에게 성매매를 하는 젊은 여성이라는 뜻으로 '꼬레꼬레아'라는 말까지 생겼답니다. 이들 대부분은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직업을 가질 의욕을 잃고, 한국선원을 기다리며 술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키리바시 여성NGO연합 대표, 마레 테카네네)
"고등학교까지 공부한 꼬레꼬레아가 있는데, 꼬레꼬레아가 되면서는 아예 직장을 가질 생각도 않아요. 키리바시에서 고등학교까지 공부하면 엘리트에 속하고 직장을 얻는 길도 넓은 편인데…." (키리바시 가이드, 마리에타)
남태평양에 위치한 인구 9만명의 미니국가 키리바시. 관광사업이 발달하지 않아 국고의 상당부분을 해외 원양어선들의 입어료에 의지하는 이 나라는 최근 한국 선원들에 의한 '아동 성매매'로 골치를 썩고 있다. 2003년에는 한국 어선들의 정박을 아예 금지했을 정도다.
***"소녀들, 성매매 대가인 돈과 현물로 가족 부양"**
매해 50~80명으로 추산되는 꼬레꼬레아는 보통 16~20세의 소녀들로, 2004년 유니세프(UNICEF)의 '키리바시의 아동 상업적 성착취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꼬레꼬레아의 70%가 18세 미만이었다.
이 소녀들은 대부분 학력이 낮고 가정폭력이나 알콜중독 등으로 가족 구성원간 갈등이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성매매는 보통 한국선박이 정박하는 부두 근처의 술집이나 선박 안 선실에서 이뤄진다.
이들은 1회 성매매의 대가로 돈 또는 현물(생선, 담배, 술, 옷 등)을 받으며, 이들이 1회에 받는 1백호주달러(1호주달러=8백원)는 실업률이 50%에 육박하는 키리바시에서 직장인의 평균 2주 수입에 해당한다. 이 돈은 가족들의 생계비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 꼬레꼬레아 2세들까지 늘어나면서 상황이 심각해지자 카라바시의 여성NGO들은 '한국 선원들에 의한 아동 성매매'를 2004년 11월 UN ESCAP(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에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현지 소녀들의 건강권과 정신건강 피해 심각"**
이렇게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아동인권 가해국'으로 지목되자, 청소년위원회와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ECPAT-KOREA)는 지난달 24~27일 현지조사를 벌인 뒤 6일 정부중앙청사 10층 국무총리 브리핑실에서 이와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정만 소장은 "현지에 가보니 키리바시인의 90% 정도가 꼬레꼬레아에 대하여 알고 있었고, 이 소녀들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어 있었다"며 "더구나 2002년에는 18세 이하의 성매매 피해 여성 80여명이 '외국 배를 탔다'는 이유로 구속된 적도 있어 왜 피해자만 처벌하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현지 피해여성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남태평양에서 한국인이 선장인 포세이나(투망식 참치어선)는 총 30여척으로 한 배당 20여명의 선원이 타며, 키리바시에는 연간 3~5번 정박하고, 한번에 3~7일 가량 머무른다. 배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인도 있지만 이들은 종교적·경제적 이유로 성매매를 하는 일은 없다"며 "한국 선원들도 만나봤지만 이들은 키리바시 정부가 먼저 성매매금지법을 만들지 않는 한 근절은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선원들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 에이즈 감염 등으로 소녀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으며, 키리바시에서도 최근 HIV감염자가 생겨나면서 이를 더욱 경계하고 있다"며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 꼬레꼬레아 2세들에 대한 지원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위 "해양수산부와 남태평양 지역 조사 확대할 것"**
이에 청소년위는 해양수산부와 외교통상부 합동으로 키리바시를 포함한 남태평양 섬에서의 성매매 실태조사를 확대하고, 키리바시 정부와 '범인 인도조약'을 체결해 청소년성보호법과 성매매방지법을 국외에서도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은 청소년성보호팀장은 "현재 청소년성보호법은 한국인이 외국에서 저지른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도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키리바시 정부가 경제적 상황으로 한국 선원들에 의한 처벌규정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국 정부 또한 한국 남성들의 해외 성매매를 처벌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선원들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우선돼야할 것"고 말했다.
청소년위는 또한 국제 NGO와 함께 꼬레꼬레아와 꼬레꼬레아 2세에 대한 지속적인 보건조사 및 의료.교육 지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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