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가 교육 당국에게 "두발 자유는 학생의 기본권이므로 각 학교에서 '강제 이발'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두발 제한이나 단속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이뤄지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두발 규제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인권위 박찬운 인권정책국장은 4일 이같이 밝히고 "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기 위한 학칙의 제ㆍ개정이 학생들의 실질적인 참여 하에 정해질 수 있도록 교육부가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강제 이발의 인권침해성에 대해서는 교사들 간에 이견이 없었으나 '두발의 자유가 학생의 기본권이냐'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었다"며 "학생이 교육의 주체이지만 대상이기도 하거니와, 학교의 자율권 역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니 학생 인권과 충돌되지 않게 두 권리가 적절히 조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라는 용어가 애매하다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박 국장은 "인권위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구체적 결정은 각 학교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자율적 기구를 통해 결정되는 게 낫다고 결론내렸다"며 "다만 학생들의 실질적인 의견 반영 절차를 강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교육 당국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는 '강제 이발'에 대해서는 '기본권'을 천명하며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지만 '교권의 이름으로 학생 신체의 일부가 제한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선 학교와 학생의 손을 동시에 들어준 셈이다.
***"인권위의 '애매모호 결정' 실망"**
이와 관련 인권위가 개최한 두발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영삼 대신고 교사는 "이번 인권위 권고는 논쟁의 원점에서 전혀 나아가지 않았다. 애초 논란의 초점은 학생의 두발 자유가 기본권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학교가 학생들의 두발에 관여하는 것이 맞냐 틀리냐였다"며 "이미 5월 서울시교육청이 인권위 권고와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학교 현장에는 전혀 파장이 없었다"고 전하며 인권위가 '최소 범위에서의 두발 제한'을 인정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다.
전교조 학생청소년위원장이기도 한 김 교사는 "교육부가 각 학교에게 '전교생의 의견수렴, 강압적 조치 여부'를 묻고 위반 학교에 대한 처벌규정 가이드라인까지 마련케 하려면 인권위가 적어도 '두발 규정은 원천적으로 잘못됐으며 이러한 시대 착오적인 논쟁을 종결하라'는 정도까지는 나왔어야 압박이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인권위마저 교육부에 애매모호한 권고를 내리면, 교육부의 방관 아래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묵살되어 온 상황이 변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한편 인권위 박찬운 국장은 이번 권고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최근 인권위로부터 '강제이발'과 '획일적 두발 강요'에 관해 권고 조치를 받은 2개의 고등학교와 1개 중학교가 관련 학칙을 개정중"이라며 "교육 당국이 합리적 이유 없이 인권위의 권고를 지키지 않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교육부의 적절한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전국 학생들의 진정이 폭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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