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을 점거하면서 파행을 빚었던 비정규직 관련 입법의 6월처리가 무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이경재)는 28일 무산의 책임을 모두 민주노동당과 노동계로 돌리면서 6월 처리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민노당은 환영의 의사를 밝히며 "7~8월에 노동계와 충분히 대화하자"고 말했지만, 우리당은 "앞으로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한 어떠한 주도권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노당 및 노동계와의 대화중단을 선언했다.
***이목희 "앞으로 비정규직법과 관련한 어떤 행동도 안한다"**
이경재 환노위원장은 우리당 환노위원들과 함께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비정규직 법안 심사를 위한 위원회의 의사일정이 민노당 의원들과 노동계 인사들의 점거 농성으로 인해 모두 무산됐다"며 "이제 법안의 회기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처리 무산을 선언했다.
이 위원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시급한 민생법안을 회기내에 처리하지 못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오늘 비정규직 법안 처리 유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의사진행을 막은 민노당 의원과 일부 노동계 인사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점거사건은 국회의 입법권을 방해한 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민노당과 노동계를 싸잡아 비난했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이목희 의원도 "법안 처리 무산에 책임지고 법안심사소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 상황이 방치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은 엄청나게 가중된다"며 "이와 관련한 역사적, 대중적 책임은 민노당에 있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처리 무산의 책임을 민노당에 돌렸다.
이 의원은 "나와 우리당은 이 법안과 관련해 어떠한 이니셔티브도 취하지 않겠다"며 "즉, 우리가 나서서 비정규직 법안을 만들자, 대화하자, 토론하자는 이런 행위를 일체 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노동계와의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이경재 위원장도 향후 처리 일정에 대해 "재계쪽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지 않아서 강행 처리를 요구하지 않고 있고, 민노당이 결사 반대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노동계와 대화할 기회가 있을지 장기적으로 유보가 될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향후 처리과정의 진통을 예고했다.
***민노 "대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법안 처리 유보 결정에 민주노동당은 "오늘은 대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며 "비정규직법안 논의의 끝이 아니라 진정으로 비정규문제를 풀어나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노당 의원단 전원은 이경재 위원장의 입장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처리유보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국민의 81.8%가 6월 일방처리에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 61.8%가 인권위가 제시한 비정규직 축소, 차별 철폐, 노동기본권 보장에 찬성했다"고 지적했다.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환노위 소회의실을 점거하며 물리 저지를 한 데 대해선 "절차적인 민주주의를 어느 정치 세력보다도 소중히 여기고 있는 민노당으로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천 대표는 "하지만 다수결의 원칙만 존중하고 넘어갈 수 없는, 내용상의 민주주의, 질적인 민주주의, 정의와 직결되는 부분을 더 존중해야 했기에, 불가피하게 이런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로 인한 비난이 있다면 돌팔매라도 달게 받겠다"고 강변했다.
향후 처리와 관련해서 천 대표는 "노동계는 7월과 8월 충분한 토론과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민노당이 앞장서겠다. 정부여당이 애초 밝혔듯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비정규 입법이 필요하다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대화와 합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노동계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노동계도 "이제 올바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6월 협상에서 정부와 재계는 대화의 성의는 보이지 않고 졸속 처리만 주장해 협상 자체를 파행으로 몰았다"며 "앞으로 노사정은 비정규직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을 분명히 해서 다음 국회에서 비정규보호 입법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