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관련 입법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법안 심의를 막기 위해 회의장 점거에 들어간 가운데, 6월 중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노총을 대변하는 민노당이 조직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양대 노총과 민노당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 우리당 "양대 노총보다 생생한 비정규직 목소리 듣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법안소위를 열어 비정규직 관련 입법을 심의하기 위할 예정이었다. 앞서 이목희 소위위원장이 "6월 국회 중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날 소위에서는 협의가 진행돼 온 선에서 법안 통과가 예상됐었다.
이에 회의 10여분 전 민노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총출동해 회의장을 점거했다. 회의 진행을 막기 위해 민노당 단병호 의원은 위원장석을 꿰찼다. 비정규직법의 골자라고 할 수 있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법 통과를 서두르기 보다는 노사정이 대화를 더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법안 심의가 불가능해진 이 위원장을 비롯한 우리당 환노위 위원들은 기자실로 내려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을 정규직을 대변하는 노총과 민노당이 고집으로 막아서고 있다"며 민노당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차별을 금지시키고 차별을 시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지금 만들 것인지 아니면 민노당이 점거 농성을 통해 주장하듯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비정규직의 처절한 고통을 계속하게 할 것인지 차별과 고용불안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의견을 묻고 싶다"며 "당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조직에 속해있지 않은 비정규직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위원장은 "노사정 대화를 15차례 1백5시간 이상 계속됐으니 더 이상 논의를 위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을 늦출 수 없다"며 "국회법이 허락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6월 중 입법이 가능토록 하겠다"고 말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 등의 수단을 통해서라도 6월 중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민노당 "기간제 사유제한 빠진 법이라면 온 몸바쳐 막겠다" **
우리당의 비난에 민노당도 발끈했다. 회의장 점거 중이던 심상정 의원은 우리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자회견장으로 내려왔다.
심 의원은 우선 "민노당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한 이목희 위원장을 향해, "노동운동 경력을 자랑으로 삼는 의원이 사실을 왜곡하고 반노동악법을 강행통과시키기 위해 '노-노(努-努)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데 대해 서글픔을 금할 수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심 의원은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켜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되는 노동유연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방도 내리지 않은 채 비정규직 보호만을 내세우고 있다"고 "운동경기에서도 할리우드 액션을 자주하면 퇴장 당하는데 비정규직 양산 법을 보호법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심 의원은 우리당이 "노총의 의견이 아닌 여론조사를 통해 비정규직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비정규직만 모아 따로 여론조사를 하는 방법이 우리당에 있나보다"고 비꼰 뒤, "여론수렴을 명분으로 한 말장난"이라고 일축했다.
심 의원은 끝으로 "정부 여당이 기간제 사유제한이 빠진 지금과 같은 법을 보호법으로 합리화하며 처리 수순을 밟는다면 우리도 온몸을 바쳐서 막아내겠다"며 강한 반대 의지를 보여, 비정규직관련법안의 처리를 둘러싼 우리당과 민노당 간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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