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시사미디어(대표 이장규)가 발행하는 <월간중앙>이 지난 20일 발매된 7월호에 애초 김운용 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퇴를 둘러싼 내막 기사를 실으려 했다가 권력과 자본의 전방위 압력에 밀려 이를 싣지 못했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월간중앙>은 지난 6월호 발매 때에도 이종석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차장 관련기사가 발행직전 삭제된 바 있다.
***"청와대-IOC-김운용 밀약 보도, 거대자본 압력에 누락"**
<월간중앙> 소속 기자 13명은 지난 20일 '독자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월간중앙> 7월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김용운 전 IOC 부위원장 관련 기사가 권력과 거대자본의 압력으로 실리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기자들은 짤막한 성명 글에서 "권력과 거대자본의 외압에 진실보도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고 독자와 국민에게 사과하는 한편,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중앙일보 및 월간중앙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기자들은 앞으로 어떤 부당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기자들에 따르면, <월간중앙> 7월호에는 김 전 IOC 부위원장의 지난 5월 중순 자진사퇴와 관련해 이의 내막을 파해친 '자크 로게-청와대-김운용 위험한 3각 빅딜 있었다' 제하의 기사가 실릴 예정이었다.
기사는 김 전 부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전제로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청와대가 △2014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 △베이징 올림픽 이후 태권도의 정식종목 유지 △IOC 위원의 한국인 승계 등을 걸고 극비협상을 벌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 발매를 앞둔 시점에서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권력층의 한 관계자가 <월간중앙> 김진용 대표를 직접 찾아와 게재중단을 요구했고, 이에 김 대표는 이를 바로 거절했으나 결국 중앙일보와 특수관계에 있는 모그룹의 압박에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기자들의 설명이다.
기자들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성명에서조차 압력의 실체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언론계에서는 성명서에서 일컬은'권력'이 청와대, '특수관계의 모그룹'은 삼성을 일컫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이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IOC위원인 데다가, 삼성은 아직까지도 중앙일보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애초 7월호 발매 예정일이었던 18일을 몇 시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17일 저녁 9시께 위로부터 기사삭제 통보가 내려오자 곧바로 비상총회를 소집, 기사삭제 문제를 거세게 항의했으나 이를 막는 데 실패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이번 사태는 언론이 권력에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도 자본에게는 이미 항복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월간중앙> 기자들뿐만 아니라 중앙일보 소속 기자들도 동질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보다 확실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간중앙>의 기자들의 성명 발표 움직임을 감지한 뒤 월간중앙은 물론 중앙일보 간부들까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다각적 설득작업을 벌였으나, "더이상 이런 검열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기자들의 단호한 의지로 성명이 발표되기에 이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월호 때도 이종석 NSC 차장 관련 기사 삭제**
<월간중앙> 기자들이 기사 삭제 사실을 외부에 폭로할 정도로 격노한 것은 기사 삭제 사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간중앙>은 지난달 6월호 발매 때에도 이종석 NSC 사무차장에 대한 청와대의 극비조사와 관련한 기사를 게재하려다가 인쇄까지 마친 4만여부를 자진 폐기하고 기사를 대체한 바 했다.
당시 <월간중앙>에 실리려던 기사는 <월간중앙>에서는 삭제되고, 엉뚱하게 <월간중앙>측이 미리 각 언론사에 배포한 요약본으로 인해 엉뚱하게 문화일보 5월 17일자에 '청와대, 이종석 NSC 차장 극비 조사중: 작계5029관련…정동영 NSC 상임위원장 4월초 지시' 제하의 1면 톱기사로 실리는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월간중앙>측은 당시 언론계를 중심으로 '외압설'이 나돌자 이를 극구 부인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관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기자와 편집진이 합의해 기사를 빼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월간중앙> 기자들은 6월호 발매 며칠 뒤 기자총회를 열어 재발방지와 회사 이미지 실추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등 강하게 반발했었다.
기사 당사자인 이종석 차장은 파문 발발직후인 지난 5월24일 청와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기사와 관련해 5월 12일 <월간중앙>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한미관계가 어려우니 국익차원에서 작계5029 관련 기사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고 <월간중앙> 사측과의 통화내용을 시인한 바 있다.
<월간중앙>의 잇따른 기사 삭제 파문은 사주인 홍석현씨가 참여정부의 주미 한국대사라는 공직을 맡고 있는 데다가, 참여정부가 그동안 "정권 출범후 단 한차례도 언론에 기사 삭제 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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