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책위원회가 13일 정부에 대해 "판교 신도시 개발을 전면 재검토한 뒤 공영개발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공공주택과 민간주택 모두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권 전매 금지 등 '획기적 부동산투기 대책'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건설회사 CEO출신의 김양수 의원이 지난 9일 대정부질문에서 제안한 대안 및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전폭 수용한 것으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진통끝에 이를 수용할 경우 분양원가 공개 및 판교 재검토에 반대하고 있는 정부여당은 국적법 개정에 이어 또다시 여론의 헤게모니를 빼앗기고 궁지에 몰릴 전망이다.
***한나라당 정책위 "판교 재검토-분양원가 공개-분양권 전매 금지"**
한나라당 이혜훈 제4정조위원장은 당 정책위원회(위원장 맹형규) 회의를 마친 뒤 서병수 정책위부의장, 김양수 의원과 함께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판교 재검토', '분양원가 전면 공개' 등 4개항의 당론 추진 검토 사항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우선 첫번째, 부동산 폭등의 진앙이 된 판교 신도시 개발과 관련, "14일 시작되는 판교신도시 택지 분양 접수를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라"며 "판교의 공영개발을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두번째로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 "정책위에선 분양가 원가공개의 당론화 과정을 논의해보기로 했다"며 "지난 당론은 공영 주택의 경우만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이번엔 공공과 민간 부문의 분양가 원가 공개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공론화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세번째 분양권 전매와 관련해서도, "분양권 전매 금지 법안도 제출했다"며 "분양권 전매제도가 도입당시 취지와 달리 서민들 집값을 폭등시켜 투기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네번째, 공공택지의 공영개발 제도도 수용했다.
이 위원장은 "금주 금요일에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정부 책임자들과 모여 판교문제를 중심으로 한 대토론회를 개최한 뒤,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 정책위에서 경실련과 김 의원의 제안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이날 정책위 회의에선 맹형규 정책위의장이 김 의원의 제안에 큰 공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 재건축 규제 등 이견, 당론 확정까지는 난관**
이같은 방안이 당론까지 결정되기는 수많은 난관이 예상되고, 강남 재건축 규제 등 세부 사항에 들어가면 당내 이견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규제 완화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강남 지역이 지역구인 이혜훈(서울 서초갑) 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김양수 의원은 "검토 사항"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후 일부 기자들과 만나 "강남 재건축 규제로 지금 겨우 눌러놓은 집값인데, 이를 풀어버리면 집값이 얼마나 올라가게 될지 생각할 수도 없다"며 "신문 제목에 한나라당이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추진키로 했다고 나가면 큰 일"이라고 이견을 노정했다.
분양원가 공개도 당론으로 확정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분양원가 논쟁이 뜨거울 때, 당시 이한구 정책위의장, 김덕룡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가 "공공부문의 원가 공개는 당론"이라고 못 박았지만 실제 여야간 법안 협상시엔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지 부족'으로 정부의 '원가연동제' 안이 통과됐다.
실제 이날 정책위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 금지나 택지 공영개발, 판교 문제는 적극적인데 분양원가 공개는 조금 신중한 입장이더라"고 전해, 앞으로 험난한 토론과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당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값-땅값 폭등으로 그동안 서민-중산층의 정권임을 자부해온 정부여당은 지금 지지계층의 완전 이탈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한나라당이 국민 다수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한국경제에게도 치명적 독약인 부동산투기를 완전 척결할 수 있는 개혁적 부동산투기 대책을 내놓을 경우 한나라당은 수구의 이미지를 벗고 국민적 대안정당으로 완전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분양원가 공개 등은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도 적극 찬성하는 부동산투기대책인만큼 야4당 공조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따라서 정부여당이 반대하더라도 입법 등을 통해 강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양수 "경실련과 연대해 확실하게 추진하겠다"**
지난해 분양원가 공개를 주도했던 김양수 의원도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좀 낫지 않겠나"고 보다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판교문제도 문제지만 강남 집값이 너무 오른다"며 "KBS 라디오 토론을 하는데,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왔다"고 집값 상승에 따른 여론의 분노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번엔 의원이 된 지 얼마 안돼 잘 몰랐는데, 이번엔 경실련과 연대해서 확실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가 반(反)시장적이라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주택은 30년을 내다봐야 한다"며 "주택 정책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가르는 방식엔 동의할 수 없고 반시장적이라는 데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세제를 통한 수요 억제책과 신도시 공급물량을 통한 가격안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두 주택시장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것"이라고 정부 정책을 재차 비판했다. 그는 "세제 강화로 나온 매물을 거둬 들이고 있다"며 판교급 신도시를 더 지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데 대해서도 "지도를 펴보면 어디가 가격이 뛸지 뻔히 보이는데, 심하게 말하면 정부가 투기의 원조가 되는 것"이라고 맹성토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혁명적 부동산투기 대책을 마련키로 한 데 반해, 정부는 13일 이해찬 총리 주재 회의에서 세무조사 강화라는 미봉책만 내놓았고 열린우리당 역시 부동산투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여서 오는 17일 노무현대통령 주재로 열릴 부동산투기대책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이같은 한나라당의 전향적 태도에 대해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환영하며, 모든 공격 포인트를 정부여당으로 돌리기 시작해, 향후 정부여당이 받게될 압박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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