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압력에 굴복해 25%인 미국쌀의 시장점유율을 단계적으로 늘려 10년후 28%까지 보장해 주기로 이면합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정부는 "성실이행을 약속한 것이지 특정점유율을 보장하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강기갑 "정부가 미국 요구 굴욕적으로 수용"**
강 의원은 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는 미국에게 기존 쌀 수입물량에 대해 나라별 쿼터(25%)를 허용했고, 신규 수입분에 대해서도 시장점유율 이면합의를 통해 매년 0.3%씩 10년후 28%까지 보장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미국이 지난 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허신행 농림 장관이 미국 농무부 장관에게 미국쌀 50% 점유율을 보장한 메모까지 제시하며 한국에게 압력을 가했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지난 해 12월22일 한승주 주미대사와 미 무역대표부 농업담당 대사와의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의 통보 문안을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한국정부의 확약(confirm)으로 받아들인다'며 수락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통보 문안엔 '시장 점유율 보장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 유념하고 미국의 요청을 이행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할 것'이라고 명기돼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또, 나라별 쿼터를 허용한 것에 대해서도 WTO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지난 해 4월 첫협상지침에서부터 10월 마무리 협상지침때까지 국별 쿼터의 허용은 WTO규정에 위배되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했는데, 미국의 압력에 못이겨 협상시한을 20여일 남겨 둔 지난해 12월9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기존의 방침을 전면 수정해 국별쿼터를 허용했다"며 "부당한 횡포에 굴욕적으로 대응한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시장점유율, 보장한 것은 아니다"**
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답변자로 나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요구를 무턱대고 수용한 것은 아니다"며 강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신규수입분에 대한 시장점유율 보장' 조항에 대해 "성실히 노력하겠다는 것은 구속력이 없고, '이것은 보장된 것이 아니다(This is not assurance)'는 문구가 분명히 들어있다"고 반박했다.
미국이 시장점유율 50%를 보장해준다는 허신행 전장관의 메모를 제시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는데 대해서도 김 본부장은 "미국쪽에서 일방적으로 자기들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우리가 받아들인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승주 주미대사가 수락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 본부장은 나라별 쿼터 허용이 WTO규정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GATT조항을 보면 당사국들이 합의하면 쿼터는 허용이 된다"며 "다른 나라도 전혀 이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 "국익에 영향, 답변못한다" vs 강기갑 "잘못된 점은 바로잡아야"**
한편 김 본부장은 강 의원의 첫 질문에서부터 "질의에 공개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좀 힘들다.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이 진행중이라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강 의원에게 자제를 요청해 질의 사이사이 강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강 의원은 "미국이 WTO에서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을 밝혀내야 부당한 요구를 안 할 것"이라고 준비한 질문을 이어갔다.
이후 강 의원이 이탈리아 쌀 협상과 관련된 질문을 하자 김 본부장은 다시 "이것은 중요한 교역 상대국인 EU국익에 대해 큰 영향을 준다"며 "국정조사 과정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 말하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김 본부장은 "협상 전략을 다 밝히면 앞으로 DDA, FTA 등이 남아있는데 협상을 못한다"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규정을 위배하고 잘못 협상을 하면서 공명정대하게 밝히지도 않고 있는 점은 바로 잡아 시정해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당 "강기갑, 기밀유지 의무 위배" **
우여곡절 끝에 강 의원의 질의를 마쳤지만, 직후에 열린우리당 오영식 공보부대표가 기자실로 내려와 강 의원을 성토했다. 오 부대표는 "강 의원이 국정조사의 기밀유지 의무를 위배했다"며 정부를 거든 것이다.
오 부대표는 "강 의원의 질문은 쌀 협상 국정조사 과정에서 취득한 비밀자료의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쌀 협상에 관한 상세 내용은 외교상 기밀로 대외로 유출될 경우 상대국가와의 신뢰 문제 뿐 아니라 향후 통상 협상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크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 부대표는 "국조 특위를 구성하면서 기밀유지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는데 정치적 약속을 한 바 있는데 강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신의를 저버렸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이후라도 그런 행동이 재발되지 않도록 민노당과 강 의원이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부대표는 "사전 배포된 질의서를 살펴본 조일현 특위위원장이 놀라서 수위조절을 주문했고 실제 질문에서는 강 의원이 이를 반영한 듯해서 이정도로 짚고 넘어가겠다"며 윤리위 제소 등의 추가 조치 계획은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 의원측은 "민노당에 주어진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기회는 이번 한 번 뿐"이라며 "특위에서 말해도 되는 것을 본회의에서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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