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혁, 두발자유화 등으로 분출됐던 국내 고교생들의 학내 의사결정 참여 열기가 80여년만에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체 부활이라는 자발적인 조직화 움직임으로 이어져, 교육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약칭 ‘한고학연’, “학생회 권리 찾기 모색”**
전국 47개 고교 학생회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약칭 한고학연)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갖고 앞으로 고등학생들의 대표단체로서 △고교 학생회 관련 제도개선 △고교 학생회 활동 지원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출범 선언문에서 “한고학연은 광주학생항일운동으로 시작돼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지며 역사의 전환기마다 한국의 중흥과 개혁에 이바지해 온 고등학생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학생다운 생각과 학생 또한 교육의 수혜자로서 학교를 구성하는 주체 중 하나라는 주인의식으로 명목적인 활동에 그치고 있는 전국 고등학교 학생회의 제자리 찾기와 바람직한 운영을 도모할 것”이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의 의견을 모아내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고등학생들의 권익을 보호·증진하고 민주 시민의 양성이라는 한국의 교육 이념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활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고등학생들의 전국적인 연합체는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 항일 동맹휴학투쟁을 이끌었던 성진회(1926년), 독서회(1929년) 등의 비밀결사조직이 있었으며, 이들은 1929년 11월 3일 마침내 광주항일학생운동을 촉발시키는 모태가 됐다. 이후 고교생들의 학생운동 조직은 군부독재 기간 중 주로 기독교학생조직 형태로 명맥을 유지해 왔었다.
이에 앞서 한고학연은 5일 서울 방화동 국제청소년센터에서 첫 대의원대회를 열고 현 중앙대 사범대 부속고 3학년 김백건(18)군을 1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출범준비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김원 전 서울 개포고 학생회장은 “한고학연은 학생회 임원을 지낸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비정치적, 비종교적, 비영리적인 고등학생들의 대표기구”라고 설명했다.
***“학생회 인식변화·법제화에 주력”**
한고학연의 결성은 그동안 일부 고교생들이 청소년단체 활동 등을 통해 ‘학생회 권리찾기 운동’을 펼쳐왔던 기존 한계를 전국적인 조직결성을 계기로 보다 본격적인 전체 고교생들의 학내 민주화 요구로 이어갈 것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교육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고학연은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www.fkhsa.org) 올린 결성취지 설명 글에서 “오늘날의 고교는 용화여고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 인천외고 분규 사건, 대광고 학내 종교자유 보장운동 등에서 나타나듯 크고 작은 문제들로 상처를 받으며 무너지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은 해당 학교의 학생회가 중심이 돼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재의 고교는 구조적으로 그러한 해결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학생의 이익을 대변하며 학교 밖에서 정부·사회·학교에 대해 일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혀 앞으로 압력단체로 활동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고학연은 “따라서 앞으로의 활동방향은 먼저 학생회가 학생회장단이 아닌 학생 전체의 대표기구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아울러 지금의 명목뿐인 학생회를 탈바꿈시켜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의사·의결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교육계에서는 이같은 한고학연이 앞으로 학내문제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는 동시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추진중인 선거연령 2년 낮추기(20세에서 18세로)가 현실화될 경우 고3학생 대다수가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이들이 정치권에도 적잖은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며 귀추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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