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3일,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며 한나라당의 노선으로 '실용주의'를 천명했다. 열린우리당과 본격적인 중원 쟁탈전에 나선 모습이다.
***박 대표, "실용주의는 한국판 제3의 길"**
박 대표는 3일 오후 경북대학교 학생들의 모임인 희망연대21의 초청 강연회에서 보수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했다. 그는 "지난 시절 보수는 젊은 여러분에게는 낡고 부패하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이미지로 보여질 것"이라며 "보수세력은 건국세력이고 공산주의 침략에서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세력이며 경제발전의 놀라운 업적에도 시대변화에 스스로 실패해 국민의 사랑과 신뢰가 떠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시대에 졌기 때문에 대선에서 두 번 패배했다"며 "보수정당으로서 해야 할 자기혁신을 못해서 나쁜 이미지만 떠오르게 된 것은 스스로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라고 자성했다.
그는 "국민의 사랑이 식어가는 사이 소위 진보적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노 대통령 말대로 우리사회의 주류세력 교체가 이뤄졌다"며 "그런데 집권세력이 역사의 진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느냐. 많은 분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정권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그는 "귀가 아프도록 들은 행담도와 오일게이트 등 국정난맥상의 뉴스만 봐도 집권세력이 진보를 자청하는 것에 진짜 진보세력은 화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진보다 보수다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앞으로 십년 안에 선진 사회를 만드는 능력을 가졌나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의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보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는 유연한 실용주의 추구 정당이 돼야한다"며 "한나라당은 유연한 실용주의 노선,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노선을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용주의에 대해 "소모적 논쟁보다 제3의 통합 이념이라 할 수도 있는데 공동체 안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인의 경쟁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자연히 탈락하거나 소외된 사람은 공동체 식구로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동체 자유주의는 한국판 제3의 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에 대선 3연속 패배는 없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대선에 3번 패배하지는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정희 전대통령 시절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박 대표는 "어느 시절이나 장단점이 다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그 시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 쪽으로는 자주 국방을 해야 되고, 한쪽으로는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해 산업화를 이뤄야 되는, 아주 벅찬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했어야 되는 시절이었다"며 "물론 그렇게 해서 산업화를 이루고 오늘날 발전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도 하면 된다'는 동기부여가 돼, 국민들이 미친 듯이 잘살아보자고 노력했던 것"이라며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후 민주화가 가능했겠나"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산업화에 집중하다 보니 민주화 부분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당시 부족하고 잘못됐던 점은 내가 더 열심히 잘 해서 메워야 된다는 사명감으로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 개인에 대한 질문도 쏟아지면서 박 대표는 정치를 하는 동안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배신도 많이 보고 어려운 것을 겪으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다"며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정치권으로 들어와서 험악한 일이 많았다. (어린시절) 여러 가지를 겪으면서 마음을 다스렸던 일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날 강연은 경북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돼 경북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과잉 지원"이라며 대학 본부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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