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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앞으론 당이 확실하게 정부 이끌어가자"

정체성 논쟁은 수면아래 잠복, '정치논리' 확대 우려

치열한 노선투쟁을 예고했던 열린우리당 워크숍이 예상밖으로 조용하게 막을 내렸다. 실용이냐, 개혁이냐를 둘러싼 정체성 논쟁은 '당내 혼선으로 비쳐져 당 지지율을 까먹는다'는 따가운 질책 속에 수면 아래로 잠복한 대신, 당이 주도권을 잡는 방향으로 당-정-청 관계를 새로 모색해야 한다는 데 중의가 모아졌다.

***40명이서 2시간동안 토론, '격론 불가능' **

30, 31일 양일간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워크숍 분임토론과 종합 토론을 통해 "우리당 의원과 중앙위원 2백여명은 이제는 개혁과 실용이라고 하는 소모적인 형태의 정체성 논란은 중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오영식 공보부대표가 전했다.

당초 이날 워크숍 토론에서는 전당대회와 4.30 재보선을 거치며 당 안팎으로 드러난 계파 경쟁이 정체성 논쟁으로 불거질 것이 예고됐었다. 그러나 문희상 당의장이 "개혁-실용 논쟁은 무주 땅에 묻어버리자"며 대대적으로 논쟁 중단을 촉구한데다가, 주제 발표자로 나온 KSOI 김헌태 소장까지 "현재 우리당 내 개혁-실용 논쟁은 왼팔로 오른팔을 잘라 버리는 격"이라고 가세한 직후라, 정체성을 둘러싼 격론을 벌이기가 여의치 않았다.

의원에 중앙위원까지 보태져 한 팀이 40 여명으로 짜여진 팀에서 2시간 동안 밀도 있는 토론을 벌이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였다.

이에 6개의 팀은 당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하나같이 "당은 이제 개혁과 실용 간의 노선 투쟁에는 종지부 찍고 개혁적 사회 프로그램을 보여줘야 한다"는 식의 원론적 결론을 도출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장을 펼쳐놓고도 제대로 된 논쟁을 벌이지 못하자 어느 팀에서는 답답함을 느낀 한 중진 의원이 "치열하게 논쟁이 붙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고, 다른 팀원들은 모두 박수를 쳐 동감을 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당-정-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 잡아야" **

노선 투쟁 불씨가 죽자 토론은 백가쟁명식으로 흩어졌다. 현상황이 위기라는 진단에는 모두가 공감했으나 타개책을 찾아내기엔 하룻밤이 짧았다.

그나마 "당-정-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잡고 정부를 리드해 나가자"는 의견이 가장 폭넓은 공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정 분리가 지나쳐 당-정간의, 혹은 당-청간의 혼선이 빚어질 때가 많았고 여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강기정 의원은 "지금까지는 정부가 주도하는 당정 협의에 당이 끌려 다니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정분리는 당연한 것이나 당-정관계에 있어서 당의 주도성을 분명히 하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특히 "청와대의 많은 위원회와 보좌진에 대한 인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전해 청와대에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지병문 의원 역시 "당의 정책 기능을 강화해서 상임위 별로 대 정부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채수찬 의원도 "당이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정부가 이를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는 과연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했고 의원들은 이를 뒷받침 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임토론에 앞서선, 민병두 의원이 주제발표를 통해 "당정회의를 언제나 총리공관에서 해 형식면에서도 당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며 당-정관계에 있어 주도권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KSOI 김헌태 소장도 "정책과 노선상에 당이 중심을 잡고 대통령은 꼭지점 역할을 할 뿐"이라며 당의 역할에 방점을 찍은 바 있어 우리당이 워크숍을 계기로 정부와 청와대와의 새로운 관계 모색에 나설 지 주목된다.

이같은 결론에 대해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논리'가 본격적으로 경제운용에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실세총리'로 군림해온 이해찬 총리와 우리당간 역학관계 조정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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