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혁신위원회가 의원총회에서 정한 '강제적 당론'에 반대하는 의원들에 대해 징계를 가하도록 당헌을 개정하겠다고 밝혀, 당내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최근 우리당 지지율 급락의 한 요인이 최근 여론의 호된 질타에도 불구하고 '누더기 과거사법' 등을 당론으로 밀어부친 데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도리어 당 지도부의 '권위'만 생각한 최악의 해법을 내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4분의 3 이상 동의하면 '강제적 당론'" **
우리당 혁신위 한명숙 위원장은 19일 "의총에서 출석 인원의 4분의 3이 동의할 경우 강제적 당론이 정해지게 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지도부가 징계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17일 광주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이같은 내용을 결정하고 이날 상임중앙위에 보고했다.
4.30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환골탈태의 본을 보이겠다"며 구성된 혁신위가 '첫 결정사항'으로 당론의 강제성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우리당의 위기원인을 최근의 누더기 과거사법 같은 쟁점법안 처리나 과거의 이라크 파병연장안 추진 과정에서 노출된 당내 혼선에서 찾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 3일에는 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가 한나라당과 합의해온 '과거사법'에 대해 우리당 51명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고, 한명숙, 장영달, 이미경 상임중앙위원 등 지도부까지 기권함으로써 문희상-정세균 체제가 출범부터 밑둥째 흔들리는 결과를 낳았다.
전병헌 대변인은 혁신위의 결정과 관련, "당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며 "이라크 파병연장안 통과 때처럼 소신을 갖고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국익과 집권 여당 측면에서 불가피하게 소신을 눌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초선의원 중심으로 "뒤로 가는 혁신" 반발 **
한 위원장은 이날 결정 사항을 발표하면서 "가장 공감대가 형성된 문제부터 속도감 있게 결정했다"고 밝혀, 혁신위 및 당지도부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즉각적 반발이 벌써부터 감지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재천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개인의 양심이 당론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토론을 충분히 하자는 혁신위의 결정 취지에는 동감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회의원을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정하고 표결에 있어 의원의 양심을 최우선시한 국회법과 헌법에 대한 고려도 뒤따라야 한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국회법 1백14조의 2항은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헌법 46조 2항에서도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해 '양심'에 따른 표결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초선의원도 "구시대적 발상에 웃음부터 난다"며 혁신위의 결정을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원은 "당론에 강제성을 더하려면 강령과 이념적 색채가 완비된 이념 정당이 구축돼야 하는데 우리당은 대중정당을 지향하면서 모든 사람이 다 섞여 있지 않냐"며 "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어설프게 모아서 당론을 만들고 징계로 위협하며 이를 강제하는 것은 뒤로 가는 혁신"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이같은 반발을 예상한 듯, 한 위원장은 이날 결정에 대해 "독립헌법기관으로서 의원의 자율성과 당의 조직원으로서의 책임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제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나 "당론을 정하기 전 충분한 토론을 거칠 것이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정해진 당론에 대해서는 조직원으로서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원의 책임'을 내세웠다.
하지만 과거 이라크파병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당 다수 의원이 파병에 반대하다가도 대통령 한마디에 입장을 바꾸는 풍토에서 '당론 불응시 징계'라는 방침은 자칫 당의 독립성을 훼손하면서 당의 대중적 지지 이탈을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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