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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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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 핵실험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래전략연구원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13>

***1. 위기의 지속**

갈수록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북핵문제가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북한의 회담거부와 미국의 회담복귀 요구가 평행선을 달릴 때만 해도 북미 양자는 회담 참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말로만 하던 기싸움을 지나 이제 북한은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연료봉을 인출함으로써 아예 핵물질 추출이라는 실제 행동의 위협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6월 이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보란 듯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강행했다.

미국 역시 북한의 회담참가를 주장하는 데서 벗어나 무기한 기다릴 수 없다며 6자 회담이 더 이상 유용한 해결책이 아니라면 결국 다른 방식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라이스 국무장관에 이어 부시 대통령도 동맹국의 동의를 전제로 6자회담 바깥의 해결 즉 유엔 안보리 상정을 공개 거론했고 심지어는 이라크 밖에서의 군사행동도 가능하며 동북아에서 실질적인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언급까지 함으로써 북핵문제로 인한 군사적 카드의 가능성마저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위험한 인물, 폭군으로 언급한 직후 북한 관영언론은 곧바로 부시 대통령을 불망나니, 인간추물이라고 비난하면서 양국간 원색적인 비난전이 오고 가기도 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설과 미국의 대북 제재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양국 최고지도자 사이에 듣기 거북한 험한 말까지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과 미국의 강압정책 거론은 오는 6월이면 6자회담이 안 열린 지 1년이 다 된다는 시기적 요인과 맞물리면서 이제 북핵문제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6월 이전에 회담이 재개되어 다시 대화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회생하느냐 아니면 6월을 넘겨 6자회담 무용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미국이 본격적이 강압정책을 추진하게 되고 결국 북미간 극한적인 대결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미간 긴장고조가 지속되는 국면에서도 일정한 숨고르기가 진행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자신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6자회담 내에서 북미 양자대화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사실인지 직접 만나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해 라이스 국무장관과 케이시 공보국장은 북한이 주권국가임을 곧바로 재확인해줌으로써 북미간 접점이 가능한게 아니냐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북미간 뉴욕채널이 아직 유용하다는 미 국무부 입장이 전해지고 중국이 북미간 양자 접촉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미 양자의 직접 대화를 통해 6자회담이 재개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아직 북핵문제는 위기국면이다. 여전히 6자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고, 재개된다 하더라도 북미간 의미있는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 역시 아직은 희박하다.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것은 이미 지난 3월에 라이스 국무장관이 했던 이야기이고 따라서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낼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북미간 뉴욕 채널이 열려 있다 해도 아직은 미국이 적극적인 협상창구로서가 아니라 연락장소로 여기고 있는 입장이어서 북미간 상황타개를 위한 진지한 대화가 오고갈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아직도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의 선제공격설과 유사시 한미연합군이 승리한다는 화약내 물씬 나는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핵실험 등 보다 강경한 위협행위를 할 것이고 미국 역시 북한의 강경대응에 대해 안보리 상정 등 제재의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중에서도 북한의 핵실험이 실제로 진행되었을 경우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되고 북핵문제는 대화가 아닌 대결로, 진전이 아닌 파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2.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최근 북핵문제의 가장 큰 관심은 북한이 과연 핵실험을 할 것인가이다. 실제로 함경북도 길주에서 갱도굴착 현장이 포착되고 핵실험 관련 움직임으로 의심할 만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면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미국 쪽에서는 대북 선제공격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북미간 대결국면에서 북한이 취하고 있는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도달 가능한 수순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핵문제의 상황악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2003년 이후 영변 원자로를 가동하면서 핵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호언장담했고 보관하고 있던 8천여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하고 이를 핵억지력 강화를 위해 용도변경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2004년 초에는 미국 물리학자를 평양으로 불러 들여 플루토늄이 든 플라스크를 보여주기도 했다. 부시 재선 이후 4차 6자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희망어린 관측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한은 2005년 2.10 성명을 통해 핵보유를 공식선언했다. 북한이 요구사항을 미국이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2년 반동안 끊임없이 위기고조를 시도하고 위협행위를 강화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말로 하던 핵보유 선언을 지나 실제행동으로 핵무기 보유의 기정사실화를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에 주력하면서 북한의 위기고조 행위에 대해 '의도적인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북한이 핵억지력을 강화했다고 해도, 폐연료봉을 재처리했다고 해도, 심지어 최근에는 핵보유를 선언하고 추가 플루토늄 추출을 위해 폐연료봉 인출을 마쳤다고 해도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별로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는 것이었고 악행에 대해서는 결코 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하에 북한의 위협행위에 의한 대북 양보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해왔다. 따라서 북한의 전략적 의도에 따르면 미국의 일관된 무시전략이 지속되는 한 북한으로서는 대북 압박을 실현하기 위해 핵실험이라는 핵보유 사실의 최종 확인 단계를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지금과 같은 미국의 무시전략이 지속된다면 핵보유 사실로 미국을 위협하다가 상황이 허락할 경우 실제로 핵보유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과거에는 핵무기 개발이 미국에 대한 협상카드의 성격이 강했고 따라서 결국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많았다고 한다면 최근의 국면에서는 핵무기 카드가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이 기회에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즉 '파키스탄 모델'을 지향하고 싶은 욕구도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8년 핵실험을 강행한 파키스탄은 이후 경제봉쇄를 받긴 했지만 9.11 이후 미국과 우호관계를 맺음으로써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 역시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이 자신의 핵카드에 놀라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아예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자리잡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실제 핵보유 국가로 인정받은 후에 미국과의 협상을 시작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포기 댓가를 얻어 낼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미간 핵을 둘러싼 첨예한 대결국면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설은 북한의 전략적 논리에 따라,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핵보유 의지에 따라 충분히 실현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지금 시기에 핵실험을 강행하기엔 몇 가지 부담스러움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미국의 대북 제재국면으로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세차례 개최된 6자회담은 한ㆍ미ㆍ일ㆍ중ㆍ러 5개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북한을 설득하려는 대화의 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함으로써 핵무기 보유사실이 확인될 경우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이루려는 6자회담은 사실상 무의미해지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은 6자회담 무력화와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 바깥의 해결방식 즉 대북 제재의 방식으로 급격하게 진전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아직은 6자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고 지금의 위협행위 역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압박카드로서 활용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으로 인해 대화나 협상이 아니라 전면대결과 파국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직 감당하기 힘든 상태이다. 핵실험 강행 이후 미국이 이라크식의 전면적인 군사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존재하는 한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실행에 옮기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이 정작 핵실험을 한 이후에도 미국이 지금까지의 무시전략을 계속하면서 북한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금 당장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소진하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막상 핵실험을 했는데도 미국이 상황의 시급성을 인식하지 않고 무덤덤한 무시전략으로 일관한다면 오히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얻지 못하고 오히려 핵실험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들만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게 된다면 무엇보다도 북핵문제의 해결과정에서 북한을 이해하려고 했던 중국과 한국의 심각한 반발을 북한은 충분히 감수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중심의 대북 제재 시도를 그나마 잠재우고 평화적 해결을 고수하면서 미국의 보다 유연한 태도를 요구했던 중국, 한국, 러시아 등도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나아간다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 되므로 절대 동의할 수 없게 됨은 자명한 이치이다. 따라서 핵실험 이후에도 미국이 대북 양보의사를 보이지 않고 한국과 중국마저 핵실험 사실에 대해 전면 반발하게 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지금 무리하게 핵실험을 하는 것보다는 핵실험 이전에 사용할 수 있는 대미 압박 카드를 충분히 사용하고자 할 것이다. 최근 들어 핵실험설이 잠잠해지고 오히려 폐연료봉 인출 사실을 북한 외무성이 국제사회에 대놓고 과시하는 것도 핵실험보다는 핵물질 추출이라는 카드를 먼저 사용하려는 속셈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지금 당장 핵실험을 하지 못할 근거로서, 북한이 실제 핵실험에 드는 만만찮은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고 또 실제 핵실험을 했을 경우 드러나게 되는 기술수준이나 핵능력 수준이 별로 위협적이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일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는 지금 당장 핵실험을 하기엔 북한의 정치적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오히려 핵실험 이외의 다양한 카드를 순차적으로 사용할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핵무기를 실제로 보여주는 순서를 먼저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지금의 북미간 대결국면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핵실험은 북한이 선택할 마지막 위협카드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기에는 북한 스스로 적잖은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한국의 선택**

아직은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추진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앞에서 분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북미간 대결이 지속될 경우 북한의 핵실험 선택의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핵실험 이후 한국의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만들어서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치밀한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핵보유 사실이 인정될 경우 한국의 군사전략과 대북 작전계획은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남한 우위의 군사력 불균형 상태를 전제하고 북한의 기습적 대남 타격을 방어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만약 북한의 핵실험 성공으로 핵보유가 확인된다면 남북간 군사력의 차이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능력에 대항하는 한국의 군사력 확보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떻게 머리를 맞대고 살아 갈 것인지 궁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 성공으로 핵보유가 국제적으로 확인될 경우 한국정부의 북핵 3원칙중 북핵불용이라는 첫 번째 원칙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즉 핵보유가 인정된 그 순간 정부는 북핵불용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북한의 핵폐기를 위해 대북 제재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 채 북핵불용 원칙을 포기하고 평화적 해결원칙을 내세우면서 핵을 가진 북한의 핵포기를 이루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북한의 2.10 핵보유 선언 이후에도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사실로 입증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정작 핵실험 이후에도 정부가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정부는 지금까지의 북핵 3원칙을 어떻게 적용하고 입장을 정할 것인지 명확히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을 전제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심화되고 있는 북미간 대결 국면과 북핵위기를 어떻게 플어갈 것인가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과 미국의 강압정책 거론은 오는 6월이면 6자회담이 안 열린지 1년이 다된다는 시기적 요인과 맞물리면서 이제 북핵문제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6월 이전에 회담이 재개되어 다시 대화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회생하느냐 아니면 6월을 넘겨 6자회담 무용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미국이 본격적이 강압정책을 추진하게 되고 결국 북미간 극한적인 대결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중대한 전환점에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이른바 '촉진자' 역할을 자임하고 수행해왔다. 즉 북한에게 핵포기를 설득하고 미국에게는 보다 유연한 대북 협상 자세를 설득하면서 북미 양자간 의미 있는 타협이 이루어지도록 촉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북한의 핵포기를 이루지도 못하고 미국의 유연한 대북 태도를 얻어내지도 못했다. 오히려 북한은 핵보유 선언과 함께 이제 실제 행동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고 미국은 평화적 해결이 아닌 제재와 압박의 수순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이 북한과 미국 양자를 만족시키는 중간지대에서의 촉진자 역할은 갈수록 그 입지가 약해지고 이제 북한과 미국 양자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결정의 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즉 미국을 좇아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섬으로써 강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을 설득해 핵포기를 얻어 냄으로써 평화적 해결을 다시 한번 시도해 볼 것인가를 놓고 이제 한국은 최종결심을 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에서 앞으로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논리적 일관성은 유지할 수 있다. 미국과 함께 대북 제재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상황악화시 추가조치'라는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고 반대로 미국에게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고 북한의 요구에 귀기울이도록 권고하는 것 역시 지난 2004년 11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논리적 일관성의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한국정부의 '전략적 선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평화적 해결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대북 압박에 동의하는 것보다는 위험요인이 덜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북 제재에 나설 경우 남북관계 포기와 함께 상황 악화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동돌입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북제재의 방식이 과연 북한의 굴복을 얻어낼 수 있느냐는 실효성에도 여전히 의문이 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은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을 한번 더 열어두고 북한의 핵포기를 이루어 낼 수 있도록 북한설득에 마지막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이 노력은 10개월째 장기 소강국면을 맞고 있는 남북관계의 시급한 복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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