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자고 나면 바뀌는 북핵 현안의 상황변화 때문에 지구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미 양측간의 유화발언으로 해빙의 기미가 보이는 듯하더니, 11일 북한의 폭탄선언으로 또다시 상황이 악화되는 것 같은 국면입니다.
A1) 북-미 양측이 도로 양쪽에서 자동차를 몰고 마주 보고 돌진하는 이른바 치킨 게임으로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 9일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발언을 합니다. 바로 “북한은 주권국이고 미국을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죠. regime change(즉, 정권교체)를 공공연히 외쳤던 지난 해와는 딴판인 발언이죠.
톰 케이시 미 국무부 공보국장은 한술 더떠서 “우리는 북한이 분명한 하나의 주권국가라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6자회담의 틀안에서 양자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엄청난 태도변화인데요.
앞서 샌프란시스코 시장 출신의 다이앤 페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8일 CNN에 출연해 북핵 교착상태 해법의 하나로 라이스 장관이 김정일을 직접 만나라고 주문합니다. 이건 다분히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빌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북-미 해빙의 극치를 이뤘던 전례를 연상케하는 주문입니다.
아무튼 이처럼 급속한 해빙 국면을 보이던 북-미 관계는 11일 북한 외무성대변인이 “영변 원자력 발전소의 폐연료봉 8천개를 끌어내는 작업을 최단기간에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선언함으로써 다시 냉각국면으로 반전되기 시작합니다.
Q2)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북한이 입장을 대외적으로 천명할 때 왜 기자회견 형식을 쓰는지요.
A2) 그건 이렇습니다. 정말 공식적으로 발표할 사안일 경우는, 북한도 정부 당국자의 직접 발표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힙니다. 하지만 북핵 관련 등 진행중이거나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외무성 대변인의 회견 도중, 관영 매체의 기자(주로 조선중앙통신 기자)가 질문하는 형식을 빌어 중요한 사항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곤 합니다. 일종의 짜고치는 고스톱이지요.
폐연료봉 8천개 처리내용도 상당히 민감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런 형식을 빌린 것같습니다. 물론 전략적으로 엉뚱한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2003년 북-미-중 3자회담때 북측 수석대표가 느닷없이 핵연료봉 처리 문제를 공표한 적도 있죠. 그런 경우입니다.
Q3) 다시 북한의 주장으로 돌아가서 그에 대한 신빙성 분석을 해주신다면요.
A3) 일단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이른바 '폭탄선언'은 정말 새로울 것 없는 bluffing 즉, 허세부리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태전에도 같은 얘기를 했고, 그때도 우리 언론과 전세계 언론이 똑같이 호들갑을 떨었죠.
저는 이것이 거의 늑대소년 얘기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기들한테 더 깊은 관심을 보여달라는 투정같은 거죠.
Q4)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를 갖고 계신지요.
A4) 북한의 주장인 폐연로봉의 성공적 추출이 끝났다고 칩시다. 지난 4월 7일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고 했는데, 폐연료봉 추출을 위해 원자로를 식히는 데만 한달이 걸리거든요. 그렇다면 며칠 전에야 냉각이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루에 폐연료봉을 1백20개씩 빼낸다 해도 두달 이상 걸립니다. 재처리는 8,9월에나 가능하고, 여기서 나온 추출한 플루토늄을 가지고 핵폭탄을 만드는 데는 수개월이 걸립니다. 결국 핵실험을 한다 해도 내년에나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언론이나 매파들이 주장해온 북 핵실험 임박설은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식의 무책임한 예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관계를 20년가까이 지켜보면서 터득한 게 하나 있는데요. 북한의 대외 성명, 특히 대미 성명이 점층법(漸層法)으로 계속 강도를 높여가 거의 피크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가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오기 직전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brinkmanship 즉, 벼랑끝 전술의 끝자락에서 북한은 협상 테이블로 나온다는 얘기죠.
Q5) 하지만 사태는 다시 경색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A5)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한 대부분의 언론, 특히 보수 편향의 언론들이 일종의 희망사항, 즉 경색국면으로 가 긴장이 조성되기를 바라는 속내를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6) 그러면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될까요.
A6) 어차피 북-미간 대화채널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양쪽의 협상이 결렬돼 도저히 대화가 안된다고 단정할 때도 역시 뉴욕 채널 등은 열려 있는 것이죠.
대화 채널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Q7) 6자회담 테이블에 북한이 과연 나올까요?
A7) 전례로 보아, 수줍은 새색씨 내숭떨 듯 몸을 빼다가 에너지나 식량 등의 지원을 받는 등 실리를 챙기고 어느 정도 명분을 쌓은 후엔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같습니다. 특히 북측이 끈질기게 주장해 온 양자회담을 6자회담 틀 속에서 할 수 있다고 한 케이시 미국무부 공보국장의 말은 상당히 고무적인 발언입니다.
Q8) 북핵 사태와 관련해서 당사자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입지는 언제나 제삼자 또는 소극적 참여자 아닙니까? 우리 정부의 입장, 가져야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A8) 참 안타까운 일이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핵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는 심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북핵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있는 행동들을 즉각 중단하고 지체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외교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발언이죠.
반 장관발언 보다는 이봉조 통일부 차관의 오늘 발언에 더 관심이 갑니다.
이 차관은 오늘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있는 북관대첩비 반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이달중 남북 당국간 회담을 갖자고 북측에 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안들을 논의하게도 되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이 차관은 또 북한 영변 5MW원자로의 폐연료봉 인출과 관련, "이런 조치들은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둔 상황 악화조치로 보고 있으며 정부는 냉정히 상황을 파악하고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쪽이 훨씬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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