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법이 3일 국회 본회의를 재적의원 2백50인 중 찬성 1백59인, 반대 73인, 기권 18인으로 통과됐다.
***올해 말부터 조사 시작, 최장 6년간 조사**
이날 과거사법이 통과됨에 따라 법률안 통과후 6개월간의 법률안 공포 경과기간을 거쳐 올해 말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본격화 되면서 과거사 진상조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국가인권위와 같은 독립적 국가기구로 위원장 1명과 위원 14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되며 이중 국회가 8명을 지명하고 대통령은 4명, 대법원장은 3명씩 지명하게 된다. 조사는 최장 6년간 이뤄지며 압수수색 청구권은 없지만 동행명령권과 실지조사권이 있다.
법률상 허용된 조사대상은 항일독립운동부터 해외동포사, 해방∼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정부수립 이후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발생한 의문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적인 세력에 의한 테러ㆍ인권유린ㆍ의문사 등이다.
그러나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의 경우는 위원회의 의결로 재심사유에 해당될 때만 조사를 하게 돼, 실제 민청학련, 인혁당, KAL858기 등 사건의 조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위원회 내부의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나치 잔재 청산하는 데 히틀러 추종자가 반발해도 타협할 건가" **
이날 본회의에 양당의 합의안이 상정되자 여야 개혁성향 의원들은 조사대상에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시하는 세력의 테러'를 포함한 것을 "국가 권력에 죽음으로 맞선 민주 영령에 대한 기만이자 모욕"으로 규정하며 합의안을 부결시켜 주거나, 차라리 작년에 우리당 원혜영 의원이 제출한 안을 선택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당 유선호 의원은 "과거사법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민주주의로 억압 받던 사람들에게 벌을 주자는 게 아니라 용서를 구하자는 것인데, 이러한 기본 취지가 훼손된 양당 합의대로라면 과거사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사법은 우리당 정체성과 직결되는 법"이라며 "이번 법을 제정하는 과정은 결국 개혁세력이 부당한 국가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또 다시 타협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외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한나라당과의 '합의'를 우선시한 우리당 지도부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조사위원 범위에 시민단체나 언론계 인사가 빠진 데 대해 "조사위원에 해당되는 군법무관, 검사, 변호사 중에 우리 민족사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책다운 책을 써낸 변호사가 얼마나 되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는 "당리당략이 아니면 이런 사고를 할 수가 없다"며 "과거사를 청산하려는 근본정신과 취지 훼손된 이같은 법안을 갖고는 과거사를 정리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민노당 이영순 의원은 "보수우익과 수구언론은 그 동안의 죄과가 두려워 온갖 논쟁을 촉발시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면서 과거 청산 작업을 방해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폭력 등'의 조항을 지적하며 "바로 수구세력에게 근거를 제공하는 독소 중에 독소 조항"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당에 대해서도 "나치의 잔재를 청산하자는데 히틀러 추종자들이 반발할 때도 '법이란 타협의 산물'이라면서 누더기를 만들었겠나"며 "우리당은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민의를 보수세력과 타협해 가는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에 협상을 담당했던 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야당은 야당대로 불만이 있고, 여당은 여당대로 불만이 있다"면서 "그러나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야 만이 조사대상자도 부담 없이 조사할 수 있고, 조사를 받는 사람도 양심고백을 할 수 있다. 어느 한 특정세력에 의해 일방 통과가 됐을 때는 반대편에 있는 조사대상자의 양심고백을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과연 우리-한나라당 타협(?)으로 '누더기' 형태로 통과된 과거사법이 얼마나 과거사를 제대로 규명할지, 앞으로 냉엄하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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