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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 김성수가 고려대 단결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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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 김성수가 고려대 단결의 뿌리"

고대 출신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불타는' 애교심-애사심

몇 년 전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에 동아일보의 '지나친 고려대 예찬'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미디어오늘>은 당시 동아일보가 기획면을 빌어 고려대 홍보기사를 게재하고, 같은 날 지면에 동아일보 사주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고려중앙학원(고려대의 법인명)의 광고를 실었던 것을 두고 “속 보이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그런 지적이 있었던 탓인지 그후 이런 속 보이는 지면 꾸미기는 좀처럼 동아일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던 것이 5일 고려대의 개교 1백주년을 앞둔 3일, 동아일보 지면에 참으로 ‘노골적인’ 고려대 예찬, 보다 본질적으로는 동아일보 창업주인 인촌 김성수를 극찬한 글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고려대를 나와 이후 같은 학교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친 이재호 수석논설위원이 쓴 '고대 100년, 고대 혁명’ 칼럼이 그것이다.

***고려대 출신이 작심하고 쓴 ‘고려대-김성수 예찬’ 칼럼**

이 논설위원의 칼럼은 처음부터 작심한 듯 했다.

그는 "5일로 개교 1백주년을 맞는 명문 사학 고려대엔 특별한 것들이 있다"며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그중 하나다"라고 썼다. 그는 "해마다 기업체들을 상대로 한 대학 졸업생 평판도 조사에서 고려대 출신자들이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유대감에서 오는 동료 선후배 간의 우의, 조직에 대한 충성심, 성실성 등이 고려대 출신자들을 선호하게 만든다고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말한다"고 주장했다. 고대 출신다운 뜨거운 '애교심'의 발로였다.

그의 '애교심'은 곧바로 '애사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고려대 입장에서 이런 유대감은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학교 자체가 역사의 격랑 속에서 교육구국의 건학 이념을 흔들림없이 실천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오늘의 고려대를 있게 한 인촌 김성수 선생이 평생 좌표로 삼았던 공선사후(公先私後) 신의일관(信義一貫) 정신도 오늘날까지 고려대 출신자들을 하나로 묶는 끈이 되고 있다"며 "“생전에 인촌은 작업복 차림으로 손수 교정의 잡초를 뽑고 담배꽁초를 주웠다는데 학생들은 그가 인촌인지도 몰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는 일화까지 동원해, 동아일보 창업주이기도 한 인촌을 추켜세웠다.

그는 이어 “고려대가 요즘 이름과 전통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는 혁명중”이라며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의 외형적 변화상, 즉 흙먼지 날리던 대운동장이 잔디와 분수대로 어우러진 유럽식 광장으로, 지하는 열람실과 각종 편의시설, 주차장이 들어선 다목적 공간으로 바뀐 것을 구구절절이 소개했다.

그는 또 “정작 놀라운 것은 의식의 변화”라며 “고려대가 1백년 가치인‘민족’을 벗어던지고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세계 고대 100년’의 대장정을 이미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촌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 보성전문을 인수한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대단한 결단이었다"며 "그 씨앗이 민족이라는 텃밭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서, 마침내 세계로 뻗고 있다. 한국이 걸어온 길, 가야할 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라는 화끈한 용비어천가로 글을 마무리했다.

***아, 동아일보...**

이재호 위원의 주장처럼, 하나의 사학이 1백년을 이어온다는 것은 분명 기념할만하고 축하할만한 일이다. 문제는 축하도 남이 해야 빛이 나는 것이지, 고대 출신 언론인이 자신이 고대 출신임을 밝히지 않고 하는 '자화자찬'은 도리어 고대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행위라는 데 있다.

이 위원은 자신이 고대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는 5일 맞이하는 고대의 1백주년이 의미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썼다고 반론을 펼치도 모른다. 하지만 정 그렇다면 오는 4일에 1백주년보다 많은 1백20주년을 맞이하는 연세대 세브란스에 대한 예찬부터 폈어야 형평성에 맞는 일일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 위원의 글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암적 존재인 '학벌주의'의 적나라한 표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더욱이 이 위원이 단순히 고대 1백주년을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과정에 동아일보 창업자인 김성수씨에 대해 노골적 용비어천가를 편 대목은 언론인의 기본 정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요즘 고대 학생들 사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김성수 친일논란'을 고려한다면, 이런 접근법은 더욱 문제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 위원의 이같은 글이 파격적인 젊은 편집국장 기용을 신호탄으로 최근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눈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실린 대목에 대해서도 따가운 의혹의 눈총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과연 이 위원의 이 글이 고대와 동아일보에 '영광'이 되는 글인지, 더없는 '치욕'의 글인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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