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2일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동영-김근태 복귀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토로한 뒤 "민주당과의 통합을 실질적으로 거론할만한 시기는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30 재보선에서의 우리당 참패에 따른 과반수 의석 상실을 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과 통합하면 노대통령도 기뻐할 것"**
문 의장은 이날 관훈클럽초청 토론회에 참석, '국민적 공감대'와 '대의명분'을 전제조건으로 달며 "두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충청권 신당이나 민주당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과도 사안별로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반수에 미달해 안정의석 확보에 실패한 데 대한 대책으로 제정파와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경우든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결혼보다 재결합이 더 어렵듯이 현실적으로는 (민주당과의 통합이) 가장 어렵다"면서도 "출생이 같고 대통령을 같이 만들어 대의명분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이 통합을 좋아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김대중 전대통령은 통합하면 기뻐하지 왜 했느냐고 싫어할 분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내 느낌으로는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말해 노대통령의 '복심'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
그는 민주당의 대선빚 변제 요구에 대해서도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보태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도와달라"고 난색을 표시하면서도 "액수에 논란이 있지만 액수와 관련 없이 대통령을 같이 만든 당에서 어렵다고 달라는 데 못해줄 게 어디 있느냐"고 말해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이렇게 단정적으로 가면 내일 신문에 민주당과의 합당 검토로 나갈까 걱정된다"며 "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의결까지 했는데, 여기서 그런 얘기를 하면 엇박자가 난다"고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정동영-김근태 조기복귀 동의 못해"**
문 의장은 이어 정동영 통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기 복귀론에 대해선 "스타플레이어를 업어오자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얼굴이 모자라니 가져다 쓰자는 식으로 하면 너무 소중한 것을 쉽게 써버리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조기복귀는 정-김 장관에게도 좋지 않다"며 "내가 부족하지만 임기를 채우겠다. 임기의 하루도 빼지않고 하고싶다"고 재차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참여정부의 성공 이상의 차기 전략은 없다"며 "두 장관을 포함한 바깥에 있는 제3의 주자가 있건 말건 참여정부의 성공에 초점을 맞춰야지, 차기주자 운운하며 참여정부의 성공을 흐리게 해선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장은 또 '관리형 의장'으로서의 역할론에 대해 "대통령의 집사역할이라면 부당하지만, 제왕적 대통령 시대가 바뀌어 당원이 주인이고 당원협의회 회장이 주인인데, 그들에 대한 관리인이라면 쾌히 내 역할은 관리인, 선량한 관리인으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중적 리더십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내가 박근혜 대표보다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며 "박 대표가 갔을 때 모이는 숫자와 내가 갔을 때 모이는 숫자가 다르다. 그 분은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대중성 확보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고 자신의 한계를 시인했다. 그는 "내가 대변인을 두번이나 하고 싶었으나 안된 것은 얼굴이 받쳐주지 않아서 그랬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회의원 숫자 좀 늘리면 어떠냐"**
문 의장은 개헌 문제와 관련, "오는 2007~2008년은 20년만에 오는 기회로 개헌을 한다면 그때 해야 한다"며 "논의 일정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해야지, 지금부터 시작되면 현정부의 레임덕만 빨라져 백해무익하다"고 말했다.
개헌의 내용에 대해선 "대통령제라면 정부통령제와 4년 연임제에 대한 국민 합의가 있어야하고, 대통령제가 아니라면 내각제 등 모두를 테이블에 올려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쳐 주목된다. 그는 "지역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방안은 선거구제밖에 없다"며 "중대선거구제, 그것이 어렵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구 이기주의 때문에 안된다고 하면 국회의원 숫자를 좀 늘리면 어떠냐"며 "지역구도가 해소된다는데 30명 정도 늘려서 지역구도 해소되면 실험해볼 수 있지 않느냐"고 의원수 증원에도 적극적이었다.
***"기업도시 유치 10조원 공약, 이행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굴뚝"**
문 의장은 이밖에 "당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무한 책임을 질수밖에 없다. 조금씩 책임져야 하지만 그럼에도 사표를 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거듭 '사퇴 불가'를 확인했다. 그는 "오는 6일 버스를 하나 빌려타고 떨어진 6곳을 모두 돌며 낙선인사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과의 약속 속에서 절차를 거쳐 치룬 경선에서 당선됐는데, 무책임하게 사표만 던지면 장땡이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거기간 중 자신이 했던 '3석 미달시 사퇴' 공언에 대해선 "대강의 뜻은 그렇게 틀린 게 아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할만한 건덕지가 있다"고 피해갔다.
그는 선거 패인중 하나로 지적되는 공천 논란과 관련해서도 "공천이 문제인데 나는 공천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선거운동만 했다고 말하면 되지만,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이 정정당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 선거기간 중 경북 영천에서 거론한 "기업도시 유치 10조원' 발언과 관련, "이행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그는 "낙선인사를 하러 가겠지만 재공약하러 간다는 마음을 가지고 지킬 수 있는 것만 공약하겠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한편 재보선 패배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과 관련, "전화통화도 한 적 없다"고 말했으나 "모르긴 몰라도 서운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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