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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가당찮은 '전문가' 편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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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가당찮은 '전문가' 편집증

[화제의 신간] 거품 걷어낸 뉴스의 진실 <뉴스 에스프레소>

커피의 한 종류인 ‘에스프레소’는 커피원두를 정확히 30초 동안 걸러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런 에스프레소에서 커피 본연의 순수한 맛을 찾아내곤 열광한다.

우리가 매일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고 있는 뉴스도 소스를 제공하는 이들이나, 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이들 모두 ‘객관’이란 이름 뒤에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치열한 ‘논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신문정책국장 출신인 이정호 씨는 2003년 <신문의 왕국을 쏘다>에 이어 두 번째로 묶어낸 언론비평집 <뉴스 에스프레소>(이매진 펴냄)에서 뉴스 또한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것처럼 딱 30초 동안 걸러내면 뉴스의 이면까지 잡아내 ‘맛있는 뉴스’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 언론, 교수집단 앞세워 사회의제 왜곡”**

<뉴스 에스프레소>는 지난해 한국언론, 특히 신문에 실렸던 각종 보도들을 곱씹어 본 언론비평집이다. 저자는 부산의 한 신문사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가 노동운동가로 변신, 얼마 전까지 전국언론노조에서 일을 하다가 KBS에 신설되는 탐사보도팀 일원으로 다시 현장 기자로 복귀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치는 심정으로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저자가 <뉴스 에스프레소>를 통해 가장 중점으로 강조하는 것은 “언론이 국민 대중의 눈을 가려가며 사회의제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언론이 권력과 자본의 편에 서려는 행보를 노골화한다면 끝내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임을 경고하는 문구들도 잔뜩 들어 있다.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먼저, 각종 사회의제를 ‘전문가’란 이름으로 왜곡하고 있는 일부 신문사와 그 곳에 칼럼을 쓰고 있는 교수집단을 호되게 나무라고 있다. 저자는 ‘신문 칼럼리스트’라는 글에서 “한국의 대학교육이 어떤지 대충만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교수=전문가’라는 등식이 말짱 거짓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며 “그런데도 일간지들은 뿌리 깊은 학벌주의에 젖어 이 ‘전문가’의 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특히 중앙일보 2004년 1월 20일자에 실린 장영희 서강대 교수의 칼럼에 대해 “장 교수는 자신이 아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이가 오랜 미국생활 때문에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걸 소재로 삼으며 난데없이 부안주민들의 시위를 놓고 ‘무조건 주먹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폄훼했다”며 “정작 장 교수처럼 주먹을 쥐고 노래 부르는 시위의 형식미 자체에 대해 원초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기득권 세력이 있는 한, 그런 사람들이 주요 일간지 지면을 도배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지속되는 한, 우리 헌법에 명시된 집회결사의 자유는 현실 공간에서 숨 쉴 틈이 없다”고 반박했다.

저자는 한겨레신문에 대해서도 “한겨레신문은 2004년 1월 1일부터 ‘한국의 미래 열어갈 100인’을 선정해 발표했으나 선정 작업을 주도했던 이들은 한결같이 주류사회의 기득권 인사들 이었다”며 “더군다나 3차 관문인 외부 선정위원 14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명이 교수였다는 점에서 당시 발표는 ‘교수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미래 열어갈 100인’을 소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꼬집었다.

***강한 자에게 약한 한국언론 “볼썽사납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강한 자에게 약한’ 한국언론의 볼썽사나운 모습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친미교육이 대물림되고 있다’에서는 김형인 한국외대 교수가 쓴 중앙일보 2004년 8월 9일자 ‘반미교육, 왜 대물림되고 있나’ 칼럼에 대해 “김 교수는 대학 캠퍼스에서 미국에 대해 어설피 배운 386세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미교육을 대물림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본원인으로 60년대 미국에서 신좌파의 영향을 받았던 한국의 교수들이 돌아와 80년대 한국 강단에서 미국을 왜곡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며 “신좌파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는 미국 학계를 그처럼 평가하는 것도 우스운 일일뿐더러, 오히려 386들은 미국 유학파 교수들한테서 환멸을 느낀 까닭에 미국을 올바로 쳐다보는 눈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통박했다.

또 ‘한국언론에 국적은 있는가’에서는 조선일보가 2004년 6월 주한미군 주둔문제로 방한한 미 국방부 롤리스 부차관보를 인터뷰한 것과 관련해 “친미니 반미니 하는 상투적 수사를 떠나 국내언론이 롤리스 부차관보의 말을 그대로 옮겨 ‘50년 동맹이 이전부지 30만평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고 대신 말해 준다면 이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봉사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노 대통령과 홍석현 회장’에서는 “노 대통령이 신문시장을 투전판으로 만든 사람과 만나 인터뷰를 하며 언론개혁을 논한 것도 그렇지만, 노 대통령의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나온 말들을 그대로 옮겨주는 언론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언론은 지금 시점에서 87년 6월 항쟁이 만들어준 노 대통령에게 정작 6월 항쟁을 위해 무얼 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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