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간지 <파이낸셜뉴스>(대표이사 전재호)가 최근 자사 단독보도를 가판에 게재했다가 배달판에서 삭제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으로 밝혀져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프레시안> 확인결과 4월에만 모두 세 차례나 발생했다.
***다른 언론 받아쓴 단독보도까지 배달판에서 ‘실종’**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5일자 가판(1판) 1면 하단에 ‘이건희·정몽구 회장 등 주주 수만명 정보 유출’ 제하의 기사를 국내언론들 가운데 최초로 게재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배달판(5판)에서 이를 ‘26개 상장사 내달 해외IR’ 기사로 교체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기사교체 뒤 포털사이트에 제공되는 기사목록에서도 이를 삭제했다.
그러나 관련 보도는 금융감독원이 전자공시시스템 관리소홀로 이건희 삼성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그룹 총수를 비롯한 상장법인 주주 수만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을 노출시킨 중대사건으로, 당시 다른 언론사들은 대부분 <파이낸셜뉴스>의 단독보도가 있은 뒤 이를 받아썼다.
반면 ‘26개 상장사 내달 해외IR’ 기사는 국내 상장기업들의 최초 해외 합동IR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금감원의 정보 유출 사건에 비해서는 현저히 기사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경제출입 기자들의 지적이다.
***GS-롯데건설 기사도 실종**
<파이낸셜뉴스>의 이같은 석연치 않은 기사교체는 지난 16일과 13일에도 있었다.
<파이낸셜뉴스>는 16일자 가판에 ‘GS 로고 독일고어체 S와 유사’ 제하의 단독보도를 실었다가 배달판에서는 ‘LCD·반도체 하반기엔 호조’라는 주우식 삼성전자 전무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실었다.
<파이낸셜뉴스>는 ‘GS 로고…’ 기사에서 “GS그룹의 기업이미지통합(CI)이 최근 한 중소기업의 로고와 닮아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독일고어체의 S자와 유사한 점이 새롭게 발견돼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며 “GS측은 이같은 문제점을 이미 알고 저작권 문제를 확인한 뒤 지난해 10월 상표등록을 마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기사교체 뒤 27일 현재까지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FN 인터넷신문’에 유독 16일치 기사보기를 올리지 않아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앞서 13일자 가판 16면에는 ‘용인 구갈 롯데 낙천대, 알고 보니 연립주택’ 제하의 상자기사가 실렸다가 배달판에서 ‘골프장 조망권 따라 아파트가격 2배 차이’ 기사로 바뀌는 일도 있었다.
<파이낸셜뉴스>는 ‘용인 구갈…’ 기사에서 “롯데건설이 지은 경기도 용인 구갈 롯데낙천대 입주예정자들이 애초 이를 아파트로 알고 있었다가 연립주택이라는 점을 사후에 알고 건설사와 용인시를 상대로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며 “입주예정자들은 분양 카달로그나 기타 분양광고 어디에도 ‘연립주택’이라는 문구를 보지 못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배경” 의혹제기에 “편집자 권한일 뿐” 반박**
<파이낸셜뉴스>의 잇따른 단독보도 누락에 대해 다른 경제지 기자들의 반응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경제지 기자는 “기사가치가 충분한 단독보도들이 이렇듯 잇따라 누락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모든 언론사들이 받아쓰기까지 했던 기사가 정작 단독보도를 한 신문사에서 지면 배치 조절이 아니라 아예 누락됐다는 사실은 반드시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파이낸셜뉴스> 기자들은 더욱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편집국 한 기자는 “문제는 이러한 일이 4월뿐만 아니라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발생해 왔다는 점”이라며 “일부에서는 이들 기사들이 광고유치나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용됐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이래저래 기운을 빠지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편집국 간부진은 "배달판 기사교체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용규 편집국장은 27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25일자 기사교체는 금감원 전산용역직 직원의 단순 실수로 벌어진 일인 점이 나중에 밝혀져 해당 부서장의 요구로 관련기사를 교체하고 배달판에서 삭제했던 것”이라며 “기사교체는 미처 점검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거나 또는 기사방향이 잘못됐을 때, 그리고 한쪽 의견만이 주로 반영됐을 때 내린 편집자의 고유권한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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