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국면을 맞은 가운데, 양국 교사들이 역사교재를 공동집필해 올바른 역사인식 공유를 위한 첫 발을 뗐다.
***4년만에 '한일공통역사교재' 발간 **
전교조 대구지부와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은 19일 4년여에 걸친 산고 끝에 <한일공통역사교재-조선통신사>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간했다. 지난 2001년 8월, 전교조 대구지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교과서 집필 작업은 4년간 수차례의 세미나와 수십차례의 회의 이후에도 교과서 원고가 현해탄을 오가기를 몇 차례 한 후에야 완성될 수 있었다.
'양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에 대해 연대 투쟁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시작된 작업이었지만 양국의 역사인식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덕분에 일제 침략사가 포함된 양국의 근현대사를 대상으로 다루고자 했던 당초 계획에서 16세기말로 방향을 돌려야 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과 조선통신사에 이르는 과정은 '전쟁과 평화'를 동시에 검토할 수 있는 역사라는 이유에서다.
고문역을 맡은 김양기 도쿠하가쿠인대학 교수는 머리말에서 "어느 한 쪽이 상대국을 설득하기 위해 열변을 토하면 다른 한쪽은 거기에 반론하기를 거듭하다 결국은 교착상태에 빠져 침묵이 흐르는 모습이 숱하게 반복됐다"며 지난했던 집필과정을 묘사했다.
김 교수는 "양쪽이 합의점에 도달한 시점을 다시 떠올려보면 그 시점에서는 양쪽 모두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은 한 인간으로, 한 사람의 교사로 역사적 사실과 대면하고 있었다"며 이질적인 역사관을 뛰어넘게 한 힘은 서로에 대한 '인간적 신뢰'에 있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봉주 의원 "후속 연구에 재정적 지원" 약속 **
양국 교사들의 땀으로 1백72쪽짜리 교재는 빛을 보게 됐지만,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 교재를 통해 비교적 '객관적인' 역사를 공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교육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교과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학교 현장에다 강제적으로 부교재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교육부에 촉구해 각 학교 도서관에 이 교재를 비치토록 권고하겠다"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앞으로도 심도 있는 연구가 가능하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익들이 준동하고 있는 일본의 상황은 간단치 않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히로시마 교육노조 고바야카와 겐 히로시마 집행위원장은 "이번 교과서 편집이 주된 이유는 아니지만 후소샤 교과서 채택 로비에 저항해온 히로시마 교원노조 사무실은 총격을 당하고 항의전화가 빗발치는 등 우익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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