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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 ‘사회주의 혁명’,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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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 ‘사회주의 혁명’, 이제는 말할 수 있다”

MBC 3부작 ‘한국의 진보’ , "보수에게 욕 들을 각오로 제작"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것은 '빨갱이'나 다름없는 일이었죠. 한국사회에서는 '문둥병'이나 마찬가지인 빨갱이요."

80년대 중반에 노조 활동을 했던 한 여성 노동자는 신군부의 광폭정치가 횡행하던 그 때, 한국사회에서 노동운동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 말 속에 모두 담아내려고 했다.

암울했던 80년대. 흔히 '공돌이·공순이'로 불리며 천대를 받던 노동자들은 누가 뭐래도 분명 이 땅을 짊어졌던 '산업역군'이었다. 그들은 이제와 다시 떠올려도 눈물겹기만 한 최악의 노동환경과 장시간의 노동 속에서 쉼 없이 스러져 가기도 했지만 꿋꿋이 전태일의 뒤를 이어나가 비로소 이 땅에 '진보'의 싹을 틔우는 밀알이 됐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른바 '학출'(학생출신)이라고 불리며 생산현장으로 갔던 '공장으로 간 대학생들'이 있었다.

***노동현장에서 '진보'의 싹을 틔운 대학생 노동자들**

지난 98년부터 한국현대사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파헤쳐왔던 MBC 특별기획 <이제는 말할 수 있다>(기획 김환균)가 이번에는 '한국의 진보'(연출 한학수)를 조명하는데 도전장을 냈다. 3부작으로 오는 24일과 5월 1일, 5월 8일 밤 11시 30분에 방영되는 <이제는…>의 이번 주제는 지금도 사회적으로 말을 섞기 어려운 '사회주의 혁명'을 꿈꿨던 사람들이다.

제작진의 '진보 뿌리 찾기'는 일제-해방전후-한국전쟁-격동의 60~70년대를 훌쩍 뛰어넘어 85년부터 시작된다. 이 무렵이 바로 숨죽여왔던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민주노조'라는 조직체를 통해 사회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던 때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선,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데 큰 몫을 담당했던 '공장으로 간 지식인들'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85년 공안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대학생 위장취업자는 서울지역의 경우 모두 1백81명, 전국적으로는 6백99명이었다. 그러나 당시 활동했던 대학생은 전국적으로 1만여명이 넘는 이들이 노동현장에 투신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생들은 왜 노동현장으로 갔고, 그 곳에서 무엇을 하려 했던 것일까. 제작진은 그와 같은 물음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교훈 △대학생들의 자각 등을 제시하고 있다. 피로 얼룩졌던 5.18은 대학생들에게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고, 여기다가 현실의 세상이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짜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변혁을 꿈꿨던 이들에게 강한 자극을 주었던 것이었다. 대학생들은 때로는 야학을 통해, 때로는 단기 취업교육을 받아가며 노동현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부딪힌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하루하루의 힘겨운 노동 속에서 노조를 결성하는 일은 머릿속에만 맴도는 '이상'이었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이론으로 혁명을 꿈꿨으나 노동자들에게 있어 노동은 현실"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결국 그들은 작업장 내에서 존경받는 노동자가 되기 위해 몸이 바스러지도록 일을 했고, 마침내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어내 노동자들을 자본과 정권에 맞서도록 추동했다.

***"보수진영에 모진 욕 들을 각오로 제작"**

제작진은 2부 '인민노련, 혁명을 꿈꾸다' 편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비밀정치조직이라고 불렸던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이 그렸던 세상과 그로부터 파생된 NL(민족해방)-PD(민중해방) 계열의 오랜 대립 등 진보진영의 분열상도 조명해 본다.

이어 3부 '혁명의 퇴장, 떠난 자와 남은 자' 편에서는 사회주의의 몰락과 민중당의 실패 등 거듭되는 진보진영의 좌절 속에서 혁명정신이 퇴장하고 난 뒤 무엇이 남았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으로 '한국의 진보'를 가름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을 맡은 김환균 PD는 지난 18일 열린 기자 시사회에서 <이제는…>의 이번 실험에 대해 "진보와 보수가 극한으로 대립하는 현 상황에서 이제는 진보진영이 외쳤던 사회주의 혁명도 밖으로 내놓아 국민들의 판단을 구할 때가 됐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진보세력들이 지난 25년 동안 겪어왔던 열정과 한계, 그리고 오류를 담백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또, "이미 보수진영으로부터 모진 욕을 들을 각오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제는…>의 이번 시도는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한차례 거센 비판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할 듯 싶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한국사회 진보의 기반인 '깨어나는 노동자'의 모습을 노동자의 눈을 통해 읽어내는 데에는 다소 미흡한 점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이제는 현장에서 멀어진 명문대 출신의 이른바 '지식인'들이나 '변절자'로 불리는 대학생 노동자 출신 정치인들이 이야기 전반을 이끌어 가고 있는 점도 내내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다.

<이제는…>이 '진보=성공한 386세대'로 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얼마나 교정해 낼 지도 또 하나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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