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소샤 교과서의 모기업이자 독도문제-역사왜곡 문제의 진원지인 일본 <산케이신문> 및 후지TV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경향신문>과 MBC 내부에서 '제휴 청산'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와 주목된다.
***경향신문 내부, "정체성과도 배치, <산케이>와의 제휴청산 마땅"**
<경향신문>이 <산케이신문>과 제휴를 맺은 것은 정부가 신문사 최대주주 시절이던 지난 1983년의 일. 그 무렵 <경향신문>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언론계내 유일한 중학교 동창이었던 정모씨가 사장을 맡는가 하면, 전두환 신군부가 <산케이신문> 등 일본의 극우세력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었던 등의 연유로 <산케이신문>과 업무 제휴를 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70년대 김대중 납치사건 등을 계기로 일본언론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언론 추방을 단행했던 박정희 정권시절에도 유일하게 추방을 면할 정도로, 한국군부와 깊숙한 친분관계를 유지한 언론으로 유명하다.
그후 <경향신문> 주인이 정부에서 한화그룹으로 바뀐 뒤인 1995년까지만 해도 두 신문사는 공동 세미나 개최, 기사교류, 기자연수 등 활발한 교류를 가져왔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90년대말 한화그룹으로부터 분리돼 '독립언론'의 길을 걷게 되면서 양쪽의 교류는 뜸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서울-도쿄 특파원에 대한 사무실 제공 수준 정도에서 교류의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새삼 <산케이신문>과의 제휴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서울 지국장에게 현재 <경향신문> 본사 별관의 별도 공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다 지국장은 박정희-전두환 시절의 군부를 비롯해 조갑제 <월간조선> 전대표 등 한국의 우익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왔으며, 최근 독도문제과 관련해 EBS TV와의 좌담 프로그램 및 반기문 외교통상장관과의 외신기자 인터뷰때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공개리에 펴 물의를 빚어온 인물이다. 구로다 지국장은 최근 들어 그동안 서강대에서 한국의 현행법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강의를 해온 사실이 드러나, 서강대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경향신문>이 문제의 구로다 지국장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구로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대신, 경향신문 도쿄특파원도 마찬가지로 <산케이신문>으로부터 본사 공간을 제공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산케이신문>과 구로다 지국장의 망언이 계속되면서, <경향신문> 내부에서는 차제에 <산케이>와의 제휴관계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002년 안팎에 진보논조의 구현을 표방하면서 일부 구성원들이 <산케이신문>과의 관계청산을 요구, 한차례 내부 논란이 벌어진 바 있기도 하다.
<경향신문> 편집국의 한 기자는 "아무리 전두환 정권때 일이라고는 하나 애초 반공(反共)을 사훈(社訓)으로 하는 <산케이신문>과 제휴관계를 맺은 것이 잘못이었다"며 "이는 당시 대부분의 국내 신문사들이 일본의 특정 신문사와 '짝짓기'를 하자 이를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된 측면도 분명히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한편으로 경향신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관계청산을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론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사측 입장은 적잖이 곤혹스럽다는 쪽이다. 경영기획실 한 관계자는 "굳이 교과서 문제가 아니더라도 <산케이신문>과는 대북 문제 등 세계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확연한 시각 차이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관계를 단절할 경우 일본 특파원의 사무실 공간 마련 등 뾰족한 대안도 없는 처지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별도로 일본 특파원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선 적잖은 거금이 필요한데, 작금의 어려운 신문사 경영상황을 고려할 때 고민이 된다는 토로다.
***MBC내에서도 <산케이> 계열 후지TV와의 제휴 청산 목소리**
<산케이>와의 관계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공영방송사인 MBC 내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MBC는 오래 전부터 일본 최대 민방인 후지TV와 제휴관계를 맺어왔으나, 몇 년 전 <산케이신문>이 후지TV 지분을 확보해 후지TV를 계열화하자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후지 TV와 관계를 청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어왔고 최근 <산케이>의 망동이 극성을 부리면서 이같은 주장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MBC 한 관계자는 "양국 언론사 사이의 제휴관계라는 것이 사무실 공간 제공 등 서로간의 편의제공 형식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 또한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사의 이익만 고려하고 넘어갈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특히 최근 후지-산케이그룹이 극우적인 시각을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등 자신들이 소유한 매체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만큼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는 이처럼 신문과 방송계내 '진보진영'을 자처하는 <경향신문>과 MBC에서 <산케이>와의 관계 청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가까운 시일내 구체적 행동에 돌입할 것으로 판단하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국내 언론사와 일본 언론사 사이의 교류 역사는 한국일보가 지난 60년 요미우리(讀賣)신문과 첫 제휴관계를 맺은 이후 조선일보-마이니치(每日)신문, 중앙일보-닛케이(日本經濟)신문, 동아일보-아사히(朝日)신문, 서울신문-도쿄(東京)신문, 연합뉴스-교도(共同)통신, KBS-NHK, SBS-니혼(日本)TV, YTN-TBS(東京放送) 등으로 교류를 확대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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