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시 정권을 향해 거침없는 비난을 연일 퍼부어대며 평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한 통의 축하전화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경제가 디폴트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한 것을 축하하고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지도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뜬금없는 부시 대통령의 축하전화를 놓고 아르헨티나언론들은 그 진의 파악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까사로사다(아르헨 대통령궁) 공보실의 한 고위관리는 이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회피한 채“부시 대통령이 키르츠네르 대통령에게 아르헨티나의 경제성장을 높이 평가하고 축하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이상의 자세한 통화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애써 언론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곳 언론들은 미 백악관 대변인실의 브리핑 내용을 인용, ”부시 대통령이 키르츠네르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 통화를 했다”고 보도하고 부시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현재의 경제성장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대규모 해외투자가 있을 것”이라는 덕담까지 나누었다고 전했다.
<사진> 아르헨티나를 방문중인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아르헨티나의 한 군 부대 내에서 호세 빰뿌로 장관과 환담하고 있다. @ 끌라린지
아르헨 유력언론들은 쿠바와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반미에 앞장선 남미 좌파정권들의 결속과 최근에는 스페인까지 이에 동조하며 남미에 접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키르츠네르 대통령 띄우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정부가 자신의 안방과도 같은 남미에서 타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반미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파트너로 아르헨티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아르헨티나를 향한 구애의 전화 메시지가 럼스펠드 장관의 남미순방 직후에 나왔다는 데서 그 가능성을 찾고 있다.
지난달 말 한국을 비롯, 아시아국가들을 방문하여 융숭한(?) 대접을 받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 비하면 남미에서 초라한 대접을 받은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바로 부시 대통령에게 남미 현지정서를 그대로 전하고 그 대책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지난달 말 럼스펠드 장관의 아르헨티나, 브라질, 과테말라 등 남미 3개국 순방은 세계 초대강국 국방장관의 행차 치고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방문목적 자체가 양국간 군사훈련 관계와 최신 항공레이더 프로젝트 등 군사문제들이라서 모든 회동이 극비에 부쳐지기는 했다.
그러나 그의 아르헨티나 방문은 여느 남미국가 장관의 방문에 비교되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수준이었다.
***‘부시 정부 남미 껴안기 나서나’**
평소 반미성향이 강한 아르헨 현지언론들은 군사력을 앞세운 강력한 미국건설의 선봉장 럼스펠드 장관과의 기자회견을 잔뜩 별렀으나 럼스펠드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극소수 군관계자들과의 회동이 조용히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에 현지언론들은 까사로사다(대통령궁)에서의 기습인터뷰를 노리고 대통령궁 입구에서부터 진을 치고 온종일 기다렸으나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럼스펠드 장관의 대통령궁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허탈하게 돌아서는 기자들 입에서 “미국 국방장관이 아르헨티나에 오긴 온 건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정도였다.
한국을 방문해 숫한 화제와 국빈급의 의전 예우를 받은 라이스 국무장관에 비하면 럼스펠드 장관의 아르헨티나방문은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런 푸대접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반미시위가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아르헨티나에 이은 브라질과 과테말라 등지에서도 그는 별 환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귀국 후 바로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에 대한 이런 차가운 남미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게 되었고 이를 전해들은 부시 대통령이 현지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 남미를 끌어안기 위해 일차적으로 아르헨티나를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을 내놓는 등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구애작전의 속내 파악에 지면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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