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을 비롯한 소장파들의 갑신정변은 3일천하로 끝났다."(이규택 최고위원)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와 진심어린 충신은 구분돼야 한다."(김희정 의원)
한나라당 지도부와 소장파 의원들이 31일 공개 회의석상에서 얼굴을 붉히며 정면으로 격돌했다. 지도부는 소장파 의원들의 조기 전당대회 요구를 "지도부에 대한 탄핵"으로 표현했고, 소장파는 "충신과 매국노는 구별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소장파 의원들의 '조기 전당대회' 소집 요구 이후 관계가 불편해진 지도부와 소장파들의 갈등 관계가 31일 폭발한 것이다.
***이규택 "소장파의 전당대회 요구, 지도부에 대한 탄핵"**
선공은 이규택 최고위원의 몫이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어떤 의원이 창당준비에 버금가는 7월 전당대회를 요구했고, 이러한 뜻을 같이 하지 못하면 함께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며 "머지않은 당의 분열과 분당이 걱정된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 최고위원은 "극단적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조기전대를 요구하는 의원들은 2004년 노 대통령의 탄핵을 기억해야 한다"며 "민심을 읽지 못하고 탄핵안을 내서 역풍을 맞았는데, 일부 의원들이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고 조기 전대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자고 하는 것은 박근혜 대표와 지도부에 대한 탄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소장파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최고위원은 "자기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진 자가당착적 발언은 삼가하라"며 "거창한 얘기지만, 김옥균을 비롯한 소장파들이 이상주의에 매몰돼 일으켰던 갑신정변이 3일천하로 끝났고, 그 후유증으로 조선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소장파 의원들을 김옥균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동안 우리가 엄청난 실책을 했다면 물론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그런대로 했다"며 "새 지도부를 뽑자는 얘기가 계속되면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소장파 "충신과 매국노는 구별해야 한다"**
이에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 소속의 김희정 의원이 반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당내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분열이 걱정된다고 했는데, 과거의 왕이 있을 때를 비교하면 충신과 매국노는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똑같이 왕을 향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할지는 모르지만,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와 똑바로 갔으면 좋겠다는 진심어린 충신과는 차이가 있다"고 스스로가 '충신'임을 강조했다.
김 의원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이 최고위원은 얼굴을 붉히며 "누가 매국노야"라고 소리를 쳤고, 일순간 회의 분위기는 급랭했다. 이 최고위원이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김 의원은 "선배들이 많이 이해해주면 당의 발전 방식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을 끝마쳤다.
김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이 최고위원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하고 있냐"고 격노했다. 이에 강재섭 원내대표도 김 의원을 향해 "비유가 부적절했다"고 말했고, 전여옥 대변인도 "지나쳤다. 사과하라"고 거들었다.
이에 김 의원은 "모두가 충신이라는 얘기다. 모두가 당을 사랑하는데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탄핵 비유는 적절했냐"고 반박했다.
논쟁이 이어지자 회의는 바로 비공개가 선언됐다. 그러나 취재진이 빠져나가는 동안 소장파 의원들의 리더격인 원희룡 최고위원이 이규택 최고위원을 향해 "갑신정변 얘기는 뭐고, 삼일천하 얘기는 뭐냐"고 따져 물었고, 이에 이 최고위원이 "자기들(소장파)은 말하고 우리는 말 못하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조기전당대회' 당 내분 쟁점 부상**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다른 의원들의 중재로 이 최고위원과 소장파들은 서로간에 "표현에 오해가 있었다"고 한발씩 물러나 사과했다.
그러나 소장파 의원들이 홍준표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당 혁신위원회의 7월조기전당대회안을 적극 지지하면서 조기 전당대회는 당내 분란의 쟁점으로 재부상했다.
3월초 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이 "7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박 대표는 "내 사전에 재신임은 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홍 위원장이 "불량사전인가 보다"고 맞받았지만, 독도 문제 등이 불거지며 논란은 잠잠해 졌었다.
그러나 소장파 의원들의 '수요모임'이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양평에서 가진 워크숍 결과 브리핑에서 "혁신위는 환골탈태를 위한목적에서 나온 기구인 만큼 거기서 만들어지는 내용이 시행가능토록 하기 위해선 재창당 수준의 전당대회가 불가피하다"고 밝히며 혁신위 안을 지지해 논란이 다시 불거졌고, 수요모임의 대표인 정병국 의원은 "이런 뜻을 같이하지 못하면 함께 가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해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수요모임은 표면적으로 당헌당규 개정 등을 통해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이를 박 대표측에선 "대표 흔들기"로 받아들여 불만을 표해왔다.
수도이전 반대 모임이 주축이 된 기존의 '반박근혜' 진영에 3대입법의 전향적 처리를 주장하다가 '반박'으로 돌아선 소장파 의원들이 혁신위원회의 조기전당대회 요구를 지지하고 나서고 있어 한나라당 내홍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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