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불구하고 배를 타면 무조건 납작 엎드리십쇼."
'독도방문이 진보정당에 어울리냐'는 당내 논란을 뒤로 하고 20일 배에 몸을 실은 민주노동당 방문단은 김점구 독도수호대 사무국장의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곧 톡톡히 깨달아야 했다.
***바닷갈매기들의 섬, 독도**
동해시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 3시간,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3시간, 배타는 시간만 족히 왕복 12시간은 되는 여정의 관건은 배멀미. 50cm에서 1m까지 달하는 성난 파도 속에서 멀미를 피하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잠을 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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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독도의 첫인상은 '야성(野性)' 그 자체였다.
한 톨의 생명조차 허용치 않을 것 같은 거친 바위섬 독도는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듯했고, 수만마리의 바닷갈매기들 또한 인간들의 분쟁에는 관심없다는 듯 갖가지 소리로 울어댔다. 마치 "이 섬은 우리 영역이야"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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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이렇게 쾌청한 날씨는 50일에 불과하고 바람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는 해양경찰대의 설명에도 카메라를 든 손은 거친 바닷바람에 금새 딱딱하게 곱았고, 허용된 1시간안에 한 컷이라도 더 담으려는 사람들의 손놀림은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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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국민들의 관심에 '들뜬' 울릉도**
이러한 독도를 울릉군민들은 '외교 분쟁'보다는 '생존의 터전'차원에서 보고 있었다. 어민의 경우 한일어업협정이 만든 중간수역을 재조정해 해상국경선을 다시 긋는 것이고, 어민이 아닌 경우 독도 유인도화를 시작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개발해 관광자원화하는 것이다.
한전 위탁회사의 발전운전원인 정종석(30)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요즘은 사람들의 관심이 피부에 와닿는다"며 정부와 언론의 주목으로 들뜬 울릉도 현지의 민심을 전했다.
고등학교, 대학교시절을 제외하고는 주욱 울릉도에서 살아온 정종석씨는 "울릉군민들은 실질적 독도 점유의 당사자라 그런지 솔직히 시마네현의 조례 제정을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헛소리하고 있네. 웃긴다' 정도"라며 "오히려 이번일로 지역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더 크다"고 털어놨다.
울릉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읍사무소의 공무원 정충권(57)씨도 "이 기회에 중간수역을 없앴으면 좋겠다"라며 "일본어선과 구체적인 마찰은 없지만, 장비가 좋은 일본어선들이 알짜를 다 잡아갈 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 어선까지 가세, 어장이 더욱 축소됐다. 실제 잡히는 고기양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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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돼온 울릉도민들의 '소외감'**
'이슈화시켜준 시마네현이 차라리 고맙다'고 할 정도로 울릉군민들이 그간 중앙정부에 느껴온 소외감은 상당했다.
하다못해 TV뉴스도 "여러분 다행입니다. 태풍이 이제 한반도를 지나 동해상으로 빠졌습니다"라고 보도해 '지금 우리한테는 태풍이 막 다가오고 있는데...우리는 국민도 아닌가'라는 생각에 서럽다는 것이다. 지난 해에는 울릉도를 국립공원화하려는 환경부 계획이 "이제 집 한채도 마음대로 못 짓는다는 거냐'는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일도 있다.
4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해온 김모씨 부부는 D여객선 노조에 찍히면 안되다며 익명부터 요구했다. 이들은 "육지에서 떼온 물건값의 10% 가까이가 운임비로 나가, 울릉도 물가는 비쌀 수 밖에 없다"며 "여객선에 대한 정부지원이 없다보니 독점 회사의 비용이 그대로 군민들에 전가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어민들은 "솔직히 또 이러다 치우겠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이렇게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한때로 지나갈까봐 우려하는 군민들의 바램은 오창근 울릉군수의 설명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자유롭게 독도를 왕래하려면 항구, 경비행장등 울릉도의 기반시설부터 보강하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행정사무 또한 문화재청에서 울릉군으로 위임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승진 독도박물관장의 의견은 이와 다르다. 그는 "독도 개발에는 필연적으로 환경파괴가 뒤따른다"며 영유권 주장과 독도 개발은 엄연히 별개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독도가 한국땅이냐, 일본땅이냐라는 논란과는 별도로 현재 울릉도에서는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논쟁이 슬슬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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