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차기전투기(F-X) 사업을 다음 정권으로 연기하라는 정치권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공군의 한 핵심관계자는 8일 "공군은 인도(전력화) 시기와 작전요구 성능, 소요량을 충족시킨다면 어느 기종이라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전체 전투기 가운데 50%가 노후화됐고 당장 F-5 기종은 내년부터 도태되기 때문에 F-X 사업 일정을 연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업비만 8조3천억원이 투입되는 F-X 사업에 대해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현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방위사업청은 미국의 록히드마틴(F-35A)과 보잉(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ㆍ유로파이터) 등 3개 업체의 기종을 대상으로 평가 작업에 들어갔으나 연내 기종 선정은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공군의 다른 관계자도 "여당 일각에서 F-X 기종을 현 정권에서 결정하는 것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만약 그런 일을 추진하고 있다면 이는 공군 전투기의 노후화 실태와 전력운용 상황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군의 이런 입장은 F-X 사업이 차기 정권으로 넘어가면 재입찰 뿐 아니라 사업 일정을 다시 수립할 가능성도 있어 고성능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계획이 2~3년 뒤로 늦춰지고 이에 따른 전력 공백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감 때문이다.
공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체 전투기 가운데 50% 이상은 도입된 지 30~40년이 지난 노후 기종이다. 2010년 국방백서를 기준으로 하면 남한은 460여 대, 북한은 820여 대의 전투기를 각각 운용하고 있다.
우리 전투기 가운데 F-4 팬텀 60대는 1967~1979년산으로 도태 시기가 이미 지났지만 공군은 33~45년 된 이 전투기를 정비해서 2019년까지 운용할 계획이다.
180여 대의 F-5E/F 전투기는 1973~1981년 생산된 기종으로, 이 중 5공 때 면허 생산한 KF-5 제공호 60대는 수명 연장작업을 통해 2023년까지 사용된다. 나머지 60여 대는 2020년께 비행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다. 2019년까지 도태되는 공군 전투기는 180여 대에 이른다.
공군은 FA-50 국산 경공격기 60대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2019년께 우리 영공 수호를 책임질 전투기는 340여 대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우리나라의 전투기 적정 규모를 430여 대로 판단하는 것보다 100여 대가 부족한 것이다.
한편 방사청은 F-X 사업의 연기 가능성에 대해 기종 평가 일정이 지연될 수 있지만 사업 자체를 연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윤형 방사청 대변인은 "연기라는 용어를 쓰면 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있어서 우리는 공식적으로 연기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다"며 "지속적인 연장이 맞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사청은 협상과 검증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고 그에 따라서 평가 기간이 연장될 수는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