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재석 2백35명 의원들 가운데, 찬성 1백61, 반대 58명, 기권 16명으로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당론으로 찬성했고, 한나라당은 자유투표로 표결에 임했다. 박근혜 대표는 그간 "권고적 찬성 당론으로 하겠다"고 밝혀 왔으나 관철되지 못했다.
***김용갑 "못난 남자들, 달고 다니지 말고 떼어버려라"**
호주제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만큼 표결까지 큰 무리는 없었으나, 김용갑, 김학원 등 일부 보수 의원들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우리 사회 일부 여성들은 호주제 폐지만이 능사인 양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러한 가치관 파괴 행위를 앞장서서 막아야 할 국회의원들 역시 표만 의식하면서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며 남성 의원들을 향해 "불편하면 달고 다니지 말고 떼어버려라"고 소리쳤다.
김 의원은 "속으로는 반대를 하는 의원들조차 줏대도 없고 소신도 없이 일부 여성들의 주장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며 "일부 여성들의 과격한 주장에 휘말려서 우리의 가치관을 무너뜨리고 가족을 해체하는 망국적 결과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호주제는 이 정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악법이 결코 아니다"라며 "호주제는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 전통의 가족 제도이며, 정서이며, 문화이며, 국민 생활의 기본 질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도 호주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전통적 개념의 가족을 해체하자는 것이며, 기본 질서를 바닥부터 뒤엎겠다는 것"이라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며, 개혁이 아니라 최악의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더욱이 부모의 재혼으로 자녀의 성이 바뀌었을 경우, 혈통상 사촌, 심지어 형제자매가 법적으로는 완전한 타인이 되어 버린다"며 "만의 하나, 이들이 결혼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왜곡된 주장도 펼쳤다.
현행 개정안에 따르면 민법상 무효혼의 범위인 8촌 이내의 혈족, 6촌 이내의 인척, 4촌 이내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 등을 일반적인 금혼의 범위로 규정하고, 그 중 8촌 이내의 혈족 및 직계인척간의 혼인을 무효혼이 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그치지 않고 "부모자식 성을 마음대로 바꾸고, 김씨 할아버지 밑에 박씨 손자를 만드는 것이 여성 인권 향상이고 개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민련 김학원 의원도 반대 토론자로 나서 "삼국시대부터 유래한 호주제는 세계의 석학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제도이지만 호주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겠다"라며 "그러나 부모 합의에 따라 자녀의 성을 마음대로 따를 수 있게 하는 조항은 남녀평등과는 상관이 없는 독소조항"이라고 가세했다.
***여성계 "이제는 새로운 가족질서 만들어 나갈 때"**
일부 보수 의원들의 반대에도 호주제 폐지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여성계는 즉각 환영논평을 내며 감격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부계혈통만을 인정함으로써 뿌리깊은 성차별 역사를 재생산·강화시켜온 호주제의 폐지를 대단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성계 기자회견 사진>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등 여성계 인사들은 '50년 가족법 개정 운동의 결실 호주제 폐지'라는 현수막을 기자실에 내걸며 "이제 가족공동체 안에서 성평등·민주화·개인존엄을 정착시키자"고 강조했다.
이날 호주제 폐지 법안을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은 새로운 신분등록제가 마련되지 않은 이유로 2008년 1월1일부터 발효된다. 이에 여성계는 "지금은 호주제 폐지 이후에 모든 국민이 노력하고 참여해서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한 생산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호주를 없앤다는 것은 공동체의 중심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하나였던 중심을 여러 개의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고 있다"며 "이렇게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속에서 공동체 자체는 평등해지고 민주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일부 보수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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