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소재한 한 신흥 명문 사립고가 지난해 고3 여학생을 서류상의 레슬링 선수로 둔갑시켜 올해 광주교대에 체육특기생으로 선발되도록 한 사건이 교육당국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 ‘어물쩡’ 마무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를 감시해야할 지역 언론사들은 사건 초기 일부 작은 규모의 신문사만이 이를 단발성으로 보도했을 뿐 전남일보·광주일보 등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문사들은 단 한차례도 관련보도를 내보내지 않아 지역 언론계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인문계 고교생이 하루아침에 레슬링 선수로 둔갑**
광주교대의 이번 편법 입학 사건은 ‘희대의 부정입학 사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학부모, 일부 지역 체육계 인사, 고교 사이의 치밀한 담합 속에 이뤄졌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이 지역 대안매체인 인터넷신문 <시민의 소리>가 체육특기생으로 응모했다가 탈락한 한 수험생의 제보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취재를 벌인 끝에 베일에 가려져 있던 편법 입학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었다.
<시민의 소리>가 지난 1월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광주지역의 신흥 명문 사립고인 S고교는 광주교대 체육특기자 특별전형 자격이 ‘개인종목 전국대회 3위 이내 입상자’에게 주어진다는 점을 악용해 당시 고3이었던 Y모양을 지난해 5월 초 광주레슬링협회에 서류상 여자자유형 선수로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측은 존재하지도 않는 운동부를 서류상으로 만들어냈는가 하면 생물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담임교사까지 감독으로 둔갑시켰다.
이후 광주시레슬링협회 이사 출신인 Y모양의 아버지는 부전승을 거둘 수 있는 대회를 탐색하다가 같은 해 9월에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전국학생레슬링 대회’에 자신의 자녀를 출전시켜 은메달을 따도록 만들었다. 당시 대회는 모두 5명의 선수들이 출전했으나 경기경험이 전무한 Y모양은 1차전에서 부전승을 거둔 뒤 결승전에서는 부상기권 하는 방법으로 한번도 경기를 치르지 않고 은메달을 차지했다.
***교육당국 “법적하자 없어”, Y모양 입학허가**
<시민의 소리> 보도 직후 지역 교육계는 들끓었다. 특히 초등교사의 꿈을 안고 특별전형에 지원했다가 Y모양의 합격으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일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조직적인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했고, 전교조 광주지부 등 지역 교육계도 잇따라 성명을 내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S고교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갔고, 교육인적자원부도 별도의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결론은 엉뚱했다. 시교육청은 최근 “해당 고교 운동부는 시교육청이 예산을 지급하며 관리·감독하지 않는 관계로 자생적으로 특기생을 배출한 경우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다만 이번 경우에는 도덕적으로만 문제가 될 뿐”이라고 결론지었다. 시교육청은 또, 서류를 조작한 S고교 교장과 교사 등에 대해서는 가벼운 주의 조처만 내렸다.
광주교대도 “해당 학생이 진학을 포기하지 않은 한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입학허가서를 내주는 것으로 진상조사를 마무리 했다.
***“지역언론, ‘휴대폰 수능부정’ 충격 감안 고의 침묵”**
이와 관련해 이번 사건을 최초 보도했던 이상현 <시민의 소리> 기자는 24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버젓이 자행된 입시 부정 앞에서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구제하지 않은 채 적법성을 운운하는 것은 한편의 ‘블랙코메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며 “더군다나 교육대는 앞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양성소라는 점에서 교육당국의 보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또, “애초 이번 사건이 보도된 직후 경향·서울·한국·한겨레신문 등 중앙일간지들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다음날 각각 사회면에 관련보도를 내보냈지만 정작 흥분해야할 지역 언론사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한결같이 침묵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는 수능 휴대폰 부정사건으로 지역의 명예가 크게 실추된 적이 있었고, 한편으로 해당 대학의 관계자들이 이를 빌미로 설득작업을 벌이자 기자들 스스로 강하게 자기검열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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