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관련해 14일, 노무현 대통령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책임론을 주장하며 맹공을 펼쳤다. 그러나 소장파들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북핵문제를 둘러싼 당내 보혁갈등도 드러나고 있다.
***김덕룡 "노 대통령, 한가하게 휴가 갈 때인가"**
박근혜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잇달아 "정부는 6자회담 낙관론과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했다"면서 "그 과정에 대한 설명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책임있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외교ㆍ안보 문제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노 대통령이 며칠째 침묵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는 지금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통령은 한가롭게 휴가를 다녀왔다"고 10일부터 2박3일간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낸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 대표는 "그간 노 대통령이 핵 문제에서 낙관론을 펼쳤고, LA에서는 핵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즉각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노 대통령은 국민앞에 입장을 밝히고 국제사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세일 정책위의장도 노 대통령 비판에 가세했다. 박 의장은 "지금까지 정부는 원론 수준의 소극적인 외무부 성명만 발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도 딱 한차례 열렸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는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게다가 노 대통령은 휴가 중이었다고 한다"며 "이 정부의 누구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우려에 대한 사과도 없고, 정부의 대책 제시도 없다"고 비판했다.
***박세일 "국정원과 NSC 한마디로 무능"**
국정원과 NSC에 대한 책임론도 강하게 제기됐다.
박 의장은 "노 대통령과 정동영 장관의 6자회담 기대 발언은 전혀 근거가 없는 공갈임이 드러났다"며 "외교안보정보 라인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이 왜 존재하나, NSC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한마디로 무능하다"고 맹비난했다.
박 의장은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며 "사람인지, 제도의 문제인지 밝혀야 하고, 어느정도 가닥이 잡히면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분명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원칙과 전략이 없는 화해협력 정책이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가져 오는지 보여줬다"며 "그간의 화해협력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대북 정책의 재검토도 주장했다.
송영선 의원도 "이 정부가 김정일 못지않게 국민을 속여왔다"며 "북한이 스스로 핵을 가졌다고 서너번 얘기했지만, 우리가 나서서 안가졌을 것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할 때, 정부는 이에 대한 진상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 "수구세력으로 몰릴까 우려된다"**
한편, 당 일각에서 경제지원 제재 등 강도높은 대북 압박책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소장파 의원들은 "당이 잘못 대응하다가 수구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대북경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보수파 의원들은 불쾌한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반박, 북핵문제를 둘러싼 당내 보혁갈등 조짐도 일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상임운영위회의 공개석상에서 "우리는 그동안 민족공동체를 지향하는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수차례 말했고, 한민족공동체 선진 통일방안도 발표한 바 있다"며 "북한이 벼랑끝 외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회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인도주의적 지원과 개혁개방 유도, 경제협력이라는 흔들림 없는 원칙은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대북문제를 정치적-정략적으로 사용해 이러한 혼란을 야기한 정부의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북정책의 잘못은 정부가 저지르고 결과적으로 한나라당만 수구세력으로 몰릴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정 의원은 "경협과 인도적 지원은 변함없이 계속돼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차분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파 "수구라면서 꼬리내려선 안된다"**
이에 김용갑, 이방호 의원 등 보수 의원들이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다.
김용갑 의원은 "한나라당의 존재 가치는 국가안보를 주장하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라며 "수구니 뭐니 하면서 나눠선 안된다.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하면 한나라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재차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국정원과 NSC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고영구 국정원장과 NSC 이종석 사무처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이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방호 의원은 "대북 지원과 핵 문제는 엄밀하게 구분해서 대응해야 한다"며 "이 문제는 분명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하는데, 수구보수라고 말하면서 꼬리내리는 모습을 보면 국민이 뭐라고 하겠나"라고 소장파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대해 범국민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박 대표는 미국을 비롯한 4강을 방문해서 국제적, 국내적 이슈화의 이니셔티브를 잡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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