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 개회식 인사말을 통해 "누가 대선후보가 되는 지는 중요치 않다"며 "대통령을 만들 수 있는 정당으로 당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라는 이름과 대선 경쟁력을 연관시키며 당명 개정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소장파와 비주류, 영남 의원들은 당명개정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히며 오히려 당명개정을 통한 박 대표의 사당화 음모라는 의심의 눈초리마저 보내고 있어, 이날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체토론에서 당명개정과 집권 가능성을 두고 한나라당엔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
***박근혜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으로 대선 경쟁력이 있는가"**
박 대표는 개회식 인사말에서 "최근 당 안팎에서 대선 후보로 누가 좋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갑작스레 대권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
박 대표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당을 선진화시키고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정당을 만들어서 오래 야당을 했던 한나라당을 대통령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당으로 변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시점에선 이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뒤, "누가 대선후보가 되느냐는 중요치 않다. 대선후보는 앞으로 2년도 더 시간이 남아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가장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뽑으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과연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이 대선까지 가져가 그걸로 대선을 치를 경쟁력이 있는 이름이냐는 것을 생각해야 된다"고 당명개정도 대선과 연관시켜 당위성을 주장했다. 박 대표는 "어떤 분들은 당의 이름을 바꿀 때 새로운 인물을 대거 영입하거나, 합당과 같은 큰 이벤트가 있을 때 바꾸는 것이 좋지않냐는 말도 한다"면서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논쟁 같은데, 다 일리는 있지만 새로 좋은 분들을 영임하려 해도, 우리 당이 매력적이고 들어오고 싶어야 들어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새로운 이미지도 주지 못한 상황에서 지금은 전국구 선거가 있지도 않다"며 "새 좌표를 설정해, 당의 이념도 새로 알리고, 옷도 바꾸고 이름도 바꾸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바꾸려는 실천을 국민들이 보기에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지금이 당명개정 적기임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구례 연찬회 때도 바꾸겠다고 했는데, 이번 연찬회에서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게 뭘까,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반문한 뒤, "계기가 온다는 것도 추상적인 것 아닌가. 시기와 때를 재다가 놓치는 게 있지 않겠나. 선진화를 선포하고 좌표를 정했다고 나가는 이때가 계기가 아닌가"라고 이번 연찬회를 통한 당명개정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역사적으로, 망하는 정당은 대표만 쳐다봤다"**
박 대표가 이처럼 당명개정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소장, 비주류, 영남권 의원들조차도 당명개정을 포함한 당 선진화 프로그램에 대해 '박근혜 사당화'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박 대표의 인사말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표가 아직 당명개정에 집착하는 것을 보니 안스럽다"고 비꼰 뒤, "당명개정은 어차피 하게 되는데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라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은 "당명개정을 전당대회와 함께 하면 그 효과가 최소 지지율 10% 상승"이라며 "따라서 당명개정 카드는 대선전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어 "박근혜 대표가 당명을 지금 개정했을 때 박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면 그 당명으로 대선을 치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됐을 때 그 당명으로 대선을 치르려고 하겠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홍 의원은 박 대표가 "대권 후보 경쟁까지는 2년이나 시간이 남아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공정한 룰은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벌써부터 줄서기가 시작되고 있는데, 이래선 영원히 집권은 불가능하다. 모든 후보가 원형경기장에서 다툴 수 있게 공정한 룰을 만드는 당헌개정을 지금부터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선 중진으로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권철현 의원(부산 사상)은 사전 배포한 연찬회 발언문에서 "박 대표 나름대로의 카리스마를 지니고는 있지만, 적극적이고 선진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며 "게다가 최근에는 리더가 가장 금기시해야 할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표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인맥ㆍ지연을 중시하는 '인맥정치'에 매몰될 위험성마저 보이고 있다"고 박 대표 친정체제를 비판했다.
권 의원은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망하는 정당은 당직자들이 국민을 쳐다보지 않고 오로지 대표만 쳐다보고 있고, 대표도 당직자들에게 둘러싸여 국민이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 한나라당이 바로 그렇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 의원은 당명개정에 대해서도 "당 구성원 대다수의 합의가 있기 전까지는 무기한 보류해야 한다"며 "당명개정의 가부에 대해 합의가 안되면 표결로 처리하자"고 밝혔다.
전날 비주류 의원들과 ▲3대입법 2월 처리 등 6개항에 합의한 소장파 의원들도 발제문을 통해 "당 개혁, 선진화 실천 등 국민 신뢰회복, 외부세력과의 통합 등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명개정은 반대한다"며 "구태정치를 반복한다면 당명 개정 후에도 실질적인 효과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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