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B고교의 담임교사가 검사 자녀의 답안지를 대리 작성한 사건이후 유사사건에 대한 내부 제보로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들이 자녀들을 위장전입시켜 자신들의 학교에 배정되도록 한 뒤 내신 성적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6일 <프레시안>의 취재가 시작되자 긴급히 해당 학교에 장학사를 파견해 경위파악에 들어갔다.
***A고교 교사 3명, 위장전입 통해 자녀 학교 배정**
서울 강서구에 있는 A고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학교 특활부장과 3학년 담임 등을 맡고 있는 J모 교사, K모 교사, L모 교사 등이 위장전입을 통해 자신들이 재직중인 학교에 자녀들을 배정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시켰다. J모·K모 교사는 이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고, L모 교사는 예·체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심지어 자녀가 소속된 학년을 맡아 가르치는 도덕 불감증을 보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해당 교사의 자녀는 수학과목의 경우 수능시험에서는 4등급 정도의 수준을 보였으나, 내신 성적만은 3년 내내 1등급을 받은 바 있어 성적 관리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학교 한 관계자는 26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3명의 교사 자녀들이 재학중이지만 2003학년도에는 이보다 많은 모두 5명의 교사 자녀들이 A고교에 재학하고 있었다”며 “올해에도 또다른 교사의 자녀가 위장전입을 통해 A고교에 진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고 폭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같은 문제는 이전에도 일부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지적이 있어와 시교육청이 감사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채 덮어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사립학교의 특성상 오랫동안 같이 근무해온 동료교사들이 이 문제를 애써 감추고 있기 때문이며, 일부는 이들 교사의 자녀들에게 시험문제를 사전에 유출해 준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교사 자녀가 같은 학교에 배정되는 것은 내신 성적의 미세한 차이로도 대학입학이 좌지우지된다는 점에서 그 피해가 선량한 다른 학생들에게 미칠 수 있는 문제”라며 “제도적으로 교사 자녀들의 경우 부모가 재직 중인 학교에 배정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 A고교에 장학사 2명 급파 경위파악 나서**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프레시안>이 관련 사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시교육청과 연관된 사실에 대해 문의하자, 26일 오후 긴급하게 중등교육과 장학사 2명을 해당 학교로 보내는 등 경위파악에 들어갔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장학사 2명을 A고교로 보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현행 전·편입학 규정으로는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지만 만약 사실로 밝혀질 경우 모든 행정적 조처를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A고교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서는 “그같은 감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며 학교 관계자들과 다소 다른 주장을 내놨다.
시교육청 감사실 한 관계자는 “A고교에 대해서는 지난 2003년 종합감사를 실시한 적이 있지만 당시 감사는 회계감사에 집중돼 있었다”며 “그같은 사안일 경우 대개 민원에 따라 특별감사를 실시하게 되는데 아마도 다른 과에서 관련사실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시교육청이 애초 이러한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낙승 전교조 사립위원장은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녀들이 고교에 진학할 경우 가급적 다른 학교에 배정되도록 하고 있고, 불가피하게 같은 학교에 배정될 경우 본인은 물론 학교장이 나서 해당 학년을 맡지 못하도록 있다”며 “그런 점에 비추어 A고교의 사례는 충격적이고 같은 교사로서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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