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윤종훈 회계사의 사직' 후유증을 호되게 앓고 있다.
당의 유일한 조세담당자였던 윤종훈 회계사가 "당이 정말 부유세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희망이 없는데 배고픔을 견딜 이유가 없었다"며 나간 후, 지도부 및 중앙당 당직자가 보인 반응은 두 가지였다.
***"윤 회계사 지적 옳다" VS "꼭 저런 방식으로 했어야 하나"**
"문제제기 방식에 문제가 있더라도 지적 내용은 전반적으로 맞다. 어쩌다 당이 이 지경까지 왔나를 철저히 반성하고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있는가 하면, "왜 당내 일을 안에서 풀지 외부 언론에 흘려 당의 명예를 훼손시키나. 특정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발끈하며 당사자와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당시 조세 법안의 보류를 주장했던 이용식 최고위원은 "1가구 1주택 3년 이상 보유자(2억이상)에 대한 과세는 국민정서상 오해를 살 수 있어 여론 수렴 필요성을 말했을 뿐, 부유세를 원천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부유세 TFT(타스크포스팀) 구성만 하더라도 최고위원회에 안건조차 올라온 적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 홈페이지 게시판만 보면 민주노동당에 마치 큰 문제가 있는 양 보이는데,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것도 많고 그 증세가 심하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이번 일로 인터넷게시판을 그냥 놔둘 것이냐와 최고위원들에 대한 정책보좌기능이 보완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연호 최고위원은 "당시 2,3일 남기고 여러 개 조세법안이 한꺼번에 안건으로 올라와 급하게 통과시켰다. 간이과세 문제는 영세상인ㆍ농민문제도 있고 신중해야 하는데 최소한의 학습도 없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윤 회계사의 지적에 동의한다. 앞으로는 정책 및 법안에 대한 사전보고 뿐 아니라 정책위와 공식ㆍ비공식적인 소통을 늘려야 된다. 이번 건은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이 커지면서 생기는 필연적 성장통"**
신장식 대표 비서실장은 "최고위원회와 정책위가 간담회를 열어 서로 오해가 있었다면 풀고 정책방향 공유등 해결의 물꼬를 틀 것"이라며 "의사소통 미흡 문제가 큰 만큼 윤 회계사가 제기한 문제의 합리적 핵심은 받아들여 상호 노력하자는 것이 김혜경 대표의 뜻"이라고 전했다.
홍승하 대변인도 "앞으로 최고위원회에서 당내 실무보다는 정치적 쟁점과 정책방향 논의에 더 치중하기로 했다"고 '변화에의 의지'를 밝혔다. 이정미 최고위원 역시 "원내진출후 대거 들어온 정책인력등 창당 이후 이렇게 조직이 방대해진 적이 없었다. 이렇게 문제가 표출됐지만 시스템 구축상의 당연한 진통이다. 오히려 발전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사태수습에 나선 지도부와 일반 당직자들의 기류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한 정책기획실 관계자는 "취재하지 말라. 언론이 왜 이렇게 (이 일에) 관심을 가지나"라고 노골적으로 취재를 거부했으며, 이를 지켜보던 다른 관계자 역시 "조선일보건 이후 '모든 취재 창구는 대변인실로 한정하라'는 최고위원회 방침도 있었거니와 (최근 일로) 당직자들이 위축됐다"라고 '흉흉한' 분위기를 전했다. 취재에 응하는 당직자들도 대부분 조심스러웠고, 익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부유세 문제는 약과. 향후 한번 더 터질 것" 우려하기도**
한 당직자는 "기본적으로 윤 회계사의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지도부의 공당으로서의 마인드 부족과 정책역량의 미흡이다. 지도부가 권위의식을 버리고 깊이있는 반성을 통해 이를 극복치 않는다면 당분간 문제 해결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문제의 본질은 그간 민노당에 전반적으로 부유세 논의 과정이 부재했고, 초벌적인 인식 공유도 없는 상태에서 전문가 집단이 대거 들어와 당이 이를 감당치 못한 데 있다"며 "이게 당에 잔류한 예산과 인력의 정파별 안배 문제와 맞물려 폭발했는데, 부유세 문제는 약과다.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모습은 향후 당에서 자랑하는 비정규직 문제 관련해서 한번 더 터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 최고위원 역시 "민주노동당을 둘러싼 환경은 다 변하고 있는데 당도 변해야 한다. 언론보도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이 사태를 지도부 때리기로만 보는 정파적 시각도 맞지 않다"며 "최고위가 이 문제를 두고 워크샵도 다녀왔지만, 우리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고쳐나갈지 정말 고민이다. 선순환이 돼야 하나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자부심에 '상처입은' 민주노동당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도약의 레일을 탈지, 그대로 악순환의 구렁텅이로 빠질 지는 전적으로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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