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직계로 분류되는 열린우리당 내 청와대 출신 386세대 의원들이 "당내 중진들 몇이 모여 원내대표에 전당대회 구도까지 짜놓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당 전체에 강제하고 있다"며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정세균 의원을 단독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DJ 때도 이렇게 까진 하지 않았다" **
이광재, 서갑원 의원 등 청와대 출신 의원들의 모임인 '의정활동연구회'는 15일 긴급회동을 갖고 "원내운영이나 국정 기조 등에 대한 정확한 검토와 검증없이 당내 중진 그룹에서 '정세균 대세론'을 생산해 내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재야파, 개혁당파 등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다른 계파들과의 연대를 통해 공론화해 나가기로 논의를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회동후 연구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화영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당에 퍼져있는 '중진기획'에 의한 정세균 의원의 원내대표 단독추대 움직임은 그 실체를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직까지도 그런 식으로 당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구태스럽고 비민주적"이라며 당내 중진그룹에 의해 조성된 '정세균 대세론'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의원은 특히 "DJ 때도 이렇게까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중진그룹이 언론까지 장악해 세몰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며 중진그룹 중심의 권력구조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의정연이 겨냥하고 있는 중진그룹은 지난 5일 임채정 의원을 의장으로 하는 임시집행위 구성한 중진회의로 보인다. '7인 회의', 혹은 '8인 회의'로 불리는 이 회의에는 문희상, 이강래, 배기선, 임채정, 원혜영, 김한길,정세균 의원 등 당내중진들이 모여 집행위 구성 외에도 원내대표 경선 구상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우선은 사실 확인도 해 봐야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가 맞는지 검증도 해 봐야 하겠지만 많은 의원들이 우리의 우려에 공감을 한다면 대항마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반드시 3선이 원내대표 하라는 법 있냐, 초선도 필요하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해 정 의원의 단독 추대에 적극 제동을 걸 태세를 보였다.
이 의원은 "얼마전 지도부 경선 출마를 선언한 장영달 의원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화를 통해 공론해 나가겠다"고 말해 다른 성향의 계파들과의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세균 대세론'을 뒤집을 수 있을까? **
그동안 '대통령 직계'라는 중량감을 의식해 당내 정치에는 큰 관여를 하지 않던 의정연이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중진그룹과 각을 세우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연초 모임에서 의정연은 '문희상 원내대표- 강봉균 정책위의장' 추대에 의견을 같이했으나 이들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 문 의원이 끝내 이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정세균 의원이 사실 국면 돌파형이라기보다는 실무형에 가까워 의정연에서는 위기라고까지 불리는 열린우리당 상황에서 약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친노 직계라는 확실한 위치에 있는 문 의원이 나서주면 의정연은 물론 당내 강경파까지 수긍할 수밖에 없지만 문 의원이 무리수를 두며까지 굳이 원내대표를 욕심낼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밖에도 일부 반발이 있겠지만 '정세균 원내대표'가 기정사실화 된 만큼 이를 거스를 만한 변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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